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半)강제노역과 구사대 동원으로 우울증에 시달려왔던 유성기업 아산공장 노동자가 4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성기업 아산공장의 유 모(50) 씨는 이날 오후 2시40분께 경기도 평택시의 한 아파트 자신의 방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유 씨는 직장폐쇄로 공장에 고립된 상태에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구사대로 동원돼 동료를 진압하다가 우울증을 겪어 지난 8월 산재 승인을 받은 바 있다. (☞ 관련 기사 : 구사대 동원된 노동자 우울증 산재 인정)
지난 30여 년간 유성기업에서 일해 온 유 씨는 지난해 5월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를 탈퇴하는 조건으로 직장폐쇄 11일 만에 공장에 복귀했다.
그러나 복귀한 뒤 사측은 공장 밖의 금속노조 조합원과의 접촉을 막기 위해 공장 현관문을 걸어 잠갔다. 유 씨는 공장 바닥에서 스티로폼을 깔고 자는 반(半) 감금상태에서 51일 동안 단 이틀을 제외하고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유성기업은 또한 작업 중에 유 씨에게 쇠파이프와 삼각대를 나눠주며 금속노조 조합원과 대치하는 '구사대' 활동을 강요했다. 유 씨는 "오랫동안 함께 일한 동료들이라 마스크나 수건으로 얼굴을 가려도 누군지 알아볼 수 있었다"며 "공장 복귀에 대한 후회와 자괴감, 나를 구사대로 동원한 회사에 대한 배신감에 시달렸다"고 증언한 바 있다.
복귀 이후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려온 그는 회사와 자택에서 총 5차례 자살을 시도한 바 있으며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으로는 아내와 딸 두 명, 아들 한 명이 있다.
공격적인 직장폐쇄 이후 유성기업에서 우울증을 앓는 노동자는 유 씨뿐만이 아니다. 유성기업지회 관계자는 "지난 8월 심리치료를 한 결과 지회 조합원 150여 명 중에 70%가 매우 심각하게 우울하다고 답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조합원 중에 잠을 설치거나 용역 깡패들이 폭행하는 꿈을 꾸거나, 잠꼬대에서도 욕설을 한다는 가족들의 증언이 있다"며 "제 2의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민주노총은 5일 논평을 통해 "유 씨를 죽음으로 내몬 것은 강제노동과 다름없는 노역을 시키며 동료에게 폭력을 행사하라고 강요했던 유성기업"이라며 "5년 집권 내내 노조에 대한 병적 적대감을 드러내며 노조파괴를 선동했던 정부 책임자 또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홍종인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은 지난 10월 21일부터 △노조 파괴 사측 책임자 처벌 및 교섭 성사 △해고자 복직 △제2노조 해산 등을 내걸고 유성기업 정문 앞 굴다리에서 무기한 고공농성에 돌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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