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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로 체제 아직은 굳건하다"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183> 카스트로 없는 쿠바, 어디로 (중)

지난 1959년 1월 8일, 개선군이 된 카스트로의 혁명군은 쿠바 국민들의 환호 속에 보무도 당당하게 아바나에 입성했다. 쿠바를 장악한 카스트로는 그 해 쿠바가 '사회주의 국가'임을 선언하고 미국 기업들을 몰아내면서 반미를 외쳤다.

이런 카스트로에 맞서 미국은 쿠바를 향해 강력한 경제봉쇄정책을 펼치면서 고립작전을 구사하는 한편 갖가지 방법을 총동원해 카스트로 제거를 노렸다.

초대강국 미국과 첨예한 대립의 각을 세우고도 50년 가까이 쿠바의 혁명 영웅으로 군림하면서 중남미 좌파지도자들의 교장선생 역할을 하고 있는 카스트로의 정치적인 치적은 과연 무엇일까?

현지평론가들은 카스트로가 남긴 혁명유산은 중남미 좌파 지도자들과 민중들을 감동시켜 남미에 좌파 바람이 강하게 불게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독재자라는 서방세계의 비난과 장기집권에도 불구하고 카스트로의 쿠바혁명과 반세기에 가까운 1인 통치는 일단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 지난7월 아르헨 꼬르도바 대학 연설에 앞서 5월의 광장 어머니회 보나피니 회장의 환영을 받고 있는 카스트로 의장. ⓒ일간 그란마,쿠바

필자는 지난달 21일 오후 아르헨의 꼬르도바대학 캠퍼스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행한 카스트로의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호소력 있는 연설에서 왜 쿠바인들이 그에게 열광하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또 서방세계의 강력한 경제규제조치에도 불구하고 50년 가까이 쿠바를 이끌어 온 비결도 어느 정도 짐작이 됐다.

카스트로 생애의 마지막 연설이 될지도 모르는 꼬르도바 대학에서의 3시간에 걸친 그의 연설내용 중 주요부분을 요약한다.

" 나의 형제이자 혁명동지인 체가 성장했던 유서 깊은 교육도시 꼬르도바에서 여러분들과의 대화는 내 일생에서 아주 중요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것이다.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쿠바정부는 기초교육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는 쿠바 전역의 초등학교에 이미 8000여 세트의 TV와 VCR, 5000여 대의 컴퓨터를 보급했으며 이를 태양전지, 소위 '솔라 에너지'를 통해 작동하도록 조치했다. 따라서 향후 쿠바의 초등학교에서는 단 1센트도 에너지를 위한 투자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우리 정부는 또한 정보통신과학분야 교육을 위해 새로운 대학을 설립했다. 이를 각 지방대학으로까지 확산시켜 21세기를 향한 최고의 IT교육의 장으로 키울 예정이다. 현재 8000여 명의 학생들이 이 분야를 공부하고 있는데 학생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나는 이들 손에 쿠바의 장래가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정부가 의학도 양성에 진력하고 병원설비를 지속적으로 늘여나가는 건 쿠바는 섬나라이고 기후가 습해서 기관지 천식환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이나 영국 등의 나라들이 안고 있는 동일한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의 의료진은 모든 종류의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 24시간 대기체제를 유지하며 이들을 치료하고 있다. 물론 수술비는 전액 정부가 부담한다. 우리의 가련한 북쪽 이웃(미국) 국민들이 이런 사실이나 제대로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태풍피해 대처능력 쿠바가 미국을 앞섰다'
▲ 자신의 건강을 우려해서일까.측근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일정을 늦추면서 까지 알따 그라씨아에 있는 체 게바라 박물관을 방문한 카스트로. ⓒ일간 그란마,쿠바

쿠바는 현재 인구비율로 따졌을 때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의사들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다. 이를 기본으로 우리정부는 전세계 71개 국에 3만여 명의 의사들을 파견해 빈민들의 질병 구호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쿠바의 대학에는 현재 1만 명이 넘는 제3세계 국가 학생들이 쿠바의 의술 등을 무료로 배우고 있다. 쿠바인들에겐 양키들의 과도정부를 위한 교육과 의료혜택 등의 지원계획이 필요 없다. 오히려 수천만의 미국 시민들이 누리지 못한 각종 혜택들을 쿠바 국민들은 누구나가 자유롭게 누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부시와 그의 관료들이 쿠바로 와서 우리의 교육시스템과 의료기술 등을 시찰해볼 것을 요구한다. 그런 다음에 쿠바를 돕기 위한 지원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우리는 몇 차례의 거대한 태풍으로부터 고통을 당했다. 나는 자연이 그렇게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가는 그런 참혹한 광경을 지금까지 한번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는 외부의 지원 없이 훌륭하게 피해복구에 대처했다.

물론 태풍피해에 대한 완벽한 복구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게 사실이기는 하다. 그러나 가련한 우리의 북쪽 이웃(미국)은 그때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엄습사태) 어떻게 대처했나를 한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한가지 더 추가하자면 현재 쿠바는 유아사망률이 0.4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나는 '꼬마 부시(Bushecito, 카스트로 입장에선 부시 대통령이 '꼬마'라는 표현)'에게 세계적인 도시라는 워싱턴과 뉴욕의 유아사망률을 알고나 있는지 묻고 싶다.

이들은 우리의 실상을 왜곡하면서 전세계를 향해 거짓말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 50년간 이들의 혹독한 경제제재 조치에도 불구하고 혁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오히려 진실이라는 망치로 이들을 한방 먹인 결과를 가져왔다.

최근 쿠바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건사업 가운데는 각종 무력증에 시달리는 환자들 의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정부는 현재 알콜중독, 마약중독, 환경, 향토병, 근친상간 등으로 인한 정신적인 질환과 무기력 증세를 보이는 환자리스트를 완비, 이들의 치료요법을 광범위하게 연구하고 일부는 치료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증세들에 대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쿠바가 유일하다.

여러분들은 지금 쿠바가 실행하고 있는 각종 의료 프로그램들과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환자들이 과연 미국처럼 모든 의료서비스 부분이 민영화되어 있어도 자유롭게 치료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쿠바에서 누구에게나 무료로 행해지고 있는 간단한 수술이라 할지라도 미국에선 최소한 5000달러 이상을 지불해야만 할 것이다. 우리는 질병 없는 완벽한 세상을 만들 수는 없지만 최소한 쿠바에는 입원비가 없어 고통 중에 죽어가는 환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미국도 대쿠바 정책 변화 조짐'
쿠바를 방문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자리를 함께한 카스트로.미국의 대쿠바 전략이 대폭적으로 수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간 그란마, 쿠바.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쿠바와 카스트로를 지탱해주는 100만을 헤아리는 든든한 군 조직 외에도 카스트로를 국제적으로 지켜주는 건 중남미 전역에 널리 퍼져 있는 신진보주의 사상을 가진 정치인들이다. 이들은 지난 70년대의 남미 국가들에서 군정기간 동안 학생운동을 벌인 세대들로서 대다수가 쿠바로 망명하여 그곳에서 대학교육을 받았고 민주화 이후 각자 고국으로 돌아와 이제 중견 정치인들로 변신, 열렬한 카스트로주의자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카스트로 이후의 쿠바는 혁명 이후에 출생한 신세대들을 중심으로 한 좌우의 갈등으로 잠시 혼란을 겪겠지만 곧바로 체제가 무너지는 등의 극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만큼 쿠바 내에서와 중남미 지역에서 카스트로의 혁명의 유산은 굳건하게 자리를 잡았다는 얘기다.

문제는 장기집권으로 인해 엘리트화된 군부와 당정의 고위 실력자들을 향한 신세대들과 우익계 인사들의 불만이다. 그러나 이들이 내세우는 반카스트로 체제의 깃발이 아직은 쿠바 전체를 뒤흔들 만한 폭발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그만큼 쿠바와 중남미에서 카스트로의 영향력은 한동안 흔들림이 없을 거라는 얘기다.

미국 역시 이런 카스트로의 영향력을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미국의 언론들과 일부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대쿠바 정책을 강경책 일변도에서 벗어나게 하는 동시에 인도적인 입장에서 경제지원 등 완화정책을 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지난 50여 년간 이어져 온 대쿠바 무역규제조치부터 우선 해제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으로서도 코 앞의 조그만 섬나라에 불과한 쿠바를 제압하기 위해 힘을 앞세운 강경책이나 군사력을 통한 으름장이 더 이상 효과가 없음을 반세기만에야 인정하기 시작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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