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하마드 만평 파문을 규탄하던 파키스탄 시위대가 15일(현지시간) 우리 기업인 삼미대우가 운영하는 버스터미널에 불을 질러 수십억 원대의 피해가 발생했다.
만평에 대한 항의 시위로 한국 기업이 피해를 입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버스 17대, 미니밴·승용차 전소**
사고가 난 곳은 파키스탄 북서부 도시 페샤와르로 이날 시위에는 7만 명의 시민들이 운집했다.
서구 문화를 상징하는 KFC, 맥도널드, 피자헛 등의 상점을 습격해 불을 지르던 와중에 시위대 일부가 삼미대우고속운수법인이 운영하는 버스터미널에도 불을 질러 터미널 건물과 버스 17대, 미니밴 3대, 승용차 2대가 전소된 것이다.
방화를 막는 과정에서 파키스탄인 직원 4명도 중경상을 입었다. 회사측은 이 사고로 최소한 30억 원 이상의 물적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
라호르에 주재하는 이제병 법인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위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모든 차량을 터미널에 정차해 두도록 지시했는데 시위대가 밀고 들어와 마구잡이로 불을 질러댔다"고 말했다.
회사측은 사고 발생 직후 라호르의 한국인 주재원 1명을 페샤와르 현지로 급파해 피해 조사와 응급 복구에 나섰다. 이 법인장은 그러나 도시의 상황이 극도로 혼란해 피해 상황이 언제 집계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페샤와르와 이슬라마바드, 라호르 등 3개 대도시에서 시위가 계속되면서 전반적인 상황이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며 "직원들에게 일주일간 휴가를 주고 무조건 피신하라고 시켰다"고 말했다.
이 법인장은 또 "현지인 직원들과 휴대전화로 계속 연락을 시도하고 있지만 자세한 상황은 아직 파악이 안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파키스탄 정부에 수 차례 지원을 요청했으나 당국은 상황이 악화된다는 이유로 경찰 투입을 꺼리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피하고 있으며, 중앙정부와 주정부는 서로 책임회피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피해와 관련해 외교부는 파키스탄 군 정보기관에 교민과 피해 업체를 보호해 줄 것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또 주한 파키스탄 대사관 관계자를 사고 즉시 불러 페샤와르 주 정부의 보호를 요청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라호르는 군이 투입돼 현재 시내버스가 정상운영되는 상황이고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됐다는 소식이 들어왔다"고 전했다.
전날 은행 경비원의 발포로 시위대 2명이 사망한 라호르 지역에서는 이날도 한 명의 시위대가 경찰의 총탄에 맞아 사망하는 등 유혈 사태가 이어졌다.
***독일-이란 관계도 '험악'**
한편 이란에서는 자국 축구팀을 폭탄테러범으로 묘사한 독일 신문 만평에 대한 발발로 이란 주재 독일 대사관이 피습을 당하는 독일과 이란 관계도 악화 일로를 치닫고 있다.
독일의 〈디 벨트〉는 15일 이란 대학생 60여 명이 테헤란 중심가에 있는 독일 대사관에 몰려와 돌과 화염병을 던지는 등 과격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자유의지' 소속의 이들 학생은 "독일은 파시스트며 시오니즘의 충실한 종이다!" "독일에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날 독일 대사관에 대한 과격 시위가 발생하기 이전에 대사관 직원들은 대부분 피신해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독일 일간 타게스슈피겔은 지난 10일자 만평에서 이란 축구선수들이 상의에 폭탄벨트를 두른 채 경기장에 서 있고 그 옆에 독일군 병사들이 경계를 선 모습을 그려넣으면서 그 밑에 "왜 월드컵에서 독일군이 경계근무를 서야 하는가"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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