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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아랍세계 간의 은폐된 전쟁' 드러나나?

[분석] 전쟁과 협상의 기로에 선 중동지역

지난 주말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해 압둘라 알 사우드 국왕과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중동지역의 현 긴장상태가 완화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높아가고 있다. 미국의 긴밀한 맹방인 사우디와 중동지역 반미세력의 선봉장인 이란이 정상회담을 가진 것도 극히 이례적인 일인 데에다, 각각 수니파와 시아파의 맹주를 자처하는 두 나라가 "종파갈등 종식을 위한 공동협력"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오는 10일 이라크 문제 해결을 위해 열리는 '이라크 컨퍼런스'에서 미국이 반미국가인 이란 및 시리아 등 과 함께 회담에 임할 것으로 알려져 미국의 대중동정책이 '외교 노선'으로 바뀐 것 아니냐는 희망 섞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 달 이후 미국의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우방인 사우디가 이란을 초청해 정상회담을 가진 배경과 속셈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란 공격을 앞둔 미국이 이란의 속내의 떠보기 위해 마지막으로 사우디를 앞세워 외교 공세를 편 것에 불과하다고 보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중동지역에서 힘의 한계를 느낀 미국이 현실주의 외교로 전환하기 위한 시발점일 수도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란-사우디, 악수하고 나와 '딴 소리'

처음으로 손잡은 사우디-이란 정상 3일 사우디 리야드 공항에 내린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오른쪽)을 직접 마중나간 압둘라 사우디 국왕ⓒ로이터=뉴시스

압둘라 사우디 국왕은 3일 테헤란에서 출발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영접하기 위해 리야드 공항까지 직접 나가는 성의를 보였고 이에 두 정상은 처음으로 두 손을 맞잡는 '정다운' 모습까지 선보였다.

그러나 이번 회담의 '진의'에 대한 의혹의 시선은 회담을 전후해 끊이지 않았다. 특히나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역사적인 양국 정상회담에서 이렇다 할 합의문 하나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란을 등에 업은 헤즈볼라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원하는 파우드 시니오라 정부가 정면으로 대치하고 있는 레바논 상황과 관련해,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사우디의 갈등 해결 노력을 지지하며 레바논 모든 정파는 이에 긍정적으로 응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양국의 대책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사우디 상황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문제는 종파분쟁에 대한 거창한 문구들을 빼곤 그들이 내놓은 게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회담 후 테헤란으로 돌아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랍을 분열시키려는 적들의 음모에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했다"며 사우디가 반미 진영에 합류하기로 한 것 마냥 말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오랜 친미 역사를 감안한다면 생뚱맞기 그지없는 얘기다.

사우디 국영통신인 SPA가 이스라엘 문제와 관련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서 철수할 경우 아랍권이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한다는 2002년 베이루트 아랍권 정상회담 합의에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고 보도한 것도 생뚱맞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번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대변인이 "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해선 아무런 논의도 없었다"고 부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중동 문제 전반에 관한 양국 정상의 시각차만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었다.

"회담의 진짜 의제는 '이란 핵문제', 결과는 실패"

이처럼 '얻을 것'도 '얻은 것'도 없는 회담을 먼저 제안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의도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내부 정치용'으로 풀이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핵개발 문제로 미국과 일촉즉발의 가파른 대치를 거듭하자 이란 내부에서도 반발이 시작됐고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사우디를 방문해 이란 내부 불만을 잠재우려 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회담이 있기 하루 전날에는 아크바르 알라미 이란 의회 의원이 "아마디네자드의 도발적인 언행은 외교 관례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도 국익에도 반한다"며 공개적으로 대통령을 비난했다.

이 회담을 받아들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속내는 미국의 계산과 맞닿아 있다. 이란에 대한 군사조치를 본격화하기 전에 최대한의 '외교적 성의'를 표하는 것이다. 오는 10일 열릴 '이라크 컨퍼런스'에서 미국이 이란, 시리아 등을 불러 모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편 카이로 소재 알-아흐람 정치 전략 연구센터 압델 모넴 사이드 알리 소장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에 사우디가 한 일(이란과의 정상회담)은 오랫동안 사람들이 미국이 해 주기를 원했던 일이었다. 그것은 바로 "이란에 손을 내미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사우디는 적절한 시기에 이란이 곤경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우디와 이란의 데탕트 여부는 좀더 두고 봐야 한다면서 "그 진정한 시금석은 이란이 유럽에게는 주지 않았던 것을 사우디에게는 과연 줄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그것은 바로 이란 핵활동의 중단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방의 한 외교분석가는 이번 양국 정상회담의 진짜 의제는 이란의 핵개발 문제였으며 이 협상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고 주장했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에 의한 중재노력이 사실상 실패한 이후 사우디가 나서 중재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보로는 이 분석가의 주장을 검증하기가 쉽지 않지만 주목해야 할 대목인 것만은 틀림없다.

이번 정상회담은 아랍 내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사우디아라비아로서도 잃을 게 없는 행사였다. 하마스와 파타당 간의 해묵은 갈등에 뛰어들어 팔레스타인 분쟁 중재에 나섰던 것처럼 레바논 사태를 해결하는 데에도 재량권을 발휘하길 바라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으로도 이란 핵문제가 풀리지 않은 것은 사실인 만큼, 과연 앞으로 미국이 어떤 태도로 나올 것인가가 주목된다. 미국의 저명한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세이무어 허시를 비롯한 진보세력들은 부시행정부의 이란 공격 계획은 이미 확고하며 최근 일련의 외교공세는 군사공격을 위한 명분쌓기에 불과하다고 보는 반면, 주류언론 등에서는 미국이 외교적 방법에 의한 문제해결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란과 아랍세계 사이의 은폐된 전쟁' 기로에 서다

이런 점에서 오는 10일의 '이라크 컨퍼런스'는 미국의 진의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란의 한 전직 관료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다음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이것은 시아파와 수니파 간의 전쟁이 아니다. 이란과 아랍세계의 은폐된 전쟁이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들은 결코 지역적 문제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미국과 이란 사이의 대립이며 아랍 국가들은 미국과 이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서 미국과 함께 가는 길을 선택했다."

이란과 아랍세계 간의 오랜 대립은 보통 시아파와 수니파로 나뉜 종파 갈등으로만 여겨져 왔으나 사실 아리아인으로 구성된 이란은 아랍인들의 세계에서는 '이방인'으로 취급받았고 여기에 친미-반미 구도까지 얽혀 더 이상 화합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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