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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재선은 코리아에 희망인가?

[정욱식의 '오, 평화'] 한국대선, 운명적 순간에 역사적 투표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에 따라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대선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듦으로써 6자회담 참가국들의 권력 이동도 반환점을 돌게 됐다. 2011년 12월 김정일 위원장의 급서로 시작된 권력 변동은 러시아에서 푸틴의 복귀를 거쳐 미국 오바마의 재선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제 남은 나라는 중국, 한국, 일본이다. 중국에서는 일찌감치 시진핑이 후계자로 낙점된 상황이다. 한국에서는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안철수 단일후보 사이의 진검승부가 다가오고 있다. 내년 초에 총선이 실시될 것으로 보이는 일본에서는 자민당의 정권탈환이 유력시 점쳐지고 있다.

▲ 선거 캠프 본부가 있는 시카고에서 승리 연설을 하는 오바마 현 대통령 ⓒAP=연합뉴스
이처럼 불과 1년여 사이에 동북아 6개국 모두에서 권력 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만큼 2013년부터는 피로감과 비관주의를 딛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잠재성도 품고 있다.

2기 오바마는 달라질까?

4년 전, 필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은 오바마의 당선을 한반도 정세 호전의 기회로 생각했다. 대북강경책을 고수했던 이명박 정부의의 엇박자도 예상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한미동맹은 "역사상 최고"라는 평가를 낳을 정도로 강해졌고, 한반도 정세는 '제2의 한국전쟁'의 위험이 거론될 정도로 악화된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4년은 달라질까? 일단 오바마가 한국의 입장을 중시해왔다는 점에서 한국이 정책 자율성과 주도성을 발휘할 공간이 넓어질 공산은 크다. 동시에 오바마 2기의 대북정책은 여러 가지 변수가 복잡한 상호작용을 하면서 전개될 것이다.

우선 '2기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정책에 어느 정도의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가 관심사이다. 일단 대선 유세전에서는 '코리아'라는 단어가 거의 나오지 않을 정도로 후순위로 밀렸다. 경제 문제가 압도적인 이슈였던 데다가, 이란 핵문제, 시리아를 비롯한 중동 정세,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등이 주요 외교 현안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향후 대북정책이 우선순위로 부상할 가능성은 두 가지 차원에서 짚어볼 수 있다. 하나는 북한이 3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로켓 발사 등 '도발적 행동'에 나설 경우이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면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관심은 크게 높아지겠지만, 그 방향은 좋지 못할 것이다. "같은 말을 두 번 다시 하지 않겠다"며 북한의 패턴 종식을 대북정책의 핵심으로 내세워온 오바마 행정부는 오히려 대북 제재와 봉쇄를 강화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북한이 도발적 언행을 자제하고 한국의 차기 정부가 대북 포용정책에 다시 시동을 건다면, 오바마가 적극적인 대북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2기 오바마의 대북정책에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중요한 변수는 한국의 대선 결과 및 남북관계에 있게 될 것이다.

대체로 미국 행정부가 1기에는 재선을, 2기에는 업적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가 한반도 문제 해결이 자신의 업적에 어느 정도 비중을 둘 지가 관심사이다. 때마침 2기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는 2013년은 한반도 정전협정 체결 60주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해 핵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이 이러한 역사성에 주목해 적극적인 대미 외교를 펼칠수록 오바마 행정부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중요한 목표로 설정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아시아로의 귀환'과 대북정책

미국이 대북정책을 동아시아 전략의 하위 변수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핵심은 대중국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미국이 중국을 전략적 동반자로 볼 것인가, 아니면 전략적 경쟁자에 방점을 찍을 것인가가 중요하다.

그런데 집권 초기 중국을 봉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오바마 행정부는 2011년부터는 중국 봉쇄를 겨냥한 '아시아로의 귀환(pivot to Asia)'를 선언한 상황이다. 2기 오바마 행정부가 이러한 기조를 유지·강화할 경우 한반도 문제가 미중관계의 종속변수가 되는 경향은 더욱 강해질 우려가 크다.

오바마 1기 때 두드러지게 나타난 미중관계와 한반도 문제의 핵심적인 상관관계는 이렇다. 미국은 중국의 안보 이익을 건드려야 중국이 보다 북한에게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사일방어체제(MD)를 고리로 삼아 한-미-일 3각 동맹을 추진해온 것도 이러한 전략적 판단에 기인한다. 반면 중국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봉쇄를 정당화하기 위해 '북한위협론'을 악용하고 있다고 여긴다. 지난 4년간 미국과 그 동맹국들인 한국과 일본이 북한과의 대화에는 극히 소극적이었다는 점도 중국의 이러한 불신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동아시아 역외 변수가 한반도 정세에 미칠 가능성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변수는 이라크 전쟁이었다. 1기 오바마 행정부 때에는 이란 핵문제가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그런데 이란이 핵무장에 근접할수록 이스라엘의 선제공격 가능성도 커진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대북정책은 후순위로 밀리고 북한은 '핵 억제력'에 더더욱 집착하게 될 것이다.

한국 대선, 운명적 순간에 역사적 투표!

이러한 변수들을 종합해보면 2기 오바마의 대북정책 및 한반도 문제는 대단히 풀기 힘든 고차 방정식처럼 보일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들 이외에도 돌발 변수는 얼마든지 끼어들 수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 ⓒ연합뉴스

그러나 모든 고차방정식은 1차 방정식으로 환원된다. 복잡해보일수록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이를 풀 수 있는 의지와 정책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를 해내야 하고 또 해낼 수 있는 당사자는 한국밖에 없다.

기실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 수 있는 최적의 국제적 환경을 갖고 있었다. 부시 행정부의 뒤늦은 대북정책 전환과 이에 따른 6자회담의 진전, 대북 포용정책과 한국의 대북정책을 중시한 오바마 행정부의 등장, 반세기만에 일어난 일본의 정권교체 등이 맞물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MB 정부는 이러한 국제적 호기를 '흡수통일' 망상에 사로잡혀 허송세월하고 말았다.

그런데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함으로써 또 다시 기회는 찾아왔다. 오바마의 재선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밝은 미래를 보장해주는 못하지만, 공화당의 미트 롬니의 승리보다는 그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느냐의 여부는 바로 12월 19일 한국 국민의 선택에 달려 있다.

* 필자 정욱식 블로그 '뚜벅뚜벅' 바로가기
* 필자가 <프레시안>에 연재한 글을 엮어 만든 책 <핵의 세계사>가 발간되었습니다. ☞ 책 소개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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