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중앙위원회 회의 불법도청 사건으로 불거진 KBS 노사 갈등이 결국 파국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정연주 사장이 자진사퇴 시한일인 오는 29일까지 물러나지 않을 경우 30일 오전부터 출근 저지투쟁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노조, 기자회견 통해 “회사측 제의 거절” 선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진종철)는 지난 27일 오후 노조 사무실에서 2차 기자회견을 갖고 앞서 25일 KBS 경영진이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제시했던 △노사 공동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노무팀 해체 △전 임원진 3개월 자진 감봉처분 등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진종철 위원장은 먼저, 노사 공동 진상조사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노사가 공동으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제안은 정 사장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아울러 이번 사건을 축소하기 위한 시도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미 노조가 당사자와 관계자들을 충분히 조사해 불법도청의 진상을 낱낱이 공개한 상황에서 더 이상 무슨 진상조사가 필요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 위원장은 이어 “회사측은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서도 또다시 이번 사건이 노무팀 한 실무자의 우발적인 범행이었다고 주장하고 노무팀 해체를 선언했다”며 “그러나 노무팀을 해체하겠다는 것은 결국 이번 불법도청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자인하는 것에 불과하며, 더군다나 진상조사를 하자면서 노무팀을 해체하는 것 또한 말이 되지 않는 행동”이라고 반박했다.
KBS본부는 전 임원진 3개월 자진 감봉처분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진 위원장은 “3개월 동안 기본급과 상여금을 깎아도 정 사장은 겨우 6백만원 정도의 금전적인 손실을 볼 뿐”이라며 “한국의 대표적 공영방송인 KBS의 국민 신뢰를 무너뜨려 놓고 겨우 6백만원으로 이를 무마하겠다는 것은 너무한 처사가 아니겠느냐”고 성토했다.
***“직능단체의 ‘신중대응 주문’ 상관 않겠다”**
KBS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 사장의 자진사퇴 시한일인 29일 이후의 노조 대응방안에 대해서도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진 위원장은 “우선 29일 오전에 정 사장 앞으로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건의서를 다시 전달하고, 만약 이도 거절한다면 30일 오전부터 본격적으로 사장 출근저지투쟁에 돌입하겠다”며 “이와 더불어 별도의 법률자문을 받아 관계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불법도청에 대한 정 사장의 법적 책임도 끝까지 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진 위원장은 KBS본부가 정 사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한 뒤 KBS 내부 직능단체들이 각각 성명서를 내어 노조의 신중한 대응을 주문한 것과 관련해 “노조는 사건 발생 직후 이틀에 걸쳐 집행부 회의와 본사 중앙위원, 그리고 9개 시·도 지부장 등이 참가하는 집행위원회 회의를 열고 이 문제를 심도 깊게 논의했다”며 “이제 와서 다른 직능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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