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노무팀 관계자의 노조회의 불법도청 사건으로 불거졌던 KBS 노사 갈등이 벼랑 끝에서 극적 타결됐다. 정연주 사장과 진종철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은 1일 오후 2시 노조 사무실에서 노사화합문에 공동조인, 사건발발 열흘만에 갈등을 매듭지었다.
KBS본부는 31일에 이어 1일 오전 11시 다시 노조 사무실에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어 회사측이 제시한 중재안를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 회사측은 31일 노조측에 △정 사장 명의의 대국민사과 보도자료 배포 △불법도청 사태의 책임을 물어 경영본부장 문책 △노사협의회 기능 정상화 및 강화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중재안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회사측은 이번 중재안에 ‘본부장급 추가 문책’ 등은 넣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비대위 위원들은 2시간여의 토론 끝에 “안팎으로 헤쳐 나가야할 현안이 산적한 마당에 노사가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만장일치로 이번 사태 해결의 전권을 노조 집행부에게 일임했다. KBS본부는 회사측의 중재안을 곧바로 받아들였다.
이와 관련해 노조 관계자는 “회사측의 제안은 노조 입장에서 보면 당장 주어지는 실익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하지만 안팎에서 노사가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고, 회사측 또한 이번 사태에 대해 명확히 책임을 지겠다는 진정성을 보여 이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KBS 불법도청 사태는 지난 3월 23일 오후 노무팀 한 관계자가 노조 중앙위원회 회의를 5시간여 동안 불법 녹취한 것이 노조측에 발각돼 불거졌으며, 노조는 다음날 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9일까지 정 사장의 자진퇴진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 사장은 노조의 이같은 요구를 거부했고, 노조는 30일부터 사장퇴진투쟁의 일환으로 출근저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 사장은 29일부터 31일까지 아예 집무실에서 퇴근하지 않는 방법으로 노조의 출근저지투쟁을 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KBS 기자협회·PD협회·아나운서협회 등 각 부문 직능단체들은 “사장퇴진과 같이 중대한 사안에 대해 노조가 민주적인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노조의 사장퇴진투쟁에 반기를 들었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노조탈퇴 고려 등의 주장을 내놓으며 노조의 입지를 좁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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