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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재개'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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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재개'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전망]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은 '봉합'이자 '마지막 기회'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공동의 포괄적인 접근방안'이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양 정상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6자회담 재개라는 원칙에 합의했지만, 그 '접근방안'의 의미는 무엇이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이 기회 못 잡으면 한국도 할 말 없다"
  
  이에 대해서는 우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미국의 대북 제재가 가시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부시 대통령이 '제재'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6자회담의 책임을 재확인했다"며 '접근방안'을 언급한 것 자체가 이번 회담의 성과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 대북 제재 쪽으로 치닫는 미국의 강경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고 대화의 시간과 기회를 더 확보하게 됐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도록 유도하는 외교적 노력의 여유가 다소나마 생긴 것이다.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 등 미 행정부 내 '협상파'들도 6자회담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가 압도적인 악조건 속에서 '제한된 범위에서의 북미 양자회담'이나 금융제재에서의 유연한 태도 등을 모색할 시간을 다시 얻게 됐다.
  
  이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부시 대통령과 조금 더 시간을 주자는 노 대통령이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마지막 기회'를 확보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한국 측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미국이 했으면 하는 것을 요구했고, 미국은 '받아들이지는 못하지만 생각은 해 보겠다' 정도로 응한 것 같다"며 "마지막 기회를 얻은 건데 그래도 안 되면 한국도 할 말이 없게 된다"고 말했다.
  
  '포괄적'이란 말 속에 담긴 '어두운 그림자'
  
  그러나 '제재를 말하지 않은 것만도 성과'라는 소극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접근방안'의 구체적이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점, 실제로 취할 수 있는 접근법 자체가 극도로 협소하다는 점은 이번 정상회담이 문제의 해결이 아닌 '봉합'에 머물렀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피할 수 없게 한다.
  
  먼저 '접근방안'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것은 양 정상이 구체적인 대응 방식에 대해 실제로 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근식 교수는 "동결된 북한의 계좌를 불법계좌와 합법계좌로 나눠 대응하라거나, 6자회담 안에서 북미 양자회담을 하자는 등 금융제재 문제를 풀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얘기를 많이 한 것 같다"며 그러나 "양측에서 내놓은 안에 대해 최종 합의가 되지 않아 논의를 더 해야 하기 때문에 내용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주 중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가 세부적인 협의를 거쳐 이 문제를 완성할 계획"이라는 송민순 청와대 외교안보정책실장의 말은 양측의 합의가 아직 마무리 되지 않았다는 김 교수의 분석을 뒷받침한다.
  
  '포괄적인 접근방안'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한미간에 이견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긍정적인 조치와 대북 제재 강화 같은 부정적인 내용을 '포괄적'이라는 말 안에 모두 넣어버림으로써 합의를 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것이다.
  
  서동만 상지대 교수는 "정부는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한 국내의 논란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무슨 문제에서건 한미간에 이견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을 상당히 부담스러워 한다"며 "과거에도 늘 그랬듯이 모호한 표현을 쓰는 것으로 한 발짝씩 양보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이어 "포괄적이라는 말에는 미국의 대북 제재를 인정한다는 말이 포함된 것으로도 충분히 해석될 수 있다"며 "표현상의 양보를 통해 문제를 봉합한 것이지 합의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조성렬 국제문제조사연구소 기획실장도 "포괄적이라는 말에 이견을 숨길 수도 있기 때문에 특별한 정책의 변화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정일 위원장 중국 갈까?…'마지막 기회' 잡은 한국이 할 일
  
  6자회담을 둘러싼 한미간의 이견이 '봉합'에 머물렀고 '포괄적'이라는 말에 대북 제재까지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은 탓에 북한이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따라 회담 재개를 위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도 낮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포괄적 접근에는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오면 그 속에서 양자회담을 하겠다 △돌아오지 않는다면 5자, 혹은 그 외의 나라까지 포함해 압력을 강화한다 △안보리 결의안에 따른 제재조치를 강화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을 것으로 추측된다"며 "기존의 말을 되풀이하는 것이고 북한을 움직이기에는 역시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미정상회담을 보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 활로를 모색할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백 실장은 "상황논리에 따라 방중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미국의 입장이 그대로인데 북한과 중국이 만나 뭘 이뤄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김 위원장 방중 가능성은 떨어진다"고 말했다.
  
  서동만 교수도 "미국이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중국도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상황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새로운 국면이 오기 전까지는 상황 악화를 막는 정도의 대응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위기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는 '정상회담 이후'의 시기를 한국 정부가 적극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김 교수는 "남북관계를 시급히 복원하고 북한을 설득해 6자회담 복귀 날짜라도 받아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백 실장은 "쌀ㆍ비료 지원 재개의 기회를 만들고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등 한국이 쓸 수 있는 카드, 수단, 자원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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