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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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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태규 명리학 <240>

아직 우리는 변방이다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야 월드컵 16강에 그럭저럭 무난히 진입할 수 있을까? 스위스에게 패한 날 아침, 잠들기도 늦었고 해서 일찍 사무실로 나오면서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거리는 뜨거운 물에 담그고 돌소금에 절여 풀이 죽은 배추와도 같았다. 토요일 아침이라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거리 모퉁이에서 술에 취한 음성의 '대-한민국'이 간간이 들려왔다. 유혈이 낭자한 전장에 널린 부상병들의 신음소리와도 같았다.
  
  '아니, 그 놈의 16강이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 하고 생각해보았다. 몇 시간을 생각한 결과 실로 그것이 대단히 어려운 일, 아주 어려운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 16개의 자리 속에 우리 대한민국은 아직 초대받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다 16강에 들어봤자 실은 그 다음 8강전에서 탈락하는 것이 정상이니 겨우 한 게임 더 하고 비행기 타는 일에 불과하다는 생각이었다.
  
  16강에 들어간다는 일이 어떤 일인가 생각해보자.
  
  오늘날 세계에서 축구 8강을 꼽으라면 다소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브라질과 독일, 네델란드, 아르헨티나,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멕시코 등이 들어갈 것이다.
  
  그 다음으로 16강에 들어갈 나라들을 손꼽아보면 프랑스와 스웨덴, 포르투갈, 체코,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에콰도르, 우루과이 등이 떠오른다. 물론 이론이 있을 수 있겠지만.
  
  어쩌다 16강에 진입하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16강에 진출하려면 선진 8개국에는 다소 쳐진다 해도 그 다음의 8개국에 대해서는 우리가 우위에 서야지만 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다시 말해 앞의 8개 나라에 대해 거의 대등할 수 있어야 하고 다음 8개국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이길 수 있어야 16강이 보장된다는 얘기이다.
  
  이것이 가능한 일인가? 답은 부정적이다.
  
  선진 8강은 한결같이 그 나라 국민들이 축구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나라들이며, 그에 따라 수많은 클럽을 중심으로 엄청난 축구 시장과 기반이 있는 나라들이다.
  
  그 중에서도 부유한 서구의 독일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나라는 시장 규모가 엄청나게 크다. 오늘날 축구는 이 네 나라의 축구 시장을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
  
  선수의 상품성과 수준, 개인기와 능력 모두 이 네 나라에서 인정받지 않으면 최고로 인정받지 못한다. 바로 축구의 중앙무대인 셈이다. 나머지 몇몇 나라들도 자체 시장에서 키워진 선수들을 결국은 중앙 무대로 진출시켜 돈을 벌어들이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치열한 시장 경쟁 속에서 좋은 상품이 나오듯이 축구 역시 치열한 시장이 있어야 그 수준이 높아진다는 당연한 진리를 우리는 모르고 있었다. 한때 우리는 잔디 구장이 모자란 것이 문제인 줄 알고 있었으니 이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인가.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는 단기간에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는 충분히 마치고 시합에 임했음이 분명하다. 좋은 감독에 선수들의 투지나 체력이 최상이었음도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는 16강 문턱에서 좌절했다. 운이 좋았다면 진입할 수도 있었겠지만 사실 16강은 16강일 뿐, 챔피언은 아닌 것이다.
  
  결론적으로 축구 강국이란 자체적으로 강력한 축구 시장을 지닌 나라를 의미한다. 다른 나라와의 시합이라면 애국적 열기를 동원할 수 있다지만, 그것이 아니라 진정 축구 그 자체를 즐기고 사랑하지 않으면 시장이 커질 수 없고 따라서 축구 강국이 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만일 앞으로 우리가 국내 K리그를 키워서 선진 8강의 시장과 맞먹는, 뜨거운 축구 시장으로 만들 수 있다면 아마 우리는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16강에 수시로 드는 것은 물론 8강이나 4강도 가능해질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 우리가 축구를 광적으로 사랑하는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간단하다. 16강에 무시로 드나드는 축구 강국이 되려면 지금부터 우리는 축구에 미쳐들어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빠른 세월 안에 축구 강국이 될 것이다. 여기서 빠른 세월이란 한 20년 정도를 말한다. 그 정도면 고속 성장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축구란 운동이 뭐 밥을 먹여주는 산업도 아닌데 '자, 국민 여러분 우리 지금부터 축구에 모두들 빠져봅시다'라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성질의 것인가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과거 고속의 경제개발시대를 지나 부국이 되었듯이 이제는 축구개발시대를 또 다시 겪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인 것이다.
  
  지난 서울 월드컵의 기적을 포함하여 우리는 그동안 실로 순진하게 그저 열심히 축구 강국으로 가는 길을 달려왔다. 그러나 그것은 아직 우리가 축구 강국의 전제조건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었을 때의 얘기이고 이제 대강은 알아차린 이 시점에 와서 우리의 선택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우리가 고속으로 축구 강대국이 되려고 한다면 정부내에 축구부를 신설하고 축구부 장관을 임명한 연후에 잘못하면 목을 자르고 또 다른 유능한 사람을 앉혀가며 거국적 노력을 다해 축구를 키워간다면 우리는 분명 20 년 뒤면 세계 3위 이내의 축구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우스개 소리가 아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우리 국민 성격상 축구 강대국을 향한 열정-축구를 향한 열정과는 조금 다르지만-이 쉽게 식어들 것 같지도 않다.
  
  더욱이 월드컵을 통해 축구는 지구촌의 문화축제가 되어버린 이 마당에 말이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 축구가 개최되는 해를 음양오행의 관점에서 살피면 흥미로운 점이 있다. 뭔고 하니 월드컵은 호랑이해와 말띠 해, 개띠 해에 개최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인(寅)의 해와 오(午)의 해, 그리고 술(戌)의 해에 열리고 있다.
  
  4년마다 개최되니 그런 것인데 이처럼 인오술(寅午戌)의 해는 합쳐서 12년의 주기 중에서 불의 기운이 시작되어 절정에 달했다가 식어드는 사이클에 해당된다. 이를 불의 삼합(三合)이라 부른다. 반면 하계 올림픽은 원숭이와 쥐, 그리고 용의 해로서 신자진(申子辰)의 해에 열리니 물의 삼합(三合)이라 부른다.
  
  월드컵은 불의 해에 열리니 치열한 문화적 겨룸의 장이고, 물은 국제관계를 의미하니 국가간의 친선을 도모하는 대회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래서인지 참가에 의미를 두는 올림픽보다 월드컵은 순위를 겨루는 대회이다.
  
  그런데 특히 1998년부터 2006년의 기간은 불의 삼합 기간 중에서도 새로운 화기(火氣)가 생겨나는 기간이다. 마무리 해인 2006년, 금년이 바로 병술(丙戌)년이기 때문이다. 마무리 해의 천간(天干)에 불이 오면 새로운 불이 태동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60년간 이어지는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러니 이 기간 중에 월드컵은 그저 축구가 아니라 지구촌의 새로운 문화적 코드로서 자리 잡은 것이니 어떤 새로운 흐름이 있었는가 살펴보자.
  
  먼저 지난 1998년 무인(戊寅)년 프랑스 대회부터 32강이 본선에 진출해서 16강을 가리는 현행 방식으로 확정이 되었으니 문호가 대폭 개방되었다.
  
  그런 연후에 2002년에는 아시아 지역에서 처음 개최되어 축구의 저변을 더욱 넓혔다. 거기에 행인지 불행인지 우리가 4강을 달성함으로써 더더욱 극적인 효과를 얻었다. 이제 아시아의 사람들도 축구에 빠져들 만한 충분한 이유가 생긴 것이다.
  
  이런 새로운 바람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이번 독일 대회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확실하게 보이진 않지만 조만간 그 정체를 나타낼 것이다.
  
  아직 우리는 세계 축구의 변방이다. 우리는 아직 16강 언저리에 있다.
  
  그런데 이런 말에 구태여 열 받을 필요가 있을까? 축구 강대국으로의 길은 또 한 번의 엄청난 노력과 투자가 있어야 하는데도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축구 강대국의 길을 택한다면 축구의 신(神)이 환하게 미소 지을 것 같다. 저어기, 한국 친구들이 미치기 시작했으니 정말 큰 돈이 될 것 같다고 말이다.
  
  (전화:02-419-7250, E-mail :1tgkim@hanmail.net)
  - 김태규의 명리학 카페 : cafe.daum.net/8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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