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와 경찰의 강제퇴거 시도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주민들은 14일 높은 긴장감 속에 하루를 보냈다.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평택범대위) 측은 국방부와 경찰이 15일 새벽 대추리 입구를 봉쇄하고 16~17일로 예정된 논갈이를 막기 위해 수로 등을 파괴할 것으로 보고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14일 저녁 현재 대추리에는 마을 주민들과 100여 명의 노동자·학생·사회단체 회원들이 모여 비상대기 상태에 있으며, 경찰은 대추리와 도두리로 들어오는 주요 길목마다 병력을 배치해 놓고 있다.
***국방부, 평택 주민 논갈이 전에 강제 수용할 듯**
평택 주민들은 16~17일 논갈이를 준비하고 있다. 이 논갈이는 그간 그들이 외쳐 온 구호대로 '올해도 농사짓기' 위한 것인 한편 이 땅을 내줄 수 없다는 의지를 굳히는 행동이다. 이날 전국의 농민들이 대추리 일대의 논을 갈아엎는 '논갈이' 행사를 위해 모여들 예정이다.
이를 막기 위해 현재 1000여 명의 경찰이 대추리로 들어오는 길목에 배치돼 보이는 트랙터마다 검문검색을 하고 있으며, 이 지역 농민인 것이 확인돼야 보내주고 있다. 이 와중에 전농 경기도 연맹 임흥락 정책위원장이 K6 정문 앞에서 트랙터를 몰고 오던 중 경찰의 검문에 걸려 마을 진입이 제지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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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범대위 측은 "현재 전국에서 농민들이 이날 행사를 위해 모여들고 있는 상황이라 곳곳에서 마찰이 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방부나 경찰로서는 대추리 농민들의 본격적인 농사 일정이 시작되면 강제수용 조치에 더욱 거센 반발이 있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그 이전에 강제수용 절차를 시작하려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점에서 이제 남은 날짜는 15일 하루뿐이다.
***"주한미군 추가 감축한다는데 기지 확장이 웬 말이냐"**
당초 평택 범대위 측은 14일 오전 대추리에 공권력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및 주민대책위 등과 함께 당초 예상했던 강제집행 시간에 맞춰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기자회견에서 권 의원은 "내가 지적한 기지이전비용 문제에서도 정부의 거짓말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가 3조~4조 원이라고 발표한 애초의 기지이전비용 부담은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도 8조 원을 넘어서고 있으며 앞으로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영길 의원과 평택 범대위는 기자회견문에서 "정부의 전략적 유연성 인정은 한반도 평화에 크나큰 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며 "이 계획의 하드웨어 격인 평택미군기지 확장을 저지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의 보루"라고 말했다.
또 이들은 "전략적 유연성과의 연관성, 천문학적 이전비용, 환경오염 복구, 현지 주민의 완강한 저항 등 많은 문제들이 우후죽순처럼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군기지 확장 저지를 위한 강제토지 수용절차가 강행되는 것은 엄청난 사회적·재정적 비용을 낭비하는 일"이라고 주장하며 "이는 참여정부의 굴종적이고 반민중적인 대미협상의 필연적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어 "얼마 전 미 태평양 사령관 월리엄 팰런은 미 의회 청문회에서 주한미군의 추가 감축을 강력히 시사했다"며 "일전에 롤리스 미 국방부 차관이 자신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기지면적을 주지 않으면 그 면적에 맞게 병력을 축소하겠다고 협박했던 만큼, 이제는 우리가 같은 논리로 기지 공여면적의 축소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권력을 앞세운 부당한 강제토지수용을 즉각 철회할 것과 강제수용으로 초래되는 모든 결과에 대해 전적으로 정부가 책임질 것 등을 촉구했다.
***미대사관 앞 반미연대집회도 대추리에서 열려**
이날 평택 대추리 옛 대추분교 앞에서는 약 200여 명의 마을 주민과 사회단체 회원 등이 모여 제78차 미대사관 앞 반미연대집회도 열었다. 매달 두번째 주 화요일에 서울 광화문 미대사관 옆에 있는 열린 시민공원에서 열리던 집회가 이날 대추리 강제집행에 함께 대응하기 위해 이번 주는 이 곳에서 진행된 것이다.
이상렬 평택미군기지 확장 저지를 위한 주민대책위 소속의 도두2리 이장은 "국방부가 평택의 농토를 빼앗기 위해 올해 농사를 짓지 말라고 협박하고 있다"며 "그러나 17일 논갈이 투쟁을 통해 한 평도 내어줄 수 없는 우리의 힘을 보여주자"고 밝혔다.
이호성 범국민 대책위 상황실장은 "원정리와 팽성 K-6 기지를 중심으로 1000여 명의 경찰병력이 배치되고 있으며, 또 평택경찰서에서 오늘 오전 대추분교 상황실을 찾아 집회 신고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전달하고 갔다"고 밝혔다. 그는 "국방부와 경찰이 무력으로 합법적인 집회마저 막아내려 한다면 이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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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결의문에서 "한미연합사는 오늘 25일부터 전시증원연습을 실시하고 이와 연계해 야외기종훈련인 독수리 연습을 한미연합으로 실시한다"면서 "이는 미군 3000여 명과 주한미군 1만7000여 명 등 2만여 명의 병력과 항공모함, 스크라이커 부대 등이 참가하는 세계 최대규모의 전쟁연습"이라고 주장하면서 훈련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그 뒤 이들은 미군기지 담장을 따라 "미군기지 확장 막아내고 올해도 농사짓자"등의 구호를 외치며 인근 내리를 향해 행진을 하고 주민들의 밭일 돕기 행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대추리 동리 어귀에 위치한 1500평의 밭에서 버려진 폐비닐과 고철들을 치웠다. 이 밭을 경작하기로 한 평택 범대위 측은 "씨감자를 심을 계획이며 이 감자는 미군기지 확장저지 투쟁이 벌어지는 동안 소중한 식량 대용품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경찰 움직임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평택 주민들과 범대위 등은 경찰 병력의 움직임 하나 하나에 신경쓰며 혹시나 있을 국방부와 경찰의 강제 수용 시도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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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6시 경 미군 기지 안에 있던 경찰 버스가 마을과 인접한 철조망 건너편으로 이동하자 평택 범대위 측에서는 모든 주민과 사회단체 회원들에게 일단 대추초등학교 정문 앞에 모여주길 당부하면서 사태를 주의깊게 관찰하기도 했다.
긴장된 순간이 지나고 최종적으로 1개 중대 병력만이 마을과 가까운 곳에 자리잡자 범대위는 긴장을 유지한 채 저녁식사와 촛불집회 등을 진행했다.
평택 범대위 측은 15일로 예상되는 국방부와 경찰의 강제 퇴거 시도에 대응해 전국의 활동가들에게 결집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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