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사회에도 신세대가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신세대와는 다소 개념을 달리 한다. 북한문헌을 통해 보면 북한에서는 청년, 학생 등을 모두 '새 세대'라고 하며 이들은 "주체사상의 가장 열렬한 신봉자, 옹호자", "당의 믿음직한 전투부대, 혁명의 계승자, 당의 근위대, 결사대" 등으로 불린다. 또한 북한의 공식 가치지향에 따르면 새 세대의 삶의 목표 내지 지향은 오로지 당과 수령의 뜻을 받들어 사회와 집단, 조국과 인민을 위해 헌신, 희생하는 "주체형의 공산주의 혁명가"로 거듭 나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알려져 있듯이 실제에 있어 북한 새 세대의 가치관은 공식 가치지향과는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1980년대 말 이래 북한 새 세대의 가치관은 집단중심의 사회지향적인 것으로부터 자아중심의 개인지향적인 것으로 그 변화가 확산, 심화되어 가고 있다.
이를 테면 오늘을 사는 북한의 새 세대는 집단 속에 매몰된 자아를 의식하기보다는 독립적 인격체로서 인생의 주체인 자아를 의식한다. 또한 이들은 국가와 사회, 집단과 인민을 위한 희생, 헌신이라는 원대한 이상 내지 지향보다도 돈과 물질적인 가치를 중요시하며, 국가와 사회에 대한 봉사와 헌신보다는 가족의 생계유지와 자신의 출세를 목적으로 직업 활동을 한다. 북한의 새 세대는 배우자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도 공식 가치지향과는 달리 이상적인 조건보다도 현실적인 조건에 비중을 둔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배우자의 출신성분, 부모의 권력배경, 경제력, 외모, 거주지 등과 같은 현실적인 조건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며 경제난 이후로는 특히 배우자의 경제적인 조건을 가장 중요시 한다.
1980년대 말이래 북한 새 세대들 사이에 가장 뚜렷한 변화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이성관이다. 이는 당국의 직·간접적 통제로 인해 이성교제가 자유롭지 않은 북한 새 세대들 사이에 이성교제와 그에 따른 연애결혼이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데에서도 잘 엿볼 수 있다. 새터민들에 따르면 1989년 평양에서 열린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 이후 새 세대들 사이에 자유연애 풍조가 확산되고 있으며, 새 세대들은 사랑과 결혼을 별개의 문제로 생각하는가 하면 새 세대들 사이에 혼전·혼외 임신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북한 문학잡지에서도 이와 같은 새 세대들의 "비사회주의적 성의식"을 개탄하는 글이 게재된 바 있다.
위와 같은 북한 새 세대의 가치관 변화는 1990년대 중반 이래 식량난을 비롯한 북한의 경제난이 크게 악화되면서 보다 더 널리 확산, 심화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식량난으로 인해 가족부양의 책임을 떠맡은 여성들 사이에 가치관 내지 의식에 있어 이전과는 다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여전히 남존여비사상이 팽배해 있는 북한 사회에서 북한여성들은 '꽃'으로 대상화되어 있으며 가부장적 가정문화 속에서 순종적·희생적 삶을 살아 왔다. 그러나 가족의 식량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여성들은 점차 인생의 주체로서 개성있는 자아를 지향하고 있으며, 우선적으로는 가족을 위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맹목적으로 가족을 위한 희생적·헌신적 삶에 자신을 매몰시키려 하지 않는다. 식량난 속에서 여성에 의한 생계유지가 가능해짐에 따라 여성들은 점차 자신의 존재 의의 및 가치, 자신을 위한 삶 등에 대해 의식하게 된 것이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을 천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최근 북한 새 세대 여성들 사이에 독신 선호 경향이 확산되고 있음은 이와 같은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라 하겠다.
북한 새 세대의 가치관 변화는 노동당 문예정책의 산물인 문학작품에서도 잘 엿볼 수 있다. 긍정인물과 부정인물의 대립과 투쟁으로 갈등을 설정하고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북한 소설에서 공식 가치지향을 거스르는 부정인물로 등장하는 새 세대의 사고와 행동은 종래와는 다른 북한 새 세대의 가치관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예를 들면 1991년에 발표된 작품 『내 고향의 처녀들』에서 부정인물로 등장한 한 여성은 자기 어머니에게 "지금은 남을 위해 바치고 희생하고 하는 걸 다 우습게 생각"하며,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저부터 잘 살고 보자는 것", 그게 "바로 오늘의 현실"이라고 말한다. 2001년에 발표된 단막희곡 『삶의 노래』에서 28세의 새 세대 여성은 자신이 혼기를 놓치게 될까봐 걱정해 주는 직장상사에게, 애인이 있으면 됐지 "꼭 결혼을 하구 가정을 이뤄야만 할가요?"라고 반문한다. 또한 1995년에 발표된 단편소설 『당부』에는 대대로 머슴을 산 할아버지의 "구시대적" 사고에 대해 "벌써 반세기가 지나간 옛일"이라며 반발하는 새 세대가 등장하며, 2003년에 발표된 장편소설 『열매는 봄날에』에서는 한 노인이 새 세대의 태만함과 사상적 해이를 크게 걱정한다.
1980년대 말이래 점차 확산, 심화되어 온 북한 새 세대의 가치관 변화에 있어 직접적인 계기가 되어 상호연관성을 지니고 작용한 요인들은 북한의 식량난을 비롯한 경제난, 그리고 부분적·제한적 체제개방에 따른 외래사조 및 문물의 침투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경제난으로 인한 물질적인 결핍과 생활의 어려움은 새 세대들로 하여금 사상보다는 돈과 물질적인 가치, 일신의 출세와 안락함, 생계유지 등을 중요시하는 자아중심적인 개인지향적 가치관을 지니게 하였으며, 이와 같은 가치관의 변화는 부분적 체제개방에 따른 서구사조 및 문물의 침투로 인해 보다 더 확산, 심화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은 두 가지 요인에 근거해 볼 때,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고 경제난 타개를 위해 북한이 체제개방을 보다 더 확대한다면 북한 새 세대의 가치관 변화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새 세대의 가치관 변화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 또한 북한 새 세대의 가치관 변화는 새 세대들 가운데 일부에게서만 나타나는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가치관 변화와 관련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은 이들의 가치관 변화가 지속적으로 확산, 심화 된다면 앞으로 북한사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새 세대의 가치관은 북한사회 변화의 동인으로서 기능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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