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위원회의 국정감사 과정에서 초중등 교육의 재정파탄이라는 현실이 폭로됐다.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의 올해 지방채 발행예산액이 이미 3조 원을 넘어 '빚더미'에 올라앉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프레시안>은 지난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이 정부에 의해 발의됐을 때부터 교육재정이 더욱 열악해질 것으로 보고 이와 관련해 우리 사회에서 터져나온 각종 경고의 목소리들을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오히려 교육재정이 확충될 것이라고 호언하며 여야를 설득해 관련법 개정을 강행했다. 여야는 '찜찜한' 가운데 통과된 이 법을 올해 1월에 다시 개정하겠다고 시민단체들에게 약속했으나 이 또한 지키지 못하고 있다.
이에 <프레시안>은 지난해 교육재정의 열악성을 지적했던 김홍렬 서울시 교육위원이 보내온 아래 글을 통해 다시 한번 교육부와 정치권의 무책임성에 문제제기를 하고자 한다. 서울 자양고 교사 출신인 김 위원은 공인회계사로 안건회계법인에서 근무한 경력도 갖고 있다. <편집자>
***"학교신설과 경기침체로 재정파탄? 어불성설 그만두라"**
초중등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의 2005년 지방채 발행예산액이 3조 원을 넘어섰다. 이처럼 교육재정이 극도로 악화되자 각 교육청은 학교운영비를 감축하고 이미 계획돼 있는 학교환경 개선사업을 중단하는 등의 비상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결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가운데 꼴찌 수준인 우리의 학교 교육환경이 더욱 열악해질 처지에 몰린 것이다.
2003년 728억 원, 2004년 6000억 원이던 16개 시도교육청의 지방채 발행액이 2005년에는 3조 원을 초과하게 된 원인으로 교육부는 △학교의 신설 △경기침체로 인한 교육세수의 감소 등을 꼽고 있다. 하지만 2005년 초중등 교육재정의 악화는 2004년 12월 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잘못 바꾸었기 때문이다.
초중등 교육에 대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얼마나 부담해야 하는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규정돼 있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법이 정한 대로 각 교육청에 교부금과 전입금을 배분한다. 따라서 현재의 교육재정 파탄은 이 법이 잘못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2004년 11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10월에 제출된 2005년 정부예산안은 당시의 현행 법이 아닌 정부의 법 개정안을 미리 염두해 두고 편성돼 이미 제출된 상태였다. 정부예산은 현행법에 따라 편성한다는 원칙도 무시된 것이었다.
개정 법안에 따라 편성된 2005년 초중등 교육예산은 당시의 현행 법에 의해 편성됐을 경우에 비해 무려 2조8000억 원이나 줄인 것이었다. 이에 따라 16개 시도교육청의 2005년 본예산은 1조3000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하는 적자예산이었음에도 교육사업비와 교육환경개선사업비를 2004년에 비해 1조9000억 원 줄이고, 교원인건비도 6700억 원이나 부족하게 편성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개정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당시 이미 초중등 교육은 재정파탄이 예정돼 있었던 셈이다.
2005년 시도교육청의 지방채 발행예산액이 추경을 통해 3조 원 규모로 늘어난 것은 본예산에 편성되지 못했던 교원인건비, 교육사업비, 교육환경개선사업비 등의 불가피한 지출을 늘릴 수밖에 없었고, 2004년의 교육세 결손액 1조 원을 2005년에 떠안긴 결과일 뿐이다.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의 2005년 재정파탄의 원인을 학교신설과 경기침체로 인한 교육세수 감소로 설명하는 것은 궁색한 변명일 뿐이다. 2005년 학교신설 예산은 2004년과 비슷한 규모일 뿐이었고, 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하기 이전에 계획됐던 물량보다 오히려 감소한 규모였다.
또한 교육세수 감소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할 당시에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 특히 정부는 교육세 관련 예산을 실제 걷힐 세수보다 크게 부풀림으로써 해마다 시도교육청의 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2005년 교육세수도 수 천억 원이 결손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진표 부총리, 경제관료 출신 '이름값' 하라"**
정부 예산편성은 정확한 세수추정이 바탕이 돼야 한다. 그런데 최근 10년 동안 9번이나 교육세 징수액이 세수 추정액에 크게 못 미쳤다는 것은 정부가 교육예산 규모를 부풀릴 목적으로 교육세 세입예산을 무리하게 높게 책정한 뒤 결손이 발생하면 그 책임을 시도교육청에 떠안기고 있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이 선심성 사업을 남발하는 것이 교육재정 악화의 원인 중 하나라고 주장하면서 서울시교육청이 298개 초중고교의 1만3246개 교실에 798억 원을 들여 벽걸이 가스난로를 최신식 냉난방기로 교체하고 있는 것을 예로 들었다. 정부정책의 잘못을 희석시켜보겠다는 변명에 불과하다.
벽걸이 가스난로는 겨울에 밀폐된 교실 내부에서 도시가스를 태워 난방하는 방식으로, 아이들을 난로에서 발생하는 연소가스에 직접 노출시키고 교실 내 산소결핍을 초래하는 등 심각한 문제를 가진 난방방식이다. 교육부의 주장은 아이들의 건강보다 예산절감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최근 발표된 OECD 교육지표를 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학교교육비 비중은 OECD 평균인 5.8%보다 높은 7.1%로 나타났지만, 이 가운데 2.9%는 학부모가 부담하는 비용으로 학부모 부담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유치원 교육과 대학 교육은 거의 학부모 부담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에 학교교육에 대한 정부 부담의 공공지출은 OECD 평균인 GDP 대비 5.1%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학부모는 학교교육비 외에도 학원비, 과외비 등 GDP 대비 3% 이상으로 추정되는 막대한 사교육비마저 부담하고 있는 형편이다. 학부모의 이같은 막대한 교육비 부담이 우리나라를 출생률이 가임여성 1인당 1.16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로 만들었다.
2005년 초중등 교육재정이 파탄지경에 이르렀고 2006년 이후에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정부가 아직 파악하지 못해서인지, 2004년에 정부가 범한 과오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인지 알 수 없지만 정부가 서둘러 대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가뜩이나 열악한 공교육 환경은 더욱 황폐화될 것이다.
교육계 출신이 아닌 김진표 씨가 교육부총리로 임명될 때 교육계는 그의 임명을 반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가 경제관료 출신이니 어려운 교육재정의 문제를 풀어줄 수도 있으리라는 일말의 기대를 걸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재정과 관련해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지금까지 국민들에게 보여준 모습은 실망을 일으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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