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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중동 '해빙무드', 그 이면의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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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중동 '해빙무드', 그 이면의 방정식

[분석] 정권 존립 위한 '일회성 퍼포먼스'?

팔레스타인의 양대 정당인 하마스와 파타당이 공동내각을 구성하고 이스라엘이 '아랍 평화안'에 대해 이전보다 유연한 자세를 보이면서 반세기를 대치해 온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에 '해빙기'가 도래할 것이란 전망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특히 최근의 무드 조성에 친미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미국의 대 중동 전략이 선회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드디어 '화약고 중동'에도 평화가 깃드는 걸까.

그러나 속단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미국 등 당사국 제각각의 이해관계가 중동문제 해결을 압박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질적 해결을 위해선 각국의 상당한 양보가 불가피한 만큼, 이들의 태도 변화가 실제 '액션'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이스라엘, '땅' 주고 '평화' 받아라"

▲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서 공동내각에 합의한 파타당의 마흐무드 아바스(가장 왼쪽)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하마스 지도자인 칼레드 메살(오른쪽에서 세번째). 아바스의 오른쪽은 이날 협상을 중재한 압둘라 사우디아라비아 국왕.ⓒ로이터=뉴시스

아랍권 정상들은 29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아랍연합(AL) 정상 연례회의에서 2002년 제시됐던 '아랍 평화안'을 다시 추진키로 의견을 모으고 이스라엘의 수용을 촉구했다.

'아랍 평화안'의 요체는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직전의 국경을 기준으로 이스라엘을 인정하겠다는 데 있다. 즉 이스라엘이 3차 전쟁으로 점령한 가자지구, 요르단강 서안, 동예루살렘을 반환해 이 땅에 팔레스타인 독립국가가 건설되는 대가로 모든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과 수교를 맺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이스라엘이 자신들이 점령하고 있는 지역 중 일부를 내놓으면 반세기를 끌어 온 분쟁과 충돌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아랍 평화안'에는 '땅과 평화의 교환 구상'이란 부제가 붙는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성지인 동예루살렘을 반환할 의지가 전무해 보인다. 이스라엘은 대신 그에 해당하는 대체지를 팔레스타인에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이 경우는 팔레스타인이 수용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을 인정하라는 평화안의 요구에 대해서도 이스라엘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4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난민을 받아들일 경우 인구 분포의 변화를 가져와 이스라엘이 더 이상 유대인 국가로 남아날 수 없다는 것이 이스라엘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이에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부총리는 이날 평화안이 통과된 직후 "양 측은 자신의 입장을 각각 내놓은 뒤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며 아랍권이 결정한 평화안을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쉬운 이라크' 두고 '해묵은 팔레스타인'에 목 매는 이유

이스라엘이 평화안을 거부했다고 해서 향후 협상 가능성마저 닫아둔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평화한 채택에 대한 공식 성명을 통해 온건 아랍 국가들과 대화할 의향이 있으며 이번 아랍 정상회담이 그런 노력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최근 중동을 방문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 측의 지도자들을 만나 대화를 설득했던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아랍 국가들은 물론 이스라엘과 미국까지 전례 없이 적극적인 자세로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에 뛰어든 것이다.

<타임>의 칼럼리스트 토니 카론은 29일 미국의 진보성향 웹사이트 <톰디스패치>에 게재한 글에서 최근 들어 부쩍 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에 열기가 집중되고 있는 기류에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미군 철군이란 '뻔 한' 실마리가 보이는 이라크 문제를 먼저 풀지 않고, 종교와 역사가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어 지난 50여 년간 '난제 중의 난제'로 치부돼 왔던 팔레스타인 문제에 너도나도 팔을 걷고 나선 배후에는 각 국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었다.

먼저 미국의 경우, '이라크 민주화'에 실패한 이후 이란과도 불화를 일으키면서 국내의 신뢰는 물론 중동에 대한 영향력도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특히 팔레스타인 문제를 두고는 누구도 미국의 '진정성'을 신뢰하지 않는 형편이다. 결정적인 순간엔 전적으로 이스라엘 편에 서 왔기에 '문제를 푸는 척만 한다'는 불신을 사고 있는 것이다.

중동 동맹국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중동 정책에 대한 스코어를 올리기 위해서라도 상황을 반전시킬 카드가 필요했다.
▲ 예루살렘에서 만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 양 국 모두 국내의 정치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로이터=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요르단, 이집트 등 중동 내 친미국가들 역시 국내에서 신망을 잃어가고 있다. 미국과의 이해관계에 발목이 잡혀 팔레스타인 문제를 방관했다는 국내 공격은 정권에 위협이 될 정도다. 민주적 정통성이 없는 독재왕정 국가에서는 민심 악화와 정권 공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번 '아랍 평화안' 재채택을 주도한 것은 부시 행정부의 대 중동 정책에 대한 불신의 산물로 여겨졌고, 압둘라 알 사우드 국왕이 28일 연례회의 연설에서 "이라크 전쟁은 외국의 불법적 점령"이라며 돌연 미국을 치고 나온 것도 국내 민심을 의식한 '부시 정권과의 거리두기'로 풀이됐다.

이스라엘의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는 당장 자리보전이 위태롭다. 작년 헤즈볼라 거점기지를 일소하겠다고 시작한 레바논 전쟁은 여론으로부터 낙제점을 받았다. 헤즈볼라도 소탕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주변 아랍 국가들을 적으로 결집시키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정권 부패도 심각하다. 올메르트 총리 자신이 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기업인들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대통령은 여비서 성추행으로 수사를 받고 있고 법무장관은 여자 군인을 성추행해 기소된 후 옷을 벗었다.

최근 올메르트 총리의 지지율은 3%대로 조사됐다. 해묵은 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에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서라도 반등의 길을 찾아야 할 때인 것이다.

지난 1년 여간 서구의 경제봉쇄로 전례 없는 민생고에 시달렸던 팔레스타인 정부로서도 특단의 타개책이 필요해 보인다.

파타당을 이끄는 마흐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은 하마스와의 권력 싸움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라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적 공존을 위한 '오슬로 프로세스(Oslo Peace Process)'를 성공시켜야 한다. 팔레스타인 민심을 딛고 다수당이 된 하마스 역시 여론을 추종할 수밖에 없다. 팔레스타인 유권자들이 압바스의 해법을 환영한다면 일단은 하마스도 동조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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