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김태규 명리학 <292>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김태규 명리학 <292>

억지로 준비하지 않기를

운명 상담을 하다보면 늘 느끼는 안타까운 일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 중에서 공연히 미리 준비한답시고 하다가 삶이 더 어려워지거나 곤경에 빠지게 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 점에 대해 애기하고자 한다.
  
  인간은 지능을 갖춘 동물이다. 미리 예측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다가올 수 있는 위험을 감지하고 그것에 대해 미리 대책을 마련해 두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예측 능력과 위험대처 능력이 오히려 문제가 될 때가 많은 것이다.
  
  역사를 보면 나라 사이에 전쟁이 나는 것도 가만 놔두면 저쪽이 우리를 공격해올 것 같아서 미리 선제공격을 하면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게임 이론에서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란 것도 바로 이런 경우이다. 결정적인 범죄의 증거는 없지만 자백한 사람은 가벼운 형을 받게 되고 끝까지 범행을 부인한 자는 가중처벌을 받는다고 하자.
  
  이럴 경우 어느 죄수이건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전략은 일단 범죄를 시인하고 보는 것이다. 두 죄수 간에 범행을 부인하겠다는 확실한 담합만 있어도 둘 다 무죄로 방면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둘 다 자백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합리적인 선택이나 대처라고 해서 결과적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것을 일러주는 것이 죄수의 딜레마이듯이 다가올 위험에 대처하는 것 자체가 더 나쁜 결과를 가져다줄 때도 있는 것이다.
  
  필자를 찾아와 앞일을 물어보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이런 합리적 대처를 하려는 사람들이고, 또 상당수는 합리적 대처를 하다가 결과적으로 인생길이 꼬인 사람들이다.
  
  요즘 세상은 직장을 다녀도 언제 그만두게 될는지 알기 어려운 세상이다. IMF위기 이후 구조조정이란 말이 일상화되었고 기업들은 불필요한 인력을 그냥 둘 생각이 전혀 없다.
  
  기업들의 합리적인 선택이다. 기업 운영 중에서 가장 큰 경비항목은 사람에게 지불되는 인건비이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직장을 잘 다니고 있는 직장인들도 미리 대처를 하려고 한다. 물론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래서 한동안 40대 초반의 직장인들에게는 공인중개사 자격준비가 인기였고, 40대 후반의 직장인들은 체인점 모집광고만 나면 유심히 쳐다본다.
  
  30대 후반의 직장인들은 이민이나 창업, 30대 전반의 직장인들은 아예 직장을 미리 알아서 그만 두고 한의사가 될 수 있는 수능준비, 아니면 최근 인기가 좋은 로스쿨은 어떨까 하고 생각하고 고민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아예 정년을 거의 보장받을 수 있는 공무원 시험이 인기절정인 것이다. 공무원이나 국영기업을 철밥통이라 비난하지만, 그나마 우리 사회에 철밥통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우리 마음을 얼마나 편하게 해주는가!
  
  오늘날처럼 불안한 시대에 공직이나 공기업은 신이 내린 직장임이 분명하다.
  
  그건 그렇고, 미래가 불투명해서 어떤 준비를 한다고 하자. 이 경우 잘 생각해보라, 이런 일들을 대책으로 생각하고 준비하게 되면 결코 직장 일에 충실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소위 주경야독(晝耕夜讀), 낮에는 밭을 갈고 밤에는 공부를 해야 하니 가정 일은 둘째 치더라도 직장에도 전념할 수 없음은 당연지사이다.
  
  세상 이치 중에 분명한 것은 남을 속일 수 없다는 것이다.
  
  남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야말로 세상에 가장 어리석은 자이다. 그러니 아무리 직장에 충실한 척 하더라도 뭔가 다른 준비를 하는 이는 직장에서 그런 낌새를 알게 되고, 아울러 준비한다는 것을 알고 나면 저 사람은 언젠가 그만 둘 사람임을 알아차리고 인사고과도 박하게 주게 된다.
  
  위험의 가능성은 이처럼 상호작용을 통해 더욱 높아져서 결국엔 직장을 내몰리기 전에 알아서 그만 두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잘릴 바에는 미리 선수를 치자는 것인데 이런 경우가 최악의 고비를 맞이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사람의 팔자를 무수히 본 필자로서 내린 판단이지만, 사람의 타고난 운명을 볼 때 사업하는 것이 더 적성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사업이란 잘 하면 물론 대박이 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업은 실패로 끝난다. 확률이 박한 게임이 사업이고 창업인 것이다.
  
  체인점을 모집하는 사업자나 창업컨설팅을 하는 사람은 당연히 철저한 사전분석과 합리적인 전략을 통해 마치 사업에 성공할 수 있는 방법론 같은 것이 있는 것처럼 광고하지만 세상에 필승공식은 없다는 사실이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직장은 문도(文道)이고 독립이나 창업, 사업 같은 종류는 무도(武道)이다.
  
  문도의 길을 가던 사람이 아무리 열심히 준비를 해도 무도의 길을 가기 시작하면 생경한 것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문도(文道)란 그 본질에 있어 누가 그럴듯하게 말을 잘 꾸미고 시쳇말로 '구라'를 잘 치느냐의 세계이고, 생산직이라면 주어진 일을 정해진 매뉴얼대로 열심히 하면 되는 세계이다. 실적을 만들어내는 일은 결국 경영주와 몇몇 핵심 간부들의 몫인 것이다.
  
  무도(武道)란 당장 눈앞의 일부터 실전이고 노골적으로 말하면 '칼부림'이다. 주어진 법 테두리 내에서 최대한을 활용하고 응용하고 악용해야 하는 세계인 것이다.
  
  사업의 세계는 그 본질이 '접수'이기 때문이다. 산 하나를 접수하면 산적(山賊)이고 개울 하나를 접수하면 수적(水賊)이며, 수십 개의 산을 접수하거나 강 줄기 전체를 접수하면 이른바 맹주가 된다. 나라를 접수하면 대통령이 되고 정권이 되는 것이다.
  
  현 정권에서 여당을 하던 이들이 금년 들어 보여준 눈부신 위치이동, 열린우리당에서 무슨 무슨 당을 거쳐 대통합민주신당이라는 새로운 위치로 옮겨야 했던 것도 정치의 본질이 윤리나 체면은 눈앞의 당면한 현실 앞에서는 뒷전일 수밖에 없는 무(武)의 길이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서 정치를 비판하자는 것이 아니고, 직장을 다니고 있는 당신이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거나 대처한답시고 뛰어들고자 하는 세계의 본질에 관한 얘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인간의 예측 능력과 위험감지 능력이 오히려 위험을 자초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도 아니고 독립을 하지 말라는 얘기도 아니다.
  
  그냥 눈앞의 현실에 충실하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더 나은 비전(VISION)을 찾으려고 사서 고생하지는 말라는 말이다.
  
  당신이 사업을 하거나 독립을 할 사람이라면 그저 눈앞의 길을 걷다보면 자연스런 계기가 오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런 계기는 주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당신 속에 있던 그 무엇이 환경과 조우하면서 만들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니 억지로 계기를 만든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라는 성경 말씀을 무리하게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 그냥 문을 두드리고 있다가 문 안쪽에서 문을 열어줄 때 들어설 일이지, 문을 두드리다가 열리지 않는다고 문을 부수게 되면 그것이 억지라는 것이다.
  
  끝내 열리지 않으면 돌아서야 하는 것이다. 열어주지 않는 것은 거기에 뜻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너무 많은 일들이 우리의 신경을 자극하고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생계에 관한 일들과 자녀를 교육하고 양육하는 일들, 엄청나게 비싼 주택 문제 등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극도로 증폭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다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곤경을 자초하고 있다.
  
  실은 그냥 눈앞의 일에 충실하면서 불안한 마음은 스스로의 수양으로 다스리는 것이 더욱 절실해진 시대가 된 것이다.
  
  부익부 빈익빈이란 말이 있다. 우리의 신경을 자극하는 아주 유해한 말이다. 하지만 진실이 아니다. 돈이 돈을 버는 것이 진실이라면 유구한 인류 역사는 애진작에 소수의 부자와 대다수의 가난뱅이로 고착화되었을 것이다.
  
  그보다는 '3대 가는 부자는 없다'는 말이 더 진실에 가깝다. 돈이나 권력은 모든 이가 바라는 바이기에 능력 없는 자는 아무리 돈이 많고 권력이 있어도 지킬 수가 없는 것이다. 남들이 그냥 놔두질 않는 것이기에.
  
  그러니 그저 눈앞의 길을 따라 걷는 것이다. 그러다가 그 길이 사업의 길로 이어지면 사업을 하면 되는 것이고, 계속 급여를 받는 길만 이어지면 그 길로 가면 되는 것이다.
  
  가다가 그만 두어라 하면 거기에도 나름의 뜻이 있는 것이니 그 문제는 그 때에 가서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태도를 노자(老子)는 무위(無爲)라고 말했다. 무위는 하는 것이 없음이 아니라 무리하고 억지로 하지 말라는 말이고, 무위를 통해 결국 때가 되면 다 하게 되는 것이니 결국 '하지 않음이 없다' 해서 무불위(無不爲)라 하는 것이다.
  
  오늘 필자의 얘기는 사실 도(道)란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전화:02-534-7250, E-mail :1tgkim@hanmail.net)
  김태규의 명리학 카페 : cafe.daum.net/8code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