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19일‘제2창간’ 선언 10주년을 맞아 “신문의 하드웨어 개혁을 성공했다”며 "우리는 일류신문의 문턱에 와 있다"고 선언했다.
오는 21일은 중앙일보가 94년 ‘제2창간’을 선언했던 날로, 홍석현 현 회장이 당시 2세 경영인으로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날이기도 하다.
***“‘개혁’ 통해 성장, 이제 뒤돌아볼 때”**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은 19일 저녁 호암아트홀 로비에서 열린 ‘제2창간’ 10주년 기념식에서 “10년 전 취임사에서 우리 모두가 위기의식으로 무장하고 냉철한 자기반성을 통해 개혁을 실천하자고 말했다”며 “그로부터 10년, 우리는 일류 신문의 문턱에 와 있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특히 삼성에서의 독립은 재정적, 정신적 독자성을 세우는 기초가 됐고, 그 결과 중앙은 명실상부한 종합미디어네트워크로 성장했다”고 덧붙였다.
홍 회장은 기념사 전반부에서 줄곧 중앙일보가 개혁을 선도해 왔고, 이를 통해 신문업계 전반에 신선한 변화의 바람을 확산시켰다고 강조했다.
홍 회장은 “(이 시점에서) 내일을 향해 뛰기 위해선 한번쯤 뒤를 돌아보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도 말했다. 구체적으로 홍 회장은 ‘반성’을 강조하며 △정확하지 못한 보도로 국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거나 갈등을 키우지는 않았는지 △소외계층이나 사회적,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 소홀 △이념대립에 따른 선의의 피해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였는지를 언급했다.
***과거사 반성하기도**
홍 회장은 또 “권위주의 정권의 압제에 고개 숙이고 기죽어 공정한 보도와 제대로 된 비판을 하지 못했던 점은 지금이라도 독자들에게 깊이 반성해야 한다”며 “특히 80년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을 제대로 보도하지 못했던 점은 두고두고 반성의 자료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이에 앞서 중앙사보(3월 15일자)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가장 아쉬움이 남는 일과 관련해 “(성장과정에서) 시장을 흔드는 공격적인 조치를 취해왔지만 그 과정에서 조금 더 원숙하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과 97년 대선 때도 조금 더 원숙하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가끔 반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홍 회장의 이례적인 ‘과거사 반성’ 언급은 특집으로 발행되는 22일자에도 반영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방송 진출에 강한 의욕**
홍 회장은 중앙일보의 미래와 관련해 “지금은 다매체 시대다. 경쟁도 동종 매체가 아닌 다양한 매체간 전 방위적 다중경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는 중앙일보만이 만들 수 있는 차별화된 지면으로 경쟁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홍 회장의 이같은 언급은 기념사 곳곳에서 나타나듯 앞으로 사회 의제설정을 위한 각종 기획보도에 보다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여기에는 중앙일보가 구축해 놓은 신문 방송 출판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앞으로 보다 공격적인 콘텐츠 마케팅이 이뤄질 것임을 암시하고 있는 것으로 읽혀진다.
실제로 중앙일보는 지난 12일 신문시장의 틈새를 파고들고 있는 무료신문 <메트로>와 콘텐츠 전재 계약을 맺었고, 오는 4월 1일에는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일간스포츠>의 일부 인쇄를 대행하며 중앙일보 배달망을 통해 서비스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중앙일보의 방송진출 의욕은 향후 주목해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홍 회장은 앞서 중앙사보와의 인터뷰에서 “미디어그룹으로 가는 길은 맞는 방향이지만 방송관계법 등 제약이 많다”며 “보도채널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 앞으로 방송분야에도 적극 진출할 의사가 있음을 드러냈다.
언론계 일각에서는 중앙일보가 얼마 전 조선-동아일보와의 정파적 동맹관계를 청산하고 정부에 대한 중립적 보도태도로 전환한 것도, 이같은 전략과 무관치 않은 게 아니냐는 해석을 하고 있기도 하다.
다음은 홍석현 회장의 기념사 전문이다.
***기념사 전문**
친애하는 임직원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 하신 원로 중앙가족 여러분. 우리가 ‘중앙일보 제2창간’을 선언한지 10년이 지났습니다.
10년 전 저는 취임사에서 우리 모두가 위기의식으로 무장하고 냉철한 자기반성을 통해 개혁을 실천함으로써 중앙일보는 물론, 나아가 우리나라 언론계 전반에 신선한 변화의 바람을 확산시켜 나가자고 강조했습니다. 저는 또 우리의 지향점인 21세기 초일류 언론으로서 자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시장경제원리라는 대원칙을 천명했습니다.
그로부터 10년, 우리는 일류 신문의 문턱에 와 있습니다. 여기 계신 임직원 여러분과 지금은 퇴임한 원로 중앙가족 여러분이 합심해 노력한 결과입니다. 여러분들은 정말 위대합니다. 지난 10년은 비록 힘들었지만 개혁을 향한 보람의 역정이었습니다.
처음엔 회의에 찬 눈길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누구나 인정하는 한국의 대표 신문으로 우뚝 섰습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의 노고를 진심으로 치하드립니다.
돌아보면 모든 것이 쉽지 않은 결단의 연속이었습니다. 중앙경제신문을 중앙일보에 통합하고 한국 최초의 섹션신문을 선보인 것이나 조간화, 가로쓰기 모두가 비상한 결단을 요구했습니다. 이같은 하드웨어 개혁의 성공은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신문이 뒤따라올 정도로 신문업계에 새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한편으로는 전문기자와 대기자제, 기획취재에서 위크앤드까지 지면의 차별화와 전문화를 향해 달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앙일보는 수많은 특종을 보도했고, 기획보도에 강한 신문으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또 ‘북한에 예산 1% 지원’과 같은 사회 안팎에 신선한 충격을 주는 의제들을 설정해 여론을 선도해 왔습니다.
회사의 구조도 선진형으로 개편했습니다. 분사를 통한 시너지 창출 전략으로 외환위기를 슬기롭게 넘기고 약진의 발판을 다질 수 있었습니다. 특히 삼성에서의 독립은 재정적, 정신적 독자성을 세우는 기초가 됐습니다. 그 결과 JMN은 이제 신문·출판·방송·인터넷이 어우러진 명실상부한 종합미디어네트워크로 성장했습니다.
존경하는 임직원 여러분. 여러분들이 이룩한 성과는 이처럼 눈부십니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 초일류 신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꼭 거쳐야 할 과정이 있다고 믿습니다. 내일을 향해 뛰기 위해선 한번쯤 뒤를 돌아보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정확한 보도를 위해 우리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반성해야 합니다. 정확하지 못한 보도로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입혔거나 갈등을 키운 일은 없었는지 되돌아 봐야 합니다. 소외계층이나 사회적, 경제적 약자에 대해 배려가 소홀했다는 지적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좌우 이념대립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나 연좌제에 묶였던 이웃에 대해 과연 우리가 얼마나 관심을 기울였는지 되돌아 볼 때가 되었습니다.
권위주의 정권의 압제에 고개 숙이고, 기죽어 공정한 보도와 제대로 된 비판을 하지 못했던 점은 지금이라도 독자들에게 깊이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80년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을 제대로 보도하지 못했던 점은 두고두고 반성의 자료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악성 종양이자 미래 세대에 넘겨줘서는 안 될 지역감정의 치유를 위해 우리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자성해야 할 것입니다. 또 우리 언론인들이 그 동안 오만과 특권의식에 젖어있지는 않았는지, 그래서 일반 국민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이켜 봐야 합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가슴 밑바닥에서 우러난 반성과 사죄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앙금을 풀고 서로 화해할 수 있습니다. 이를 기초로 우리는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한 사회, 분열과 갈등을 통합하는 평화로운 국가, 공존 공영하는 세계 사회, 그리고 역사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힘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임직원 여러분. 우리의 목표는 독자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일류신문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치우침이 없는 공정보도가 가장 중요합니다. 언론의 정도를 걷는 정확하고 불편부당한 신문이야 말로 독자의 신뢰를 얻는 필요조건입니다. 또 정치, 사회, 경제, 이념적으로 만연한 갈등과 분열의 통합조정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합니다.
지난해 ‘시대를 논하다’ 기획은 열린 생각으로 열린 신문을 만들어 가는 중앙일보만의 아이덴티티를 대표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였습니다. 소외 계층과 사회적 약자를 따뜻한 눈으로 배려해야 합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중앙일보가 처음 시작한 자원봉사 운동이나 아름다운 가게 후원 등에 더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도록 합시다.
지금은 다매체 시대입니다. 경쟁도 동종 매체가 아닌 다양한 매체간 전 방위적 다중경쟁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중앙일보만이 만들 수 있는 차별화된 지면으로 경쟁해야 합니다. 정성과 노력이 알알이 밴 정확한 기사, 뉴스의 흐름과 핵심을 읽어내는 분석과 해설, 내일을 보여주고 대안을 제시하는 칼럼으로 업그레이드된 지면을 만들어야 합니다.
중앙일보는 뉴스의 명품 백화점이 돼야 합니다. 일류신문의 추진력은 부장과 차장급 간부들의 강력한 리더십에서 나옵니다. 이들이 상하좌우 커뮤니케이션의 링커로서 합의를 도출하고 의제를 설정하며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독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지면에 어떤 콘텐츠를 담아야 하는지, 부차장급이 서로 협동하며 리드해 가야 합니다. 저는 이같은 일들이 그동안 중앙일보가 그동안 축적해온 내부 역량으로 충분히 가능하며, 그 결과로 중앙일보 미디어 네트워크의 기함인 중앙일보는 머지않아 한국 최고의 신문으로 우뚝 서게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친애하는 JMN 임직원 여러분. 우리는 종합미디어그룹으로 세계 속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신문과 출판 외에 케이블 TV가 있고 아시아 최초의 인터넷 미디어가 있습니다. IHT를 비롯해 뉴스위크, 포브스, 코스모폴리탄 등 세계 유수의 신문, 잡지와 제휴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세계 최대 출판사인 랜덤하우스와 합작해 랜덤하우스-중앙도 출범시켰습니다. 이들 모두의 경쟁력을 강화해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비해야 합니다.
지난 10년은 위대했습니다. 여기 계신 여러분이 이뤄 낸 업적에 동업 타사들은 물론이고 독자와 광고주들까지 경이로운 시선으로 찬사를 보내고 있습니다. 모두가 여러분이 해낸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에겐 또 나아가야할 앞날이 있습니다. 우리를 지켜보며 기대하는 국민이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이 자리는 지난 10년에 대한 자축과 동시에 앞으로의 10년을 위한 다짐의 자리이기도 합니다. 10년 후 우리는 이 자리에 다시 모일 것입니다. 그 때 우리는 세계가 인정하는 일류신문의 임직원으로서 또 다시 지난 10년을 자부심과 자긍심으로 회고할 것입니다. 지난 10년 수고했습니다. 앞으로 10년을 향해 힘차게 달려갑시다.
2004년 3월 19일 중앙일보 회장 홍석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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