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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좋은 칼럼’ 강기석, '나쁜 칼럼' 류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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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2004년 좋은 칼럼’ 강기석, '나쁜 칼럼' 류근일

민언련 발표, 강 '색깔론 비판' vs 류 '색깔론 공세'

2004년 한국 상황을 가장 정확히 분석한 신문의 사설·칼럼으로 강기석 경향신문 대기자(상무대우)의 글이 선정됐다. 반면 류근일 조선일보 전 주필의 글은 ‘나쁜 사설·칼럼’으로 뽑혔다.

***“강기석 대기자, 경제에 덧씌워진 색깔론 시기적절 공박”**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 이사장 이명순) 신문모니터위원회는 3일 “지난해 1월1일부터 11월30일까지 각 신문에 실린 사설·칼럼을 대상으로 2004년도 ‘좋은 사설·칼럼’ ‘나쁜 사설·칼럼’을 선정한 결과, 강기석 대기자의 글이 뚜렷한 근거 없이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색깔논쟁으로 몰고 가는 일부 경제전문가와 보수신문의 논리를 반박해 ‘좋은 사설·칼럼’에 뽑혔다”고 밝혔다.

민언련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분석과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함에도 이들은 오히려 ‘현 정권의 좌파정책 때문에 경제가 불황’이라는 식으로 색깔론 공세를 펼치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강기석 대기자의 글은 균형 잡힌 시각에서 제대로 된 경제 진단을 요구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강기석 대기자는 경향신문 2004년 10월 20일자에 실린 <우파를 공격하는 좌파> 제하의 칼럼에서 “구체적인 정책을 논하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그에 비쳐지는 정권의 한계, 혹은 무능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정권의 성격 그 자체가 불황의 원인이라는, 전혀 경제전문가답지 않은 비논리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경제 불황의 원인에 대해서도 △IMF 이후 대량실직과 고용 불안정, 그리고 갈수록 커지는 소득불균형에 따른 내수부진 △단기 수익만을 노리는 영미식 주주자본주의가 투자부진의 한 요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강기석 대기자는 경제위기가 ‘좌파적 비효율성’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국가 경쟁력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북유럽 사회민주주의 국가를 예로 들어 반박하는 한편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좌파정책이라고 공격하면서도 정통경제학의 눈으로 보면 진짜 좌파적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정부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책을 해결방안으로 내세우고 있는 보수신문들이야말로 ‘우파를 공격하는 좌파’”라며 일부 보수신문의 이율배반적 행태를 꼬집기도 했다.

***“류근일 전 주필, 내전까지 선동”**

반면에 민언련은 ‘나쁜 사설·칼럼’에 류근일 조선일보 전 주필의 복귀칼럼 <이대로 가면 亡할 수도 있다>(2004년 9월 21일자)를 선정했다. 지난 2003년 3월 조선일보에서 정년퇴임한 류 전 주필은 이 칼럼을 통해 다시 조선일보 지면에 복귀한 바 있다.

민언련은 선정 이유과 관련해 “지난해 이른바 ‘보수’를 자청한 수구 기득권 세력들은 개혁에 대한 ‘조직적인 저항’ 움직임을 보였고, 이러한 가운데 보수 신문들은 이같은 개혁에 대한 저항을 ‘보혁갈등’으로 물타기 하며 수구 기득권 세력들의 저항을 부추기는 모습을 보였다”며 “특히 류근일 고문의 관련칼럼은 현 국내 상황을 왜곡하며 심지어 ‘내전’을 선동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프레시안>도 류 전 주필의 관련 칼럼과 관련해 지난해 9월 21일자에서 이를 비판한 바 있다.

류 전 주필은 이 칼럼에서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은 과연 어떤가? 한마디로 우리는 또 망할 수 있다. 아니, 이대로 가다가는 망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단언하고, 그 근거로 △386정권의 무능 강성노조 문제 등을 나열했다. 또,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야당이 계속 대안권력으로서의 투쟁력과 상품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국보법에 대한 입장을 바꾼 박근혜 대표를 향해 간접적으로 강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류 전 주필은 이어진 글에서 당시를 ‘내전’ 상황으로 규정한 뒤 범자유민주진영의 전면 봉기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세상이 이런데도 대한민국이 적어도 인민공화국보다는 몇 백배 몇 천배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도무지 싸울 생각도, 싸울 채비도, 싸울 실력도, 싸울 노하우도 없는 것 같다”고 개탄하며 “그래서 우리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처해 있다. 타성과 무기력과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이대로 그냥 속절없이 떠내려가느냐, 아니면 심기일전으로 이 내전(內戰) 상황에서 하나의 힘 있는 전투세력으로 거듭나느냐의 갈림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좌파에 맞서 자유민주진영이 내세울 담론은 “대한민국을 살리고(업그레이드시키고) 북한주민을 구출하자”라며 “이 담론을 축으로 해서 좌파 통일전선에 맞설 힘 있는 범자유민주 대안진영을 성급히 창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모두가 일어설 수만 있다면, 이 내전은 자유민주 진영의 승리로 역전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좋은 사설·칼럼’으로 뽑힌 강기석 대기자의 글과 ‘나쁜 사설·칼럼’에 뽑힌 류근일 전 주필의 글 전문이다.

***강기석 <우파를 공격하는 좌파>**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보다 더하다는 요즘의 경제불황을 분석함에 있어, 일단의 경제학자들이나 언론인들은 정권의 좌파성향 때문이라는 용감한 주장을 끈질기게 펼치고 있다. 구체적인 정책을 논하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그에 비쳐지는 정권의 한계, 혹은 무능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정권의 성격 그 자체가 불황의 원인이라는, 전혀 경제전문가답지 않은 비논리로 일관하는 것이다. 딴은 이들도 이 정권이, 다른 분야는 몰라도, 최소한 경제정책에 관한 한 ‘시장경제를 망칠만한 좌파적 정책’을 구사한 바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이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 최고의 지식인들이랄 수 있는 이들의 터무니없는 비논리 속에서 경제회생의 길을 찾기는 불가능하다. 경제가 어려우면 가장 고통받게 마련인 서민들의 분노를 부추겨 개혁정책에 딴죽을 거는 것이 고작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우선 그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야 해결책이 나오는 법이다. 진정 ‘경제전문가’라면, 우리 경제를 한번쯤 IMF 이후 이 땅을 휩쓸었던 엄혹한 구조조정과 케인스의 유효수요이론을 연결해 설명해 주는 것은 어떤가. 불황은, 나아가 공황은 유효수요가 생산을 따르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면 IMF 이후 대량실직과 고용 불안정, 그리고 갈수록 커지는 소득불균형에 따른 내수부진이야말로 한국경제가 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근본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추론은 경제학원론 수준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 아닌가. 이미 쓸 만큼 쓰고 있는 부자들의 지갑을 열어 달라고 애원하기보다는, 쓰고 싶어도 쓸 돈이 없는 다수의 호주머니를 채울 방도를 찾는 것은 어떤가.

부자들의 지갑 이야기는 소비뿐 아니라 투자에도 적용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투자 부진이 좌파정권의 오락가락 정책 때문이라는 타령을 반복하기보다는, IMF 이후 우리 기업들의 주식을 헐값으로 사들여 주주자본주의를 강제하고 있는 외국자본의 문제점들을 들여다보는 것은 또 어떤가. 오로지 주주들의 단기수익만을 목표로 하는 주주자본주의는 경영자들로 하여금 구조조정에 매달리게 하고 국가경제의 미래를 위한 장기투자를 외면하게 만드는 주범이라는 주장에 대한 설명은 왜 없는가.

‘경제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노무현 정부는 안정적인 시장경제를 위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 구축작업마저도 전체 경제의 어려움 때문에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결코 그 반대는 아니다. 만일 ‘경제전문가’들이 좌파적 비효율성 때문에 우리의 국가경쟁력이 11단계나 떨어진 사실에 대해 ‘환호’하려면 먼저 우리보다 훨씬 더 사회주의적인 북유럽 국가들이 왜 국가경쟁력의 상위권을 휩쓸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우리보다 훨씬 더 우파적인 일본이 왜 10년을 잃어버려야 했으며, 열린우리당보다 훨씬 좌파적인 케리와, 한나라당 못지않게 우파적인 부시의 미국이 경제의 부침을 정권의 성격에 결부시키지 않는지에 대한 설명도 듣고 싶다.

2001년 김대중 정부가 구사한 벤처와 카드, 부동산 등에서의 경기부양책 후유증이 현재 겪고 있는 경기불황의 또 하나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건설사업과 정보기술 분야에서 수 조원 규모의 재정사업을 일으키는 이른바 한국판 ‘뉴딜정책’을 펼치기로 했다고 한다.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민생의 눈에 헛것이 보이고 헛소리만 들리는 이 배반의 시절에 정부가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위적 경기부양책은 늘 자금 흐름을 왜곡시키고 소득불균형의 심화 등 부작용만 일으켜 왔던 터라 이같은 정부의 방침이 썩 반갑지만은 않은 것이다. 그러고 보면, 정통경제학의 눈으로 보면 재정의 시장개입이야말로 진짜 좌파적 정책이라 할 수 있을 터인데 그동안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라”고 등을 떼밀어 왔던 이들이야말로 이 정권의 좌편향을 비판해 왔던 이들이 아닌가.

***류근일 <이대로 가면 망할 수도 있다>**

“설마 망하기야 하랴.” 우리는 늘 이런 생각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왔다. 정치가 한심해도, 경제가 침체해도, 그래도 나라가 그렇게 쉽게 망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그만큼 우리는 태평세월을 구가해 왔고, 그 속에서 안일하게 살아왔다. 역사상 그 많은 흥망성쇠를 보면서도, 조선왕조의 멸망과 6.25의 풍전등화를 보았으면서도 우리는 우리가 또 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좀처럼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은 과연 어떤가? 한마디로 우리는 또 망할 수 있다. 아니, 이대로 가다가는 망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386정권이 허구한 날 ‘깽판’을 공언하며 살생부나 만들고, 야당이 계속 대안권력으로서의 투쟁력과 상품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패거리 집단들과 고임금 강성노조가 계속 턱도 없는 억지로 세상을 뒤흔들고, 기업인과 외국투자가들이 계속 지갑 열 생각을 하지 않고, 게다가 무엇보다 ‘친미반북’이 계속 대한민국을 일방적으로 발가벗겨 나간다면, 이 나라는 환갑진갑도 못 채운 채 중풍을 맞고 쓰러질 것이다.

우리는 또다시 자식 손주 아이들 먹일 것 제대로 못 먹이고, 입힐 것 제대로 못 입히고, 대학을 나와도 변변한 직장 하나 얻지 못하고, 사내는 백수, 아녀자는 가출녀, 아이는 부랑아로 전락시키는 길로 자청해서 걸아 들어가고 있다.

‘민족공조’ ‘반제반미’ ‘가진 자 타도’ ‘평등사회’ 등등의 그럴듯한 간판들을 내세워 휩쓸리기 잘하는 풍조, 어리벙벙한 구석, ‘사촌이 땅 사면 배가 아파지는’ 성향을 집단 최면시켜 나라를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로 격하, 편입시키려는 좌파 통일전선의 입장에서 보면 그래서 지금이야말로 50년 만에 거머쥔 혁명의 호기다. 이 땅에 숙청의 회오리가 휘몰아칠 것이고 인민재판식 서슬이 판을 칠 것이다. 50년 동안 구천을 헤매던 빨치산, 남로당의 영가(靈家)들의 염력이 그들의 불타는 증오심에 기름을 들이부을 것이다.

세상이 이런데도 대한민국이 적어도 인민공화국보다는 몇 백배 몇 천배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도무지 싸울 생각도, 싸울 채비도, 싸울 실력도, 싸울 노하우도 없는 것 같다. 이래서 우리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처해 있다. 타성과 무기력과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이대로 그냥 속절없이 떠내려가느냐, 아니면 심기일전으로 이 내전 상황에서 하나의 힘 있는 전투세력으로 거듭나느냐의 갈림길이다.

대치선은 이미 명쾌하게 그어져 있다. “민족이냐, 반민족이냐”가 좌파 통일전선 쪽의 편 가르기라면, 그에 맞서는 진영의 카드는 “전체주의냐, 자유냐” “굶어죽는 체제냐, 열린사회냐” “외톨이 파산국가냐, 세계 속 선진국가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대한민국을 살리고(업그레이드시키고) 북한주민을 구출하자”는 담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 담론을 축으로 해서 좌파 통일전선에 맞설 힘 있는 범자유민주 대안진영을 성급히 창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모두가 일어설 수만 있다면, 이 내전은 자유민주 진영의 승리로 역전될 수 있다. 다만, 이 진영이 이룩해야 할 것은 ‘과거의 단순 복원’이 아니라, 새 주역들에 의한 미래형 ‘디지털 한국’이어야 하기에, 국민적 대안진영을 짤 때는 가급적 깨끗하고 흠 없는 얼굴들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386 주사파도 안되지만 ‘그 때 그 얼굴들’도 떨떠름하게 보는 오늘의 젊은 여망을 간과해선 안된다.

1950년대에 함석헌 선생은 ‘생각하는 국민이어야 산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지금의 이 위기는 바로 그 반대의 국민, ‘생각하지 않았던 유권자’가 현상 타파에만 급급해선 말들어낸 결과였다.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늦었지만 이제라도 제정신 차려야 한다. 무엇이 살 길이고 무엇이 죽을 길인지, ‘반미친북, 폭민(暴民)주의’가 진정 흥할 길인지 망할 길인지, 모두가 두 눈 씻고 똑똑히 바라봐야 한다. 언론의 길에서 비켜 서 있었던 1년 7개월 만에 다시 본 오늘의 현주소는 우리를 분기탱천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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