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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도 미래 불안…이젠 '복지국가 단일정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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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중산층도 미래 불안…이젠 '복지국가 단일정당'이다"

[인터뷰] 이상이 '복지국가 만들기 국민운동본부' 공동본부장

많이 배우고 먹고살만한 사람들이 달라졌다. 이런 이들은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아니면 보수정당을 지지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가만히 있어도 중간 이상은 되는 까닭에, 그들에게 변화는 위험한 것이었다. '안정'만큼, 이들의 정치적 선택을 규정하기에 좋은 낱말도 드물었다. 하지만 이젠 변했다.

지난 4월 27일 치러진 분당을 국회의원 재선거 결과가 그 신호다.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71%의 표를 얻었던 분당을 지역구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당선됐다. 석사 이상 학력을 지닌 유권자만 2만7000명에 달하는, 전형적인 고학력 중산층 밀집 지역에서 생긴 변화다.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감, 또는 피로감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이런 해석을 거부하는 입장도 있다. 지난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올해 재·보궐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은 더 근본적인 변화를 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단지 현 정부에 대한 거부를 넘어 신자유주의 시장만능주의 노선에 대한 거부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입장은 분당을 재선거 결과에 대한 해석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먹고살만한 사람들'조차 미래를 불안해한다. 변화에 따른 위험을 감수할 만큼, 그들은 불안하다. 그들도 이젠 사회안전망에 관심을 둔다.

보편적 복지를 지지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것은 그래서다. 사회적 약자만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삼는 게 보편적 복지다. '먹고살만한 사람들'도 복지를 남의 일로 여기지 않게 됐다는 점은, 약자만을 대상으로 삼는 '선별적(잔여적) 복지' 논리의 설득력을 허문다.

마침, 그동안 보편적 복지를 주장해 왔던 대표적인 세력이 '정치 세력화'를 선언했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등이 12일 마련한 '복지국가 만들기 국민운동본부'(복지국본) 출범식이 그 계기다. 이들은 야권을 향해 '보편주의 복지'라는 깃발 아래로 '헤쳐모여'하라고 요구한다. 물론, 깃발을 든 것은 이들이다.

한마디로 '복지국가 단일정당'을 건설하자는 주장이다. 민주당 및 시민사회 일각에서 제기돼 왔던 대통합론(5개 야당이 하나의 정당으로 합치자는 주장)과는 다른 입장이다. 기존 정당을 허물고, '보편적 복지'라는 지향에 동의하는 이들끼리 하나의 정당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양대 진보정당이 먼저 통합한 뒤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하자는 주장과도 다르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은 일찍부터 '보편적 복지'를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복지국본과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복지국본은 민주당을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양대 진보정당과 차이가 있다. 진보정당에게 복지국가는 몹시 중요한 목표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보수 야당과 구별되는 독자적 정체성은 진보정당의 존립 근거이기도 하다. 여러 차례의 대선을 거치며 이런 독자성은 쉽게 허물 수 없는 역사성을 띠게 됐다.

반면, 복지국본 측은 진보 진영이 소수파로 남을 경우 민주당은 더욱 보수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보수 양당구조가 된다는 것. 민주당을 진보적으로 견인해서 보수-진보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똑같이 복지국가를 원하는 이들을 가로지르는, 이런 차이를 어떻게 봐야할까. 간단치 않은 논쟁거리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진보·개혁 세력은 '홍역 앓이'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복지국본 출범을 주도한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를 만났다. 이 대표는 최병모 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김용익 전 청와대 사회정책 수석, 신필균 사회투자재단 이사장,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교수, 이남신 한국비정규직 노동센터 소장, 노혜경 전 노사모 회장, 신기남 전 열린우리당 의장, 박용진 진보신당 부대표 등과 함께 복지국본 공동본부장을 맡고 있다. 이들은 12일 오후 2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출범식을 가진 뒤 전국 16개 광역단위별로 지부 조직 건설에 나설 예정이다. 출범식에는 손학규 대표, 정동영 천정배 이인영 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도 대거 참석해 축사를 할 예정이다.


지난 9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사무실에서 만난 이상이 공동대표는 몹시 바빠 보였다. 그러나 힘든 기색은 없었다. 복지국가를 향한 오랜 포부를 실천에 옮기는 데서 생겨난 신명 때문일 게다. 이날 나눈 이야기를 정리했다. <편집자>

"시장노선의 패배, 불안한 민심은 복지국가를 요구한다"

프레시안 : 전에 만나면 복지 이야기를 했는데, 이젠 정치 이야기를 하게 됐다. '보편적 복지'는 특정 정책만으로 되는 게 아니니까,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그렇다면, 가장 최근의 정치적 사건인 4.27 재보선 이야기를 빠뜨릴 수 없다. 어떻게 보나.

이상이 : 분당에서 민주당이 이겼다. 그런데 이걸 손학규 대표의 중도적 이미지가 중도 성향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어간 것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있다. 피상적인 해석이라고 본다.

본질은 '분당 주민'으로 대표되는 중산층조차 현 정부의 시장만능주의를 거부한다는 점이다. 이번 분당을 재선거는 토건국가 노선과 신자유주의 시장 노선의 패배였다. 그리고 이는 거의 모든 사회 구성원을 불안하게 하는 사회 구조에 대한 심판이다.

카이스트로 대표되는 명문대 학생들도, 엘리트 집단의 문턱에 선 중상류층도 모두 불안해한다. 그것도 자살에 내몰릴 만큼, 극단적인 불안이다. 민심은 불안을 극복할 국가 발전 모델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게 '보편적 복지'라는 철학에 바탕한 복지국가다.

"중산층도 사회안전망 원한다"…"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의 열망을 믿는다"

▲ 이상이 '복지국가 만들기 국민운동본부' 공동본부장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시장만능주의에 반대하는 정당으로 이해했을까. 그래서 민주당을 지지했던 걸까. 그건 아닌 듯싶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보편적 복지'를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않았다.

이상이 : 분당을 재선거의 경우, 손학규 대표가 나홀로 선거, 조용한 선거를 치렀다. 노선과 노선의 대결은 분명히 아니었다. 하지만 이건 선거 전략일 따름이다. 만약 민주당이 자신들의 이념과 노선을 전면에 내걸고 선거를 치렀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그래도 졌을까. 아니라고 본다. 나는 더 의미 있는 승리를 거뒀으리라고 본다. 다만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다른 전략을 택했을 뿐이다.

그동안 정치에 별 관심이 없었던 고학력 중산층이 이번 선거에선 매우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했다. '이대로는 살기 힘들다'라는 불안감을 빼놓고 이런 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까. 역시 아니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보편적 복지에 대한 열망이 중산층에게도 깊이 뿌리내렸다는 뜻이다.

민주당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은 잘 알고 있다. 민주당에 똬리를 틀고 있는 지역주의 세력을 놓고 보면, 한나라당과 뭐가 다른가 싶다. 정책과 노선에선 한나라당과 거의 마찬가지다. 따라서 '지금의 민주당'으로는 복지국가를 만들 수 없다.

하지만 복지국본의 활동이 성공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민주당이 질적으로 다른 정치세력으로 거듭날 수 있다. 지금의 민주당 정치인들을 믿는다는 말이 아니다. 국민의 열망을 믿는다는 말이다. 민생 불안이 극에 달했다. 중상류층까지 불안해 할 만큼 말이다.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열망이 결국 우리 정치를 바꿀 것이다. 불안에 대한 제도적 해법인 보편적 복지를 지지하느냐, 아니랴 라는 전선으로 정치가 재편돼야 한다. 또 그렇게 될 것이다. 이런 구도에선 지역주의나 색깔론이 먹혀들 여지가 없다. 지역주의에 기댔던 정치인들은 생존을 위해 변화를 강요받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된다.

"우리 원칙은 다수파 전략"…"'보편적 복지'는 시대정신"

프레시안 : '복지국가 단일정당'을 주장한다. 민주당을 끌어안는다는 점에서 양대 진보정당과 다르다.

이상이 : 우리 원칙은 다수파 전략이다. 임계치에 달한 민생 불안을 해소하려면, 그 대안인 복지국가를 건설하려면, 집권해야만 한다. '집권' 없이 복지국가 만들기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다수파가 돼야 한다. 민주당을 배제하는 전략은 이런 점에서 현실성이 없다. 물론, 진보정당 통합 후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하자는 논의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논의 역시 현실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본다. 245개 지역구에서 치러지는 총선은 지역구 몇 곳에서 치러지는 재·보궐 선거와 차원이 다르다. 이렇게 많은 지역구를 놓고, 서로 조율해서 선거연합을 한다는 게 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 재·보궐 선거 차원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복지국가 단일정당'을 통해 민주당을 진보 쪽으로 끌어와야 한다. 그리고 이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왜냐고. 양극화와 사회적 불안이 극에 달한 지금, '보편적 복지'가 시대정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대정신을 품고 탄생한 '복지국가 단일정당'은 기존의 민주당과 다를 수밖에 없다. '복지국가 단일정당'이 다수파가 된다면, 보편적 복지는 더 이상 꿈이 아니다. 재정·노동·교육·산업 등 다양한 정책을 '역동적 복지국가'라는 비전에 맞춰 생산하고 조율하는 게 가능해진다.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줄여주고, 이게 다시 도전정신과 창의성, 기업가 정신을 고양하는 선순환 구조를 낳는 게 '역동적 복지국가'다. 민주당을 끌어안는 다수파 전략은 이런 목표를 위해 필수적인 선택이다.

"한·미 FTA는 복지국가에 대한 위협, 저지투쟁에 함께해야"

프레시안 : 결국 가능성과 전망에 대한 이야기 아닌가. 현실 속의 민주당에 눈을 돌리면, 가능성이 미덥지 않아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FTA에 관한 태도다. 한·EU FTA는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된 유통법·상생법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도 형편이 위태로운 영세 자영업자들을 생각했다면, 민주당이 한·EU FTA를 적극적으로 막아야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런데 과연 서민을 위한 복지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리라고 기대할 수 있을까. 곧 쟁점으로 떠오를 한·미 FTA의 경우, 복지국가와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있다. 투자자-국가 소송제(ISD)가 대표적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당장 건강보험 체제부터 위협을 받는다.

이상이 : 한·EU FTA 처리과정에서 민주당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다. 또 한·미 FTA가 복지국가에 대한 위협이라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따라서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한 운동은 한·미 FTA 저지 투쟁에 적극적으로 연대해야 한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도 말년에는 기존의 한·미 FTA가 가진 문제를 인정했다. 이른바 친노(親盧) 세력 역시 같은 입장이라고 알고 있다. 한·미 FTA 저지를 위해 이들과 함께 싸우지 못할 이유가 없다.

다만 '복지국가 단일정당'의 목표는 나쁜 제도를 막는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해두고 싶다. 현실은 이미 충분히 암울하다. 여기서 더 나빠지는 것을 막는다고 해서, 어두운 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실을 대체할 수 있는 비전이다. '네거티브'만으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우리가 함께 추구할 긍정적인 방향성이 필요하다. 그게 앞서 말한 '역동적 복지국가'다.

"시대정신 무시하는 정치인은 도태된다"

프레시안 : 민주당을 불신하는 게 꼭 FTA 때문만은 아니다. 민주당 지도부를 구성하는 이들의 면면을 보면, 과연 민주당이 '보편적 복지'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정당인지를 의심하게 된다. 예컨대 손학규 민주당 대표만 해도, 과거 여러 저술이나 발언을 보면 노골적인 시장주의자였다. 이런 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보편적 복지' 지지자로 거듭날 수 있을까.

이상이 : 현실 정치인에게 과거를 묻기 시작하면, 한국 정치는 결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지금 시대정신에 충실하다면, 과거의 발언을 족쇄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리고 지금의 시대정신은 보편적 복지다.

역사의 큰 흐름을 봐야 한다. 민주당 정치인들이 이런 흐름과 시대정신을 읽지 못한다면, 도태될 것이다. 하지만 손학규 대표가 그런 정치인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물론, 이런 이야기에는 전제가 있다. 복지국본의 성공이다. 불안에서 벗어나려는 국민의 열망이 복지국가라는 목표로 수렴될 때 가능한 이야기다.

▲ 이상이 '복지국가 만들기 국민운동본부' 공동본부장 ⓒ프레시안(최형락)

"재원 부담도 보편적으로, 복지 역시 보편적으로"

프레시안 : 사회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점을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그 해법인 '보편적 복지'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 이른바 지식인들 중에도 '보편적 복지'라는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국민의 열망이 '보편적 복지'로 모아지게 하려면, 어떤 계기가 필요할 듯하다. 예컨대 지난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때의 무상급식 공약처럼 말이다.

이상이 : 계기는 선거다. 정치만큼 좋은 계기는 없다. 내년 총선과 대선이 결정적인 고비가 될 것이다.

모든 유권자가 '보편적 복지'를 개념적으로 깊이 이해할 필요는 없다. '보편적 복지'라는 개념이 반영된 무상급식의 경우, 이걸 지지한 이들이 '보편적 복지'라는 말을 알고 지지했나. 아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보편적 복지'를 반대한 건가. 그것도 아니다.

복지국가 단일정당이 할 일은 국민 모두가 한 배를 타고 있다는 점을 알리는 것이다. 우리 모두 한 배를 타고 있으므로, 복지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 개인들이 느끼는 불안을 혼자가 아니라 사회가 풀자는 것. 그거면 된다.

'재원 부담도 능력에 따라 보편적으로, 복지 역시 필요에 따라 보편적으로' 이뤄지는 사회를 만들려면, 결국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 가난한 사람이 부자 정당 찍는 구조가 변해야 한다는 말이다.

"'건보 하나로'와 '최저임금 인상'이 대표상품"

이를 위해서는 정책적인 계기 역시 필수적이다. 마치 무상급식 공약처럼 말이다. 복지국본은 두 가지 대표상품을 준비했다.

하나는 '건강보험 하나로' 정책이다. 건강보험료를 일인당 평균 1만1000원 올리는 대신, 보장성을 대폭 강화하자는 것이다. 이 운동과 관련한 행사를 하면서 시민들을 만나보면, 반응이 정말 좋다. '돈 버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되면, 민간의료보험에 들 필요가 없다. 훨씬 저렴한 건강보험으로 값 비싼 민간의료보험을 대체하자는 운동인 셈이다. 건강보험 체계에선 내가 낸 보험료가 이름도 성도 모르는 사람을 위해 쓰인다. 우리 모두가 한 배를 타고 있다는 사회연대 전략이 실현된, 좋은 사례다.

다른 하나는 최저임금 인상이다. 경쟁 위주의 교육이 문제라는 점은 누구나 안다. 그 원인 가운데 중요한 게 일자리의 양극화다. 한국에서 교육은 일자리를 얻기 위한 과정으로 취급되는데, 좋은 일자리가 한정돼 있으니 경쟁이 과열된다. 결국 좋은 일자리와 나쁜 일자리 사이의 간극을 줄여야 한다. 이것만 해도, 우리 사회의 문제 가운데 상당수가 풀린다.

여기서 필수적인 게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의 절반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하면 값싼 인건비에만 의존해서 경영하는 기업은 문을 닫게 된다. 경영자가 경영 합리화와 기술 혁신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여기에 실패한 기업에선 실업자가 생길 텐데, 최저임금 인상은 이에 대한 대책 마련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 실업자에 대한 생계 지원 및 재교육 등이 체계적으로 갖춰져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누진적·연대적 조세정책과 적극적 재정정책이 해법이다. 이런 장치 도입을 전제로 한 최저임금 인상을 복지국본은 주장한다.

"소득 상위 20%,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춰봐도 세금 너무 덜 낸다"

프레시안 : 지금까지 이야기한 대로라면, 결국 '증세'를 주장해야 한다.

이상이 : 현재 상당수의 노동자가 직접세를 한 푼도 안 낸다. 정확히 말하면, 못 낸다. 근로소득이 너무 적어서 소득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없다. 근로빈곤층(워킹푸어) 대부분이 이런 실정이다. 앞서 말한 방식으로 일자리 양극화를 완화하면, 지금까지 소득세를 안 내던, 아니 못 내던 근로빈곤층도 세금을 내게 된다. 결과적으로 '증세' 효과가 생기는 셈이다.

그리고 소득 상위 20%가 세금을 너무 적게 낸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춰 봐도, 절반에서 3분의 2수준이다. 이들에게서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

결국 중·상류층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번 분당을 재선거가 중요한 계기였다고 본다. 부자감세를 지지한 정당이 부유층 거주 지역에서 패배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 '복지국가 정치동맹의 길' 연쇄 인터뷰 및 좌담

<1> 이상이 "복지국가 단일정당 못 만들면 한나라당에 필패한다"
<2> 이인영 "작은 차이 때문에 'MB후예'의 재집권을 용인할텐가?"
<3> 정동영 "증세 없는 보편적 복지는 허구다"
<4> 김기식 "장래희망이 '기초생활수급권자'라는 아이에게 우리는?"
<5> 문성근 "2012년 민주진보정부, 아! 이건 된다"
<6> 손학규 "'돈부터 내라'면 복지 자체가 안 된다"
<7> 천정배 "지출구조 개혁이 우선, 마지막 기댈 수단이 증세"
<8> 조승수 "부자 증세는 보편적 복지의 최소 조건"
<9> 권영길 "'요람에서 무덤까지', 그게 바로 국가의 역할"
<10>정세균 "세금부터 올리자는 주장, 바보스러운 접근"
<11>이정희 "적극적 증세? '종부세 실패' 되풀이해선 안돼"
<12>복지국가를 향한 정치의 재구성,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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