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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개신교, <한국사회를 말한다> 두고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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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개신교, <한국사회를 말한다> 두고 격돌

KBS 2일 방영 강행, 한기총 “4일 총력투쟁 선포”

KBS가 올해 선교 1백20주년을 맞은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프로그램을 제작·방영하려 하자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반KBS’ 정서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어 주목된다. 앞서 MBC와 SBS 등 지상파방송사들은 자사의 간판급 교양프로그램을 통해 일부 개신교회의 문제점을 다룬 적이 있으나 한국교회 전체를 비판의 대상으로 삼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KBS “어두운 면 감춰온 교회 스스로가 위기 자초”**

KBS는 2일 저녁 8시부터 1시간 동안 방영되는 <한국사회를 말한다>(책임프로듀서 황용호)에서 ‘선교 120주년, 한국교회는 위기인가’를 주제로 한국교회의 문제점을 집중 조명한다.

KBS는 이번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와 관련해 “그동안 한국교회는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급성장 했지만 최근 들어 성장제일주의, 대형화 경쟁으로 ‘이웃사랑’의 기독교 정신이 점차 퇴색해 지고 있어 시청자들과 함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제작진은 한국교회의 문제점과 관련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미디어리서치에 의뢰, 국민의식을 조사한 결과 ‘한국교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31.3%)는 응답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59.3%)는 의견이 과반수이상을 차지했다는 사실을 다룰 예정이다.

전국의 만 20세이상 성인남녀 1천2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여론조사에서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자기교파·자기교회 중심(40.3%) △교회의 대형화·성장제일주의(23.9%) △자격이 부족한 목회자(12.6%) △비민주적 의사결정·불투명한 재정운영(9.5%) △ 세습(5.8%) 등의 민감한 사안들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교회의 정치적 성향’과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47.6%가 ‘보수적’이라고 답했고, ‘중립’은 22.2%, ‘진보’는 18.1%였다. 최근 기독교방송(CBS)의 문제제기로 수면에 떠오른 ‘일제시대 한국교회의 친일부역, 신사참배에 대한 회개나 청산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는 응답이 과반수이상인 53.1%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39.8%에 불과했다.

제작진은 한국이 세계 2위의 선교대국이고, 또 국민의 4분의 1이상이 개신교도임에도 이처럼 한국교회에 비판적인 이유를 그동안 조명되지 않았던 어두운 ‘그늘’에서 찾고 있다. 구한말 이 땅에 복음이 전파된 이래 교회는 국가 근대화와 민주화, 그리고 사회복지 증진에 큰 기여를 했지만 신사참배, 친일, 독재권력과의 유착 등에 대해서는 다른 분야와 달리 항상 ‘성역’으로 남아있었기 때문에 오늘날의 위기를 자초했다는 것이 제작진의 논법이다.

제작진은 한국교회의 ‘환부’로 목사직 세습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강남의 한 대형교회와 불투명한 재정운영으로 마찰을 벌이고 있는 대형교회들도 차례로 방문하고 있다.

***한기총 “기독교 탄압” 주장, 홈페이지엔 자숙 촉구 글 쇄도**

그러나 한국교회들은 아직까지 이러한 비판을 수용하기 버겁다는 입장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한기총, 대표회장 길자연 목사) 소속 교인 1천여명은 지난 9월 30일 오후 KBS 본관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인 데 이어 오는 7일까지 관련 항의집회를 KBS 본관 주변에서 연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한기총측은 “방송 당일인 2일에도 오후 4시부터 KBS 본관 앞에 집결해 방송철회를 강도 높게 요구할 것”이라며 “만일 KBS가 해당 프로그램의 방송을 강행할 경우 4일 서울시청 앞에서 ‘대한민국을 위한 비상구국기도회’를 열어 KBS의 기독교 탄압을 규탄하고 KBS에 대한 수신료 거부 및 수신료 분리 납부를 위한 1천2백만명 서명운동도 선포하겠다”고 강공을 폈다.

하지만 한기총의 홈페이지에는 이러한 기독교계의 반발을 질타하는 네티즌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네티즌 백중환 씨는 “방송을 막는다고 잘못한 것이 없어지지는 않는다”며 “일부 정치인 같은 목회자는 스스로 반성하고 자숙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네티즌 이명훈 씨는 “나도 교인이지만 한국교회가 어두운 역사를 갖고 있고, 또 일부 대형교회들이 투명하지 않게 예산을 집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 않느냐”며 “KBS 앞에서 시위를 벌일 것이 아니라 방송내용을 보고 거짓이 있다면 응당 책임을 묻고, 또 그렇지 않다면 기독교계가 반성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남겼다.

네티즌 장서형 씨는 “1시간짜리 프로그램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볼지 알 수 없지만 이를 ‘탄압’이란 이름으로 성도들을 거리로 내몰 만큼의 명분이 있는 일인지, 그리고 우리가 정말로 그렇게 순경한지, 그것이 하나님의 방법인지 진지하게 반성해 보기를 권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방송사와 종교계의 갈등을 이제는 보다 성숙된 방식으로 풀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방송사 중견PD는 “솔직히 방송사들이 연례행사처럼 잊혀질만 하면 종교문제를 꺼내는 것에 대해 방송관계자들 또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진정 양쪽 모두 우리사회의 성숙을 바란다면 이같은 소모적인 충돌보다 종교문제를 사회의제로 설정해 국민들과 함께 토론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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