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은 오는 14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공동성명이나 공동언론발표문 등을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송민순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라이스 미 국무장관,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 간에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 정상회담 의제 사전 조율에서 합의된 것이다. 이처럼 공동 문서를 발표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양국은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회담 성과만 밝힌 후 각자 별도의 언론 브리핑을 진행할 예정이다.
"양국 이견 때문이 아니라 특별히 더 담을 것이 없어서"
한편 "양국 정상 간 북핵 및 미사일 문제에 대한 견해차가 커서 공동문서를 채택하지 않는 것 일 수도 있다"는 일부 언론의 분석에 대해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한-미 간 이견 때문에 언론 발표문이 안 나오는 것으로 해석하면 곤란할 것 같다"고 반박했다.
윤 대변인은 "(한미 정상간) 기본적인 인식은 작년 경주 회담 때부터 이미 다 반영이 되어서 나와 있기 때문에 특별히 새롭게 담아낼 부분이 없는 한 그 선에서 유지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정상은 지난 해 11월 APEC 와중에 경주에서 단독 회담을 가진 바 있다.
한미 양국이 공동문건을 발표하지 않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노 대통령 임기 시작 이후 지난 다섯 차례의 정상회담에서는 2번의 공동성명과 1번의 공동언론발표문이 채택됐지만 나머지 2번은 공동문건이 채택되지 않았다.
그간 양국 정상은 워싱턴에서 두 차례, APEC 회의에서 세 차례 단독으로 회동했다. 지난 2003년 5월 첫 워싱턴 회동에서는 공동성명이 발표됐지만 2005년 6월 두 번째 워싱턴 회동은 공동문건을 채택하지 않았다.
또한 2003년 10월 태국 방콕 APEC회의에서는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지만 2004년 11월 칠레 산티아고 APEC회의에서는 공동문건을 발표하지 않았다. 2005년 11월 경주 회동 역시 APEC 와중에 열렸지만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진행됐고 양국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현안에 대한 가시적 진전 기대하기 힘들 수도
이처럼 공동문건 미채택이 이례적인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미 정상 간에 모든 의견이 일치한다고 볼 수 없고 실제로 이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의견 일치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공동문건을 채택하는 것은 기술적인 문제"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공동문건을 채택하지 않기로 한 것은 작년 11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장문의 공동성명을 넘어 문서화할 만한 안건이 많지 않다고 보는 것이 주된 이유"라는 이 관계자의 말은 오히려 한미 FTA, 북핵 문제 등에 대한 가시적 진전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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