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게 가진 특별 기자회견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은 외교적인 해법을 계속 강구해 나갈 것"이라면서 "그러나 북한이 위협하고 있는 이 지역에서 우방을 지키고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모든 방법을 예비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한반도에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실험으로 동북아의 긴장이 높아졌다며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동맹들과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미사일 방어 계획 등 방위협력과,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기술 수출을 막기 위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분명한 목표는 동북아에서의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라면서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고, 유엔 및 우방들과 북한이 현재와 같은 길을 고집할 경우 초래될 결과를 이해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 일본 등 우방들과의 대화에서 필요할 경우 그들과의 안보협정이 이행될 것임을 확인했다며 "우리는 동북아의 안보 의무가 있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역내 우방 및 유엔 안보리 협력' 강조
부시 대통령은 북한 핵실험에 대해 "세계평화와 안전에 대한 위협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규정하고 미국이 핵무장한 북한과 공존할 것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틀렸다"고 비난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와 함께 미국이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음을 거듭 밝혔다며, 군사적 조치를 검토하기 전에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북한과의 양자협상에 대해서는 과거 클린턴 행정부 때의 양자회담이 실패했음을 지적하며, 북한의 양자회담 요구에 응하지 않고 한국 및 중국, 일본, 러시아 등과의 협력을 통한 다자적 접근을 고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과거의 교훈으로부터 양자협상은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김정일이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마음을 바꾸도록 하는 최선의 길은 다른 나라들과 같은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결정했고 그게 최선의 전략임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핵실험에 맞서 "북한 체제에 대한 심각한 대응조치"를 이끌어내기 위해 역내 우방 및 유엔 안보리와 협력하고 있다며 한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가 북한 핵실험을 강력히 비난한 데 대해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특히 유엔 안보리 결의가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기술 수출을 막고, 핵미사일 능력에 도움이 되는 금융거래를 저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를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중국도 대북 제재 동참하라' 메시지
부시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실험 직후인 지난 9일 발표한 성명에서와 마찬가지로 '외교적 해법'을 강조해 북한을 당장 군사적으로 재제할 의도는 없음을 재확인했다. 특히 북한을 공격할 의도가 없다고 명백히 밝힘으로써 즉각적인 군사 행동의 가능성을 일단 배제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방과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모든 방법'을 예비해 놨다"며 2중적인 태도도 취했다. 이는 유엔 안보리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추가 핵실험 혹은 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할 경우 군사적 제재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로 읽힌다.
'외교적 해법'을 거듭 강조하는 부시 대통령의 언급을 1차적으로 미국의 무력 행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그의 언급에는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대북 제재에 한국과 중국이 '안심하고' 들어와도 된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의도가 더 짙게 깔려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미국의 대북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중국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 두 나라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에 찬성하겠다는 뜻을 표하고는 있지만 군사적 제재가 담긴 결의안에는 반대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과거의 사례로 볼 때 실제 결의안이 채택된다 하더라도 '말로만' 찬성할 뿐 실제 행동에는 옮기지 않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은 '동북아에 대한 안보의무' '무력 불사용' 등을 거론하며 한국과 중국의 제재 동참을 압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클린턴·민주당 때리기'로 핵실험 이용할 듯
부시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또 북한이 핵실험을 함으로써 자신들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다는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상황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클린턴 행정부 때 시도했던 북한과의 양자회담은 통하지 않았다"고 말함으로써 북한의 핵실험이 정책실패라면 그 실패의 씨앗은 자신이 아닌 클린턴 대통령이 뿌린 것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으로부터 최근 나오고 있는 정치공세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공화당의 차기 대선주자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11일 핵실험의 뿌리에는 악행(惡行)에 대한 보상'을 약속했던 1994년의 제네바 기본합의였다며 클린턴 대통령을 비난한 것과 맥이 닿아 있다. 자신들의 대북 정책 실패를 클린턴 행정부에 떠넘기며 설령 11월 중간선거에서 쟁점화가 되더라도 정면으로 맞받아치겠다는 공화당의 전략을 드러낸 것이다.
한편 부시 대통령의 북미 양자회담 거부 역시 민주당을 위시해 미국 내 언론들에서 나오고 있는 양자 대화 요구를 차단하고 6자회담 혹은 유엔이라는 다자틀을 이용해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적 해법'은 양자 외교가 아닌 다자간 '압박' 외교라는 것이다.
● 부시 대통령 기자회견 중 북한 관련 발언 요지 ◇ 북한 핵실험 발표는 국제평화에 대한 위협 = 북한 정부는 이번주초 핵실험 성공을 세계에 공표했다. 미국은 북한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이같은 주장은 그 자체로 국제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에 해당한다. ◇ 유엔 제재 추진 = 북한의 행동에 대해 북한 체제에 대한 엄중한 대응조치가 있도록 역내 우방 및 유엔 안보리와 협력 중이다. 한·중·일, 러시아 등 각국 지도자와 이 문제를 논의했으며 강력한 안보리 결의가 있어야 한다는데 모두 동의했다. 북한의 행동을 강력히 비난한 각국에 감사한다. 한반도 평화는 이런 나라들이 그런 행동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란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필요로 한다. 안보리 결의에는 북한의 핵 또는 미사일 기술 수출을 막고, 핵미사일 능력 개발에 도움이 되는 금융거래나 자산 이동을 저지할 수 있는 조치들이 명시돼야 한다. ◇ 방위 조치 강화 = 미국은 한반도에 핵무기가 없음과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6자회담 공동성명이 제시한 보다 나은 미래를 거부하고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길을 택했다. 미국은 외교적 노력을 확고하게 지속하겠지만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역내 우리의 우방과 국익을 지키기 위한 모든 대안들도 예비해놓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한 탄도미사일 방어협력을 포함한 우방들과의 방위협력을 북한의 도발에 맞서 강화할 것이다. 또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술 수출을 저지하기 위한 협력도 확대할 것이다. 동북아의 평화와 안보라는 우리의 목표는 분명하며, 이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우리는 유엔 및 우방들과 함께 북한이 현재와 같은 길을 고집할 경우 초래될 결과를 이해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다. ◇ 다자회담 통한 외교 노력 계속 = 과거 빌 클린턴 행정부 때 시도했던 북한과의 양자회담은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양자협상은 안 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과거의 교훈으로부터 김정일이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마음을 바꾸도록 하는 최선의 길은 다른 나라들과 함께 같은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결정했다. 우리는 중대한 북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풀고자 한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그렇게 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대통령이 미국민에게 외교가 우리의 첫번째 대안이라고 밝히는 것은 중요하며, 나는 그런 전략을 제시했다. 그게 문제해결을 위한 최선의 전략이라고 굳게 믿는다. 미국 뿐 아니라 이제 중국과 우리의 파트너인 한국이 북한에 같은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희망적이고 중요한 신호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이웃 국가들에게 다른 나라의 생각은 개의치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고 이는 고립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 군사적 대안 관련 언급 = 나는 한국과 일본 등 우방들과의 대화에서 필요할 경우 그들과의 안보협정이 이행될 것임을 거듭 확인했다. 우리는 동북아의 안보 의무가 있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한다. (미국이 핵을 보유한 북한과 공존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는 질문에) 아니다. 그런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틀렸다. (외교노력이 다했을 경우 군사적 대안을 검토할지 묻는 질문에) 외교노력은 다하지 않았다. 그게 내가 설명하려는 것이다. 외교가 반드시 성공할 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다. ◇ 북한 인권상황에 깊이 우려 = 북한 주민들의 인권상황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으며, 그래서 제이 레프코위츠 특사를 임명했다. 우리는 굶주리는 주민들과 북한에 있는 대규모 수용소들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인 납북자의 모친을 만났을 때 가슴이 아팠고, 그래서 더욱 이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려면 미국만의 힘으로는 안 된다고 확신하게 됐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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