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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재단 이사진, ‘총성없는 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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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재단 이사진, ‘총성없는 쿠데타’

박기정 현 이사장 재선출, 청와대·문광부 “승인반대” 시사

한국언론재단 이사진이 청와대가 내정한 인사를 제치고 현 박기정 이사장을 재선출해 파란이 일고 있다. 언론재단 이사장은 기존에 사실상 청와대가 내정하면 이사진이 요식적인 절차만을 거쳐 선출해 왔던 것이 관례였기 때문이다.

***이사진, 경선투표 통해 청와대 내정자 탈락시켜**

한국언론재단은 23일 오전 임시이사회를 열어 오는 12월 31일로 임기가 끝나는 박 이사장의 후임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이날 새 이사장 후보에는 박 이사장과 함께 청와대·문화관광부 등이 추천한 모신문사 출신의 S모씨 등이 올라왔다.

S모씨는 노무현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로, 지난해 KBS 사장에 임명됐다가 노조 반대로 자진사퇴하는 등의 아픔을 겪은 바 있다. 언론계는 올해 들어 일찌감치 S모씨가 차기 언론재단 이사장이 될 것으로 점쳐왔었다.

그러나 이날 임시이사회는 처음부터 예전과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이사장직을 놓고 경선투표가 실시된 것도 이례적인 데다가, 모두 12명의 이사진이 참여한 투표에서 양쪽 후보 모두 똑같이 6명씩의 지지를 얻게 되는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이다.

원래 이사진은 상임이사 3명과 비상임 이사 10명 등 모두 13명이지만, 이날은 박 이사장이 후보로 출마한 까닭에 12명만이 투표에 참여하게 됐다. 결국 노정선 현 사업이사 겸 임시이사회 의장은 관련 규정에 따라 1표를 더 행사, 최종적으로 박 이사장의 손을 들어주었다.

언론재단 비상임 이사진에는 한국신문협회,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방송위원회, 한국방송광고공사, 문화관광부 추천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재선출된 박 이사장은 이어진 회의에서 상임 이사진으로 노정선 현 사업이사를 유임시키고, 연구이사에는 고영재 한겨레신문 콘텐츠평가실장을, 신설된 지역신문발전위원회 담당 비상임 이사에는 KBS 기자출신의 이춘발 한국신문방송인클럽 감사를 지명했다.

박 이사장은 함북 출신으로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68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정치부장, 사회부장, 편집국장 이사대우, 동아일보 문화센터 대표이사 사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청와대·문광부 "어떻게 이런 일이…"**

불의의 일격을 당한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23일 오후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할 말을 잃을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현재 후속대책을 논의중"이라고 허탈해 했다.

청와대는 애초 S모씨가 이사장에 선출되면 K모 현 언론재단 연구이사를 유임시키고, 중앙일간지 편집국장 출신의 C모 씨와 또다른 중앙일간지의 현직 논설위원인 K모 씨 등을 새로운 이사진으로 기용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청와대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신문법이 통과되면 언론재단을 언론진흥원으로 확대 개편하면서 이들 인사들로 하여금 언론계 현장에서 참여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언론정책을 실질적으로 투영한다는 '로드맵'도 갖고 있었다.

당혹감은 시간이 지나면서 '분노'로 표출되고 있다. 실제로 청와대와 문광부 일부 관계자들은 언론재단 이사진의 이번 결정을 두고 격앙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를 '항명'으로 받아들인 일부 관계자들은 "이사장에 대한 임명권은 최종적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있다"며 실질적으로 승인 거부에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언론재단의 재원인 방송발전기금과 정부 광고대행권 등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 언론단체 관계자는 "언론재단 이사진의 이날 결정은 결국 언론계가 청와대를 향해 '쿠데타'를 감행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과연 청와대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할만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국언론노조 언론재단지부(위원장 정민)는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 긴급 임시총회를 열고 박이사장의 재선출과 관련해 조합원 토론을 거친 결과 이를 반대하기로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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