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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발사 하루만에 北 공식발표, 그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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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발사 하루만에 北 공식발표, 그 속내는?

[분석] 직접대화 촉구하고…정치적 의미는 축소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 하루만인 6일 미사일 발사 사실을 시인하고 "6자회담과는 무관하다"고 말한 의미는 무엇일까.
  
  이는 무엇보다도 미사일 발사는 6자회담이라는 다자 테이블에서 논의할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의 양자협상 이슈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 발사를 6자회담과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하고 있는 미국과 한국의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하고 1998년의 경험대로 미국과 일대일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을 방문중인 송민순 청와대 외교안보정책실장이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만나며 '6자회담 틀 내에서의 문제 해결'을 천명하는 등 자신들의 의사와는 상관없는 논의가 확산되는 것에 쐐기를 박겠다는 뜻이다.
  
  '미사일 발사도, 발사 발표도 6자회담과 무관'
  
  여기에는 '그토록 문제가 된다면 빨리 양자협상에 나오라'는 대미(對美) 재촉의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이는 "앞으로도 자위적 억제력 강화의 일환으로 미사일 발사 훈련을 계속하게 될 것"이라는 외무성 대변인의 답변 말미에도 잘 드러나 있다. 가장 하고 싶은 말을 장문의 발표문 끝에 남겨두는 북한식 화법으로 볼 때 미사일을 통해 북-미 혹은 북-일 직접대화를 압박하겠다는 의사를 뚜렷이 드러낸 것이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핵과 미사일은 별개의 문제이고 6자회담에서 핵이 해결됐다 하더라도 미사일을 별개의 카드로 쓸 것을 천명한 것"이라며 직접대화 압박에 무게를 두고 설명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양자협의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표적인 상표'지만 이 사태를 마무리하려면 직접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미국에 '명분과 퇴로'를 주기 위한 제스처"라고 해석했다.
  
  북한은 또 미사일 발사뿐만 아니라 이번 발표 자체도 6자회담의 수용 여부와는 상관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흔적이 역력하다.
  
  발표의 상당 부분을 미국·일본과의 미사일 합의 관련 논의에 할애하고 있으면서 6자회담은 단 3번만 언급하고 있다는 점, '6자회담의 공약을 지키려는 의지는 변함이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는 점 등은 6자회담을 포기하느냐 마느냐로 논의의 초점이 옮겨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발표를 6자회담에 대한 긍정적 혹은 부정적 '시그널'로 해석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책임은 미·일에!' 강조도 핵심 메시지
  
  직적대화 압박과 더불어 이번 발표가 가진 또다른 핵심 메시지는 미사일 발사의 정당성이다.
  
  외무성 대변인은 "성공적인 미사일 발사는 자위적 군사력 강화를 위해 우리 군대가 정상적으로 진행한 군사훈련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눈여겨 볼 점은 그가 '장군님의 영도'나 '미 제국주의' 같은 정치적 용어를 단 한번도 사용하지 않는 대신 '정상적으로' 혹은 '일환'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는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정치적인 의미를 철저히 배제하면서 국제사회가 그리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니라고 의미를 축소하는 동시에, '자위적'이란 말로 행위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어 미국과 일본이 약속을 위반해 미사일 발사유예 선언의 효력이 정지됐음을 주장하는 데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기도 했다.
  
  김근식 교수는 "이번 발표는 자신들의 미사일 실험에 대한 정당성을 주요 메시지로 삼은 것으로, 미국과 일본이 기존의 합의를 위반했다는 것을 다시금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처럼 되면 안 된다'는 인식 또한번 드러내
  
  한편 외무성 대변인은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북한의 기본 인식을 다시 한번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바로 '이라크가 핵이 없어 미국에 당했다'는 인식이다.
  
  그는 "힘의 균형이 파괴될 때 불안정과 위기가 조성되고 전쟁까지 벌어진다는 것은 역사의 교훈이며 오늘날의 이라크 사태가 보여주는 국제관계의 냉혹한 현실"이라며 "우리에게 막강한 자위적 억제력이 없었더라면 미국은 악의 축, 핵 선제공격 대상으로 지정한 우리를 몇 번이고 공격하였을 것이며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는 엄중히 파괴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과거 김영남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 등이 핵·미사일 같은 '억지력'을 가져야 미국과의 '힘의 균형'을 형성해 이라크처럼 되지 않는다고 말해 온 것과 일맥상통한다.
  
  전문가들은 또 발사 4일만에 '인공위성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던 1998년 대포동 1호 때와는 달리 발사 다음날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시인해버린 '발표 양태'에 대해서도 의미를 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재제안을 논의하고, 중국도 당혹감을 금치 못하는 등 국제사회의 발 빠른 조치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사실 여부는 모르겠지만 대포동 2호가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미사일 무역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한 북한이 '성공적인 미사일 발사'라는 말로 그같은 평가를 무마하기 위해 발표를 앞당겼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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