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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아기 돌보기, 보편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

[복지국가SOCIETY] "0세아 돌봄 지원사업, 갈 길이 멀다"

지난 6.2지방선거 이후 보육문제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앙정부가 정한 법정 의무분담에 더해 관련 예산의 확대를 추진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참여정부에서부터 시작된 육아지원 사업은 소득계층별 차등보육료 지원과 두 자녀 이상 보육료 지원, 만 5세아 일부 무상보육료 지원 등 총 86만 명에게 보육료가 지원되어, 현재 영·유아보육 및 유아교육 등에 연간 국비와 지방비를 합하여 3조 4천억 원 정도가 매년 투입되고 있다(국회 예산정책처, 2010).

그러나 아직도 시설 미이용자 및 육아지원정책의 소외자는 대상 아동의 40%인 약 111만 명이나 된다. 특히, 0세아는 월 표준보육 단가가 1인당 38.3만 원(정부 인건비 미지원시설의 경우 73.3만 원)으로 비교적 높게 책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경우가 극히 적다. 대부분 어린이집의 0세아 관련 시설은 거의가 비어있고, 집에서 아이 엄마가 직접 0세아를 돌보거나 시부모와 친정부모가 키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부에서 실시하는 아이돌보미 파견사업은 전국 232개 지역에서 평균소득 100% 이하의 저소득층 8000가구(연간 누적 이용은 3만 가구, 2009년, 보건복지부)만을 대상으로 실시되어 대상이 극히 제한적이다. 또, 긴급 돌봄이 필요한 가구에 한시적 시행되는 프로그램 자체의 문제와 연간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한 달에 40시간으로 제한되어 있고, 소득수준에 따라 일정 액수를 본인이 부담하도록 하는 등의 한계로 인해 보편적 서비스가 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가족업무를 이관 받은 여성부는 지금까지의 한시적 파견사업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으로 맞벌이·한 부모 가정 0세아 정기 돌봄 지원(3개월에서 12개월까지)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전국의 157개 건강가정지원센터를 통해 연간 400억 원의 예산으로 1일 11시간 기준에 돌보미 수당 102만 원을 지급(이 중 30~36만 원은 본인부담)하는 사업을 내년 예산에 반영키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사업이 시행되어도 혜택을 보는 가구는 예산 규모로 볼 때 약 4000가구에 불과할 수밖에 없으므로, 연간 신생아를 출산하는 50만 가구의 대다수는 혜택을 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정부의 이러한 정책방향에 대해 양육부담을 여성의 전유물로 만드는 전근대적인 정책이라며 여성계가 반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비정규직으로 파견되는 전담인력의 고용보장과 질 관리 문제 등으로 학계와 보육계까지 반발하고 있다.

저소득 맞벌이·한 부모 가정은 물론이고, 긴급하고 일시적인 돌봄 수요가 생긴 일반 가정의 보육 고민을 한시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시작된 아이돌보미 지원서비스는 저소득 맞벌이·한 부모 가정뿐만 아니라, '직장생활'과 교육수강, 여가활용, 병원이용, 집안행사 등을 이유로 일반 주부들까지 전액 본인이 부담하는 유료 돌봄 서비스를 신청하는 등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미 경기도에서는 0세아에 대한 가정보육모 파견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어떤 지역은 셋째 아이의 경우에만 무상으로 시행하는 등 지자체들마다 원칙 없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아이돌보미 파견사업을 시작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확산되고 있는 아이돌보미 파견사업의 필요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별도로 이 사업을 추진하거나 지방정부의 재정여건이나 지방자치 단체장의 관심도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전개할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을 모색해야 한다.

▲ 3개월 출산 휴가를 마치고 직장에 돌아가야 하는 워킹맘은 갓난아기를 어떻게 돌볼 것이냐는 문제를 고민하게 된다. 양가 부모나 친척에게 부탁할 수 없고 육아휴직도 쓸 수 없는 부모는 베이비시터나 영아전담 어린이집 등 고비용의 방안을 택할 수밖에 없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뉴시스

첫 번째의 원칙은 0세아는 부모가 직접 돌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돌봄을 여성의 전유물로 생각하거나, 개별 가정으로 육아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자기 아이를 직접 양육하고자 하는 본성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짐승도 억지로 새끼를 떼어 놓으면 구슬프게 울어댄다. 직장에서 잘리지 않기 위해, 또 생계의 부담 때문에 우는 아이를 떼어놓고 나오는 어머니의 가슴 아픔을 이제는 멈춰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고용보험에서 보장하는 출산휴가 3개월에 더하여, 육아휴직을 먼저 정상화해야 한다. 심리학과 소아과학의 인지발달론 뿐만 아니라 아동학이나 유아교육학 등에서도 적어도 생후 8개월까지는 아기와 엄마의 관계가 1:1인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한국의 문화전통에서는 적어도 돌이 되는 만 1년까지 직접 아이를 기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부모는 직장을 포기하기 전에는 자기 손으로 아기를 직접 양육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육아휴직 이용률은 선진국의 절반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유럽의 육아휴직 활용률은 80∼90%에 달한다. 우리나라와 직장문화가 비슷한 일본도 2007년 현재 89.7%에 달했다. 우리나라의 육아휴직 이용율이 이렇게 낮은 가장 큰 이유는 월 50만 원으로 묶여있는 낮은 급여수준 때문이다. 현재 휴직급여의 소득대체율은 프랑스 100%, 스웨덴 80%, 일본 40%에 이르는 반면, 한국은 26%에 불과하다.

적어도 1년 동안은 고용보험 등을 통해 평시 소득의 80% 수준으로 대체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상당한 재원이 소요되는 일이다. 또한, 비정규직, 전업주부, 그리고 자영업자 등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산모들까지 포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재원을 출연하는 등 별도의 예산 투입과 법 개정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2000년 김대중 정부 시기, 3개월의 출산휴가 제도를 도입 할 때도 전경련과 경총 등 사용자 단체들은 나라 경제가 무너질 것처럼 엄청난 반발을 하였으나, 지금 이 제도는 아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가적으로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면, 부자감세의 일부를 철회해서라도 재정을 투입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일시에 전면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어렵다면, 매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으로 제도를 시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용보험에 의한 1년의 육아휴직이 보장된다면, 사업주 입장에서도 3개월이 아니고, 적어도 1년 이상의 장기간 고용이 가능해지므로 휴직하는 인력의 급여비로 대체인력을 추가로 고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런 식으로 모든 직장이 대체인력을 고용하면 청년실업 해소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북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출산 및 육아 휴직기간 중의 급여를 노동자가 비용을 기여하고 그 대가로 혜택을 받는 보험 수리적 고용보험 방식이 아닌 사실상의 조세방식을 통해 국가가 지급하고 있다. 대신, 기업은 육아휴가자에게 지급할 임금으로 신규 대체인력을 고용하면 된다. 즉, 회사가 평상시에 10% 이상의 잉여인력을 고용하고 있으므로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원칙은 아이돌보미 서비스는 보편주의 원칙에 따라 시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육아휴직을 하더라도 24시간 아이를 직접 기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돈이 있는 집은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면서 입주 돌보미를 고용하거나, 하루 8시간 아이를 돌봐주는 보육모를 고용하지만, 대다수의 여성들은 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직장여성의 경우는 차라리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또한, 전업주부든 직장여성이든 24시간 아이를 기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적어도 출산 후 1년간은 산모도우미나 가정보육교사 파견사업이 필요하며, 이 서비스는 직장여성이든, 전업주부든, 아기를 등에 업고 기르면서 일하는 자영업 여성이든, 모두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하루 2~3시간이라도 아이를 보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밤새워 우는 아이를 돌보아야 하는 엄마가 잠시라도 눈을 붙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직장 복귀 준비를 위해 잠시 외출하는 일도 가능해 질 것이다.

영국은 '네니'제도를 통해 협회에 가입된 인력 풀에서 가정보육 도우미를 파견하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자기 아이를 포함한 자기 집 탁아를 지원하는 등 보육 마마 형태로 1 : 3 내지 1 : 5의 비율로 보육도우미 파견 등의 '가정 내 보육'을 지원하고 있다. '가정 내 보육'은 출산 이후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을 하는 약 12개월의 기간 중, 전반기 6개월은 산모도우미를 파견하고, 후반기 6개월은 보육교사를 파견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

가정으로 파견되는 산모도우미와 보육교사들은 산모를 도와주고 신생아를 돌보는 역할에 더해, 산모들에게 아이 기르는 법까지 알려줄 수 있다. 결혼 전까지 가정이나 학교에서 아기 기르는 법을 배울 기회가 없는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이들이 초산모에 대한 실질적인 육아교육과 지원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육교사 파견은 여성 재취업 및 직장 복귀를 위한 준비, 가정의 양육부담 해소 등 여러 가지 효과가 있을 것이다. 특히, 이 정책은 현재 전체 보육시설의 46.3%, 보육아동 수 대비 18.5%(약 21만 명)를 차지하고 있는 1만5525개의 가정보육시설(보건복지부, 2009)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의 하나로 유용할 수 있다.

한편, 파견 보육서비스 인력들에 대한 제대로 된 신분보장과 질 관리 방안의 하나로 지방자치단체가 사회서비스인력 공단 등을 통해 상시적으로 고용하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안정적 신분을 부여하면 정기적으로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재교육을 실시하는 등의 질 관리가 가능해진다.

우리나라는 2016년부터 생산연령인구의 감소와 2018년부터 전체 절대인구의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이미 노인인구의 비율도 11%다. 건강한 노동력의 확보는 단순히 경제성장에 필요한 수준을 넘어 우리사회의 유지를 위해서도 절박하다. 우리나라는 여성도 예외 없이 고등학교 졸업생의 최고 87%까지 대학에 진학하는 등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여성 고등교육 이수 비율을 가진 나라지만, 동시에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53%의 여성 사회활동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돈 들여 양성한 우수한 인력이 사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한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여성의 자아실현이 제한되거나 경력 단절이 일상화되어서는 안 된다. 국가의 안정적 유지와 경제의 역동적 발전을 위해서라도 육아지원과 같은 사회서비스를 보편적으로 제도화하는 일을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다. 이번에 여성부가 시작하려는 0세아 돌봄 지원사업이 원칙에 맞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전개되길 기대해 보겠지만, 이 일은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복지국가의 가족정책에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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