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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와 진보의 '아이돌보기'는 어떻게 다른가?"

[복지국가SOCIETY] "'보편적 보육서비스' 밖에는 답이 없다"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의 정신을 계승하다시피 하면서 열심히 추진하고 있는 정책분야가 하나 있다. '아동 돌봄 지원' 영역이 그것이다. 실은 경쟁적으로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겠다. 참여정부가 보육비용을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하였고, 현재 시점에서 보육시설 이용료의 일부라도 지원받고 있는 영·유아는 시설 이용 아동의 65%를 넘어섰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현 정부는 소득수준 70% 이하 가구의 영·유아에 대하여 '무상보육'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선별주의 논란을 잠재울만한 '사실상'의 보편적 돌봄 지원을 선언한 것이다. '무상급식' 논란을 겪으면서 사회주의 방식이라느니, 비효율적인 지출 방식이라느니 하면서 반대해 보았지만, 결국 다른 건 몰라도 '보편적 사회서비스'는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한편, 진보진영에서는 이 이슈에 있어서는 좀 당황한 기색이다. '어, 이거 우리 브랜드인데…. 이제 우리는 뭘 내놓지?' 이런 고민에 들어가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진보진영은 그동안 '성장 대 분배'의 이분법적인 담론과 정치사회적 프레임으로 끌려 들어가서 허덕이다가 최근에 와서야, 특히 지난 6.2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보편적 복지를 필두로 '역동적 복지국가'나 '보편적 복지국가'를 내세우며 일정하게 국면 전환에 성공하였다.

하지만 복지국가는 진보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이제 '어떤 복지국가인가'를 놓고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였다. 기실, 이건 국민의 행복과 사회발전을 위해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보수가 복지국가를 말할 때에는 진정성이 약하므로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정말 나이브한 판단이다. '이번 정부에서 소득수준 70%에 대한 무상보육을 약속하니 우리는 80%나 90%로 갈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어리석다. 이제 구체적인 내용을 가지고 정책의 방향을 고민할 때다.

보수의 복지와 진보의 복지는 어떻게 다른가? 더구나 보수진영이 특정 정책분야에서 '우리도 선별주의 방식으로 안 한다'고 선언했을 때, 이제 어디서 그 차별성이 드러나겠는가? 그 해답은 이명박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나 '아이사랑플랜' 같은 아동 돌봄 지원정책의 큰 그림을 살펴보면 찾을 수 있다. 그 전에 먼저 참여정부는 어떻게 했는지 돌아보자.

참여정부는 아동별로 보육료를 지원하는 정책을 도입하였다. 참여정부 시기 동안 보편적 지원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보육료를 지원하는 아동의 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청사진을 제시하였다. 참여정부 보육정책의 실수는 보육비의 상당부분을 국가예산으로 충당하는 것 자체를 보육의 공공성 확보와 동일시한 데 기인한다. 민간 보육시장을 확대하였고, 다만 개별 가족의 보육비 부담을 감소시켜 주는 것이 보육정책을 통해 실현하고자 한 정책목표이자 가치였던 것이다.

그런데 보수정부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이명박 정부가 잘 보여주고 있다. 아니, 이렇게 하는 거라면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다고 공언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참여정부가 보편적 보육료 지원의 길을 열지 않았더라면, 현재와 같은 정책 경쟁은 없었을 것이라는 반론은 타당하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이제 보육료 지원의 범위를 가지고 새로운 복지국가 돌봄 서비스 정책의 우월성을 논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 한 어린이집 풍경. (사진은 본문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습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의 아동 돌봄 지원제도 청사진에는 보편적 보육료 지원 이외에도 몇 가지 다른 정책들이 포함되어 있다. 양육수당의 확대, 아이돌보미 서비스의 확대, 자율형 어린이집(즉, 보육료 상한제 폐지), 이 세 가지가 주목해야 할 정책들이다.

양육수당은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아동에게도 그만큼 국가가 뭔가를 지원해야한다는 논리에서 도입되었다. 아이돌보미 서비스는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집에서 아이를 돌보아야할 경우, 집으로 찾아가서 돌보아주는 서비스다. 자율형 어린이집은 민간 운영자가 부모와 서비스의 내용을 협의하고 국가 지원분을 초과하는 비용은 이용 아동의 부모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이 세 가지의 추가적인 돌봄 서비스 정책은 부모가 서비스의 종류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

즉, 어떤 서비스를 받을지는 개별 가족이 선택할 테니 국가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것이다. 선택권 논리는 중산층에게 강하게 어필한다. 하지만 이 논리가 관철되어 위의 세 가지 추가적인 서비스 선택지가 열린다면, 보편적 보육서비스의 전망은 일그러지게 된다. 개별 가족이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하고 좀 더 고급의 서비스를 이용하겠다며 시설보육을 벗어나게 될 텐데, 이렇게 되면 영아 때부터 부모의 소득수준에 따라 다른 종류의 보살핌을 받게 되는 사회로 급진전 될 것이다.

양육수당은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지급되는 수당이다. 현재는 저소득층에게만 제공되기 때문에 영향력이 크지 않지만, 현 정부가 계획한대로 보육료 지원과 동일하게 소득수준 70%까지 아이 한 명 당 월 20만 원씩 지원된다면 여성의 경제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다. 어린 자녀를 둔 여성들의 상당수가 월 150만 원 미만의 급여를 받으면서 비정규직에서 일하는 현실에서 이 대체소득의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짐작된다. 게다가 양육수당은 소득수준이 높은 가족과 매우 낮은 가족에게 아이를 보육시설에 보내지 않게 만드는 유인을 제공한다.

아이돌보미 서비스는 시설보육에 추가하여 필요한 경우가 있다는 점은 인정된다. 한 부모 또는 조손 가족과 같이 특별한 지원이 더 필요한 경우, 시설보육을 이용하고 나서도 추가로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시설보육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면, 그리고 개인이 추가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방식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이 역시 계층화된 서비스 이용이라는 문제를 낳을 것이다. 아동별 보육료 지원은 그대로 다 받고 추가비용을 더 내는 방식으로 설계되고 있는 자율형 어린이집은 시설보육을 다시 계층화하는 정책이다.

아동 돌봄의 기본은 깨끗한 환경에서 좋은 음식을 먹이고 사랑으로 보살피는 것이다. 이렇게 돌보지 않아도 좋을 아이는 한 명도 없다. 아이들이 부모의 소득수준에 따라 서로 다른 서비스를 받게 된다는 것의 의미는 단순히 평등주의 원칙을 관철하지 못했다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일부는 추가비용을 부담하면서 1:1 가정보육을 선호하고, 또 다른 일부는 고급형 어린이집으로 가게 된다면, 보편적 사회서비스로서의 시설보육은 그 질을 담보하기 어렵게 된다. 오갈 데 없는 아이들만 남아서 그저 데리고 시간만 보내는 보육시설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아동양육은 당분간 '보편적 보육서비스' 한 방향으로 가야한다. 부모의 소득계층에 따라 다른 방법으로 자녀를 키우도록 만드는 정책은 결코 도입되어서는 안 된다. 진보진영은 보육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 전체 시설이용 아동의 10%만이 국공립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지금의 현실을 바꿔낼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역동적 복지국가에서 '보편적' 돌봄 지원의 의의는 작지 않다. 현재 우리 사회의 국가복지는 사회보험을 근간으로 설계되어 있는데, 이것은 중규모 이상 사업체의 정규직 근로자와 그 가족을 중심으로 위험을 분산하고 생활을 보장하는 제도라서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 돌봄 서비스는 이러한 사회보장체계의 결함을 극복하는 '보편적 급여'의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성공한다면 보편적 복지국가에 대한 지지는 더 넓어지고 단단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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