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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보수에 잘 보이려 편집권 훼손하나”

만평가들 기자회견, 이재용 화백 “만평은 삽화가 아니다”

이재용 문화일보 화백의 잇따른 <문화만평> 누락 사태와 관련해 전국시사만화작가회의 소속 회원들이 본격적인 단체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이번 사태를 불러온 문화일보 편집국장의 공식 사과와 회사 차원의 문책이 없을 경우 언론 현업·시민단체와 연대해 편집권 독립 차원에서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는 입장도 천명했다.

***시사만화가들 “민주언론 시대에 편집권 전횡이라니…”**

전국시사만화작가회의(회장 손문상·부산일보 화백)는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건을 “편집권 독립을 무력화시키려는 반민주적 폭거”로 규정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이달 들어 세 번째인 <문화만평>에 대한 탄압은 아직도 구시대적인 ‘폭력적 편집권 행사’가 시사만평작가에게 지속적으로 가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며 “더구나 만개한 민주언론의 시대에 독재정권의 탄압 방식을 답습한 편집권의 전횡이 저질러지고 있다는 점에서 언론계 종사자로서 분노를 넘어 서글픔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이에 시사만화작가들은 이 화백에게 가해진 탄압이 단순히 문화일보 내부의 고유한 편집권 행사만으로 볼 수 없으며, 시대정신의 요청인 언론개혁을 방해하고 편집권 독립을 무력화시키려는 세력들의 반민주적 폭거로 간주해 분연히 맞설 것임을 선언한다”며 “문화일보는 이 화백의 만평을 일방적으로 누락한 데 대해 사과하고, 책임자인 편집국장을 문책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백무현 서울신문 화백은 “시사만화가 회사의 편집방향과 일치해야 한다는 생각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더군다나 문화일보의 이같은 요구가 올해 사장과 편집국장의 교체 이후 보수논조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점을 감안한다면 이데올로기적 탄압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논평했다.

김상돈 경인일보 화백은 “문화일보는 이번 사태에 대해 사설과의 논조 불일치를 줄곧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평은 일종의 기명 칼럼으로서 굳이 사설과 일치해야할 이유가 없으며, 만약 이를 수용한다면 시사만평은 일개 삽화로 전락하고 만다”고 비판했다.

장봉군 한겨레신문 화백은 “편집국장 또한 고유 권한에 따라 지면에 실리는 만평의 내용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거나 수정을 요구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화백에게 미리 그려야할 내용을 강요하거나 일방적으로 누락시키는 행위는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다음은 이번 사태의 당사자인 이재용 문화일보 화백과의 일문일답이다.

***“내 생각과 다른 만평 그릴 수는 없다”**

- 어떤 과정으로 만평이 누락된 것인가.
“이달 들어 세 번이나 이런 일이 있었다. 5일자에서는 주로 보수단체들의 집회 때만 개방되고 있는 서울광장을 ‘우익광장’으로 묘사했다가 충돌이 있었다. 당시 편집국장은 이를 두고 ‘우익을 너무 노골적으로 비아냥거리고 있다’고 했다. 이 때도 사설과의 논조 불일치가 다시 제기됐다. 7일자에서는 친북교과서 논란을 일으킨 한나라당의 국감태도를 ‘색깔몰이’로 표현했다가 수정지시도 없이 일방적으로 만평이 빠져버렸다. 18일자는 개혁과제들을 두고 이랬다저랬다 하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가을억새’로 그려냈는데 편집국장은 이를 한나라당에 대한 흔들기로 해석했다.”

- 이미 지난 5월에 편집국장과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문화일보의 경우 경영진이 바뀐 이후 일하는 분위기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사실 ‘사설과 논조를 맞추라’는 요구는 그 때 이미 나왔던 얘기다. 당시 창작활동에 버거움을 느끼고 1주일 동안 휴가계를 내기도 했다.”

- 편집국장의 수정요구가 있을 경우 받아들일 수도 있는 문제가 아닌가.
“올해로 4년 째 <문화만평>을 그려오면서 이전에는 그런 일이 대수롭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논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무엇을 그려야 하는지 강요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만평은 일종의 기명칼럼이다. 내 이름이 들어가는 만큼 내용 또한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 내 생각과 만평의 내용이 따로따로 나올 수는 없지 않은가. 이는 만평을 마치 무기명인 사설의 삽화쯤으로 취급하는 태도다.”

- 현재의 심경을 말해 달라.
“만평이 빠지고 난 다음날은 무척 힘이 든다. 예를 들어 표현하자면, 수많은 관중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골’을 막으려는 사람을 제치고 기술적으로 공을 찔러 넣어야 한다고나 할까. 편집국장 말을 빌리자면 사설은 ‘동’으로 가고 있는데 만평은 ‘서’로 가고 있다고 한다. 동쪽에 뭐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그냥 밟고 지나가도 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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