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의 스튜어트 레비 테러금융범죄 담당 차관은 26일 남북경협 자금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사용되고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 "남북 간 은행거래나 금융거래를 놓고 볼 때 관련 자금이 북한의 WMD 개발에 이용될 정도로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주 한국,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를 방문하고 돌아간 레비 차관은 이날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사실 개성공단 개발이나 금강산 관광 같은 사업은 국제금융체계를 보호하는 측면에서 볼 때 주요 우려사안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지난 17일 서울에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등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만났을 때 "그런(남북경협) 사업들에 관해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은 없다"고 밝히고 "미사일 개발을 통한 WMD 확산과 같은 북한의 불법행위가 국제금융체계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하고 있고, 따라서 이로부터 격리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북한의 WMD 자금을 차단하는 데 있어서 한국은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면서 "비단 북한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의 불법 금융활동을 막는 데 있어 한국은 미국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WMD를 확산하거나 마약밀매에 가담하는 자 또는 테러리스트들을 국제금융체계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 과정에서 한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행의 북한계좌 동결 여부, 한-미 발언 엇갈려
레비 차관은 미국으로부터 지난해 9월 북한의 불법거래 창구로 지정돼 북한계좌 40여 개가 동결된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과 관련해 "BDA 조사과정에서 북한 정부가 다른 불법행위에도 개입한 혐의를 포착했다"며 "지난해 9월 BDA를 '돈세탁 우려대상'으로 지정했을 당시 드러난 사실은 말 그대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행(Bank of China)의 북한계좌가 동결됐다는 보도에 대해 "중국 정부와 북한의 불법 금융활동에 대해 논의했고 이 문제에 대해 중국과 협력했다"면서 "중국 측에 관련 정보를 제공했고 중국 측이 적절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더 이상은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레비 차관의 이같은 발언은 중국의 국영 상업은행인 중국은행이 마카오 지점의 북한 관련 자산을 동결했다는 최근의 언론보도를 시인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토니 스노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26일 중국은행의 동결 조치에 대해 "긍정적이고 고무적이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는 24일에도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해 중국은행이 북한관련 자산을 일부 동결한 사실을 파악했다고 전한 바 있다. 이 통신은 중국이 이런 조치를 취한 시기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히지 않고 "7월 4일 미사일 발사 이전"이라고만 전해, 이런 조치가 미사일 발사 정국과 관계된 것이라기보다는 BDA에 대한 미국 재무부의 제재조치와 관계된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송민순 청와대 외교안보정책실장은 25일 "중국이 설사 (계좌동결을) 했다고 하더라도 미국에 얘기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국제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조심은 할 것이다. 동결은 안 한다"고 말해 중국의 동결조치 사실을 부인했다.
한편 레비 차관은 미국이 1999년 일부 완화했던 대북 경제제재 복원을 검토 중이라는 일부 보도에 대해 "한국 측과 비공개로 논의한 사안이라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미국이 고려 중인 선택방안 중 하나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시인했다.
유엔 결의안과 관련해 레비 차관은 "역사적이라고 할 만큼 중요한 조치"라고 평가하고 "결의안이 완전히 시행되면 북한에 WMD 자금을 제공하는 기업들은 국제금융체계에 접근하기가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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