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우리당 등에 '반론방송' 허용키로

KBS-MBC 노조 공방위서 '한나라 경선중계' 맹성토

한나라당 대표경선 TV토론 생중계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위원장 김영삼)와 MBC본부(위원장 최승호)는 25일 오후 각각 회사측과 공정방송위원회를 갖고 중계방송 불가방침을 급선회한 배경과 차후 다른 정당의 반론권을 어떤 식으로 보장해 줄지의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KBS, 다른 정당에도 반론권 주기로**

KBS본부는 25일 오후 열린 공정방송위원회에서 회사측이 내부 구성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갑작스럽게 입장을 번복한 이유를 집중 추궁했다.

이 자리에서 회사측은 줄곧 ‘전략적인 선택’을 강조했고, 반면 노조측은 “정치권이 방송 편성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비판여론이 비등한 시기에 입장을 번복한 것은 내부는 물론 외부적으로도 적절치 않은 판단이었다”고 따졌다.

회사측은 노조의 집중 추궁이 4시간 동안 이어지자 “결과적으로 아쉬움은 남는다”며 사과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측은 또, 차후 똑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회사측에 합의문 작성을 요구했다.

합의문은 △지난 3월 21일 방송한 ‘한나라당 대표경선 5인 토론’ 편성 과정상 충분한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노측의 지적과 관련해 노사는 향후 선거 토론 방송에 있어 <2004 KBS선거방송 준칙>을 충실히 지키도록 노력 한다 △노사는 한나라당 대표경선 5인 토론 에 대한 시청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2004 KBS 선거방송 준칙>이 정한 기준에 따라 반론권 보장 등 충실한 선거방송이 되도록 노력한다 등 모두 2개항으로 구성돼 있다.

한편 노사 양측은 한나라당 대표경선 TV토론 중계이후 열린우리당 등으로부터 반론권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가 들어오고 있는 점을 감안해 4월2일 이전에 같은 시간대에, 같은 시간분량 만큼의 반론 방송을 편성키로 합의했다.

***MBC, “중계방송 요구 들어오면 검토”**

MBC 노사도 25일 오후 3시 30분부터 공정방송위원회를 열고 한나라당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대표경선 TV토론을 생중계한 것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노조측은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기에 보도국 내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입장을 번복한 것은 구성원은 물론 시청자들에게 사과입장을 밝혀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여론수렴이 다소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만약 다른 정당에서 비슷한 요구가 들어온다면 중계방송을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반론 편성, 또다른 불씨 우려**

그러나 두 방송사의 각 정당 반론 편성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이해가 크게 걸려 있어 해결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KBS는 민주당,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자민련 등 4개 정당에 대한 합동 TV토론을 고민하기도 했으나 열린우리당측이 “그렇게 될 경우 3대 1로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거부의사를 밝혀 와 이 또한 성사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MBC는 한나라당 대표경선을 보도 차원으로 접근하는 ‘편법’을 동원했으나 만약 다른 정당이 똑같은 요구를 할 경우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고민이다.

MBC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은 대표경선 자체가 중요한 보도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이를 생중계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다른 정당이 인위적으로 계기를 마련해 보도를 요청해 올 경우 MBC는 빗발치는 정치권의 형평성 논란과 시청자들의 비판여론 사이에서 고민에 빠질 우려가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