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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북정책조정관 누구를 언제 앉힐까?

중간선거 최대 변수…민주당 중진들, 임명 촉구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지난 17일 고위급 대북정책조정관을 임명토록 한 법률에 서명함에 따라 누구를 언제 임명하느냐는 문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북정책조정관은 미국의 대북정책 전반에 대한 보고서를 90일 내에 작성해 대통령과 의회에 보고하는 역할을 맡는 고위급 인사다.

빌 클린턴 전 행정부는 지난 1998년 북한이 대포동 1호 미사일을 발사하자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을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임명해 평양에 파견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북한에 대한 포용과 관계개선 추진을 골자로 하는 '페리 프로세스'를 탄생시켰었다.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원하지 않는 부시 행정부가 대북조정관을 임명하라는 법안에 어쩔 수 없이 서명한 것은 그 내용이 국방예산을 책정하는 법인 '국방수권법' 안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법안 내용 자체에 불만이 많았던 부시 대통령이 북한인권법에 따른 인권특사 임명도 법정 기한을 넘겨 임명된 전례에 따라 조정관 임명을 무기한 늦출 가능성이 있다고도 전망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부시 대통령은 국무부 라인을 통해 북한 정책을 얼마든지 펼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조정관 임명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며 "법에 따라 굳이 임명해야 한다면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에게 겸임을 시킬 공산도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제임스 베이커 적임론' 솔솔

그러나 전문가들은 부시 대통령이 조정관 임명에 아무리 소극적이라고 하더라도 힐 차관보를 시키기에는 격이 너무 낮아 다른 명망가를 등용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조야에서는 아버지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장관을 지낸 제임스 베이커를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임명하거나 대북 특사로 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최근 미국에서도 베이커 전 장관이 대북 특사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지난 11일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베이커 적임론'을 역설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미국 정부는 북한과 직접 대화는 없다고 공언해 왔지만 베이커 전 국무장관 같은 믿을 수 있는 특사를 활용한 비밀협상으로 이런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대북정책조정관에 임명되면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카터 전 대통령(왼쪽)과 베이커 전 장관(오른쪽). ⓒ연합뉴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최근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가장 신임하는 사람이 대북특사로 가는 것이 좋다"며 "그런 의미에서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었다.

베이커 전 장관은 아버지 부시 대통령 때 유럽에서의 냉전 종식 과정을 관리한 경험이 있고 1991년 걸프전 후 중동평화회담을 이끌었다. 2000년 미국 대선에서는 플로리다주 개표 검증 문제가 불거지자 부시 캠프의 입장을 대변하는 등 관록이 있는 외교관이자 정치인으로 부시 대통령에게도 정책조언을 하는 관계로 알려져 있다. 그는 현재도 이라크 정책을 재검토하기 위해 초당적으로 만들어진 미국의 '이라크 서베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따라서 베이커 같은 사람이 대북조정관에 임명된다면 딕 체니 부통령 등 대북 강경파의 기세에 눌리지 않고 북미간의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평가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부시 대통령이 대북정책조정관을 언제, 누구로 임명할지는 11월 7일 중간선거 결과가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민주당이 12년만에 하원 과반수를 차지한다면 대북정책조정관에 중량감 있는 인물을 조속히 앉히라는 압박이 커져 베이커 전 장관 같은 인사를 임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 중진, 부시 대통령에 서한

미국 상원의원 3명이 최근 부시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대북조정관을 조속히 임명하라고 촉구한 것은 이같은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칼 레빈, 조 바이든 의원은 부시 대통령에게 보낸 20일자 서한에서 북한 핵실험으로 고조되고 있는 당면 위기해결을 위해 관련법에 따라 대북정책 전반을 재검토할 고위급 조정관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임명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민주당 상원의원은 북한 핵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란 부시 행정부의 거듭된 다짐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무기는 부시 집권초 1-2개에서 최대 10개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부가 "의회와 협력해 이 중대한 국가안보위협을 다루는 데 필요한 노력을 기울일 때가 왔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부시 대통령은 과거 빌 클린턴 행정부 때의 대북정책 조정관과 같은 "부처간, 정당간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과 신념을 지닌, 정말 고위급 인사"를 대북정책 조정관으로 임명하라고 이들은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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