금강산서 女관광객 피격 사망…금강산 관광 잠정 중단

경색된 남북관계, 더욱 악화시킬 듯

금강산 지역에 머물던 관광객 박 모(53) 씨가 북한군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사건의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12일부터 금강산 관광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통일부는 11일 오전 5시 경 북한의 북강원도 온정리 금강산 특구내 해수욕장 인근(장전항 북측 구역 기생바위와 해수욕장 중간 지점)에서 우리 측 관광객 박 모(53.여) 씨가 북한군 초병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고 공식 확인했다.

이날 사고에 따라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도 관광객이 꾸준히 늘던 금강산·개성 관광 사업이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국회 개원연설을 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밝힌 데에도 찬물을 끼얹는 것은 물론, 남북관계에도 매우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초병 경고에 당황해 도주한 듯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긴급 브리핑을 통해 "박 씨가 오전 4시 30분 경 숙소인 비치호텔에서 나간 후 해수욕장 주변을 산책하던 중 북측 초병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밝혔다.

북측이 관광 사업자인 현대아산에 통보해 온 바에 따르면, 박 씨는 관광객 통제구역을 지나 북측 군경계지역에 진입했고, 초병의 정지요구에도 불응하고 도주해 발포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이 통보한 사망지점은 해수욕장의 범위를 벗어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박 씨는 발포 즉시 숨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아산의 북측 사업 파트너인 명승지지도총국은 이같은 사실은 오전 9시 20분 경 현대아산에 통보됐다. 현대아산 관계자들과 금강산병원장은 통보를 받고 사고 현장에 나가 시신을 확인하고 수습했다.

이후 현대아산은 통일부에 11시 30분 경 이 사실을 통보했다. 시신은 오후 1시 경 남북 출입국사무소를 통해 속초로 넘어와 속초병원에 안치됐다. 박 씨는 가슴과 다리에 두 발의 총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강산 관광 잠정 중단, 개성관광은 지속

김 대변인은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금강산 관광을 잠정 중단할 것"이라며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합당한 상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통일부는 12일부터 금강산 관광을 중단할 예정이며 현재 금강산에 남아있는 관광객은 예정된 일정을 마친 뒤 귀환토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개성관광은 중단되지 않는다.

김 대변인은 "우리 관광객이 사망한 사고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번 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한다는 인식을 갖고 진상규명과 관련한 조치를 취할 것이며 북측도 이런 진상규명 활동에 적극 협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통일부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관계부처 합동 대책반이 진상조사 및 향후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오후 2시 국회 개원연설을 하기 전 이 사실을 통보받았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사고 소식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이 '전면적인 대화 재개'를 언급한 것에 대해 "개원연설은 앞으로 정부의 남북관계 전체를 이렇게 바꿔가겠다는 큰 방향을 밝힌 것"이라며 "공교롭게 같은 날 미묘한 시점에 겹쳤기 때문에 이런저런 관측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사고와 대화 재개 언급은) 별개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