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 숫자가 다는 아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인데, 이주노동자들은 비자가 없거나 있더라도 모르거나 계속채용 혹은 재계약 약속 때문에 산재 피해를 입어도 산재로 처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 한국 상황에 서툴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산업안전에 유독 취약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더욱이 이들은 '이 땅에서 떠나갈 사람들'이다. 떠나갈 사람들이기에 우리는 그들을 쉽게 잊게 된다. 떠나간 사람들이기에 치료가 부족하거나 법적으로 보장된 여러 혜택을 받지 못해도 우리는 알지 못한다. 치료해주고(!) 법적으로 규정된 모든 혜택을 받고 돌아가면 우리가 할 일은 다했다고 여기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여기고 말아도 되는 것일까? 이런 의문을 가지고 산재피해 후 귀환한 그들의 삶을 잠깐 살펴보고자 공익변호사그룹 공감과 외노협,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에서 작은 조사를 기획했다.
이렇게 해서 지난 6월, 노동인권회관 박석운 소장,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소장인 필자, 외노협의 이경숙 간사 이렇게 세 사람이 몽골로 갔다. 그곳에서 23명의 산재피해자들을 만났다. 모두 2000년 이후 한국에서 취업하다가 산재피해를 입었던 사람들이다.
한국에서도 늘 하는 상담이었지만, 그들의 땅에서 그들을 만나보니, 그 감도가 달랐다. 그들은 거의 다 잔잔하게 자신의 사례를 설명해주었다. 나직한 목소리로 잔잔한 표정으로, 그 잔잔함이 듣는 한국인들에게 민망함과 미안함을 더해주었다.
그렇게 들었던 그들의 사연을 그들의 목소리로 공개한다. 이미 지나간 일들을 들춰 괜히 미안함을 더하기 위함이 아니고,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비판하기 위함도 아니다. 다만, 지금도 또 앞으로도 생겨날 또 다른 그들이 안전하게 귀환할 수 있게 뭔가 변화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사실관계에서는 그들이 이해했던 그대로 서술했다. 확인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잘못 이해한 점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그들이 그렇게밖에 이해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이해하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오래전의 일이라거나 제도가 바뀌었다는 등의 이유로 애써 위안을 받으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고용허가제 노동자, 산업연수생, 미등록체류자, 10대 소년, 형제 산재피해자 등 고루고루 사례를 취합하였으니 말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은 말이 있다. 어떤 피해자가 한 말이기도 하고, 한국으로 몽골인을 송출하는 업무를 맡은 몽골인이 한 말이기도 하다.
"한국에 갈 때, 몽골인들은 모두 건강검진을 받고 간다. 우리는 건강한 젊은이들을 보내준다. 그러니 돌려보낼 때도 건강하게 돌려보내줘야 하는 것 아니냐!"
다음은 산재로 장애인이 된 몽골 노동자가 자신의 사연을 구술한 것이다. <필자 주>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도 돈 벌려고 한국에 갔다. 다들 한국이 괜찮다고 말했었다. 몽골사람들도 좋다고 했고 나도 텔레비전 보고 한국이 좋다고 생각해서 고용허가제로 2005년에 한국으로 갔다.
한국에 가기 전에 회사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는 것은 없었다. 무슨 공장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를 잘 몰랐다. 계약서를 보았지만 알 수 없었다. 나는 그냥 무슨 자동차 만드는 일인가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한국에서 내가 할 일들에 대해 몽골에서 진작 알았으면 안 갔을 것이다. 출국전에 있었던 교육과정중에도 나는 전혀 몰랐다. 한국에 입국한 후 여주(여주에는 몽골인들이 입국후 교육을 받는 기관이 있다:필자)에서 교육받을 때 내가 거기 있는 몽골사람에게 물어보았다. "내가 한국가면 무슨 일 해요?"라고. 그 사람은 "몰라, 냉장고? 난 모른다"라고만 했다.
회사에 가보았더니 몽골에서 박스에 담긴 고기를 수입하는 회사였다. 그 회사에는 몽골인들이 5명 정도 있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냉장된 고기를 70킬로그램씩 들어 나르는 일이었다. 그렇게 무거운 고기를 매일 들어 나르니 허리가 아파졌다. 허리디스크가 생겼다. 5명 몽골인 중 3명에게 요통이 생겼다. 다른 치료는 하지 않고 모두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았다. 우리들이 힘들다고 하면 사장은 "일 안하면 불법 돼, 몽골 가. 일하기 싫으면 몽골 가" 라고 했고 나는 "가족이 있는데 일 안하면 어떡해"라고 했다. 그러면 사장은 "난 상관없다"라고 했다. 그 회사에서 일한 지 두 달만에 회사를 그만두었다. 허리가 많이 아팠지만 사장이 회사 옮기는 것을 허락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음에 취업한 회사는 경기도 광주에 있는 회사였다. 그 회사에는 몽골인이 4명 있었는데, 비자 있는 사람 1명, 비자 없는 사람 3명이었다. 한국인은 1명이 있었다.
이 회사에 취업할 때에는 작업의 성격도 알았고 사고 위험에 대해서도 염려를 하긴 했으나 정말 사고가 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일하는 시간은 오전 7시 30분부터 저녁 6시까지였고 야간작업은 2시간씩 했다. 내가 하는 일은 기계를 다루는 일이었는데, 그 회사에는 프레스 기계가 3개였고, 기계에 안전장치는 없었다. 다른 기계에는 있었는데 내가 사용하는 기계에는 없었다.
사장은 "이렇게 일해, 조심해" 이런 식으로만 작업방법을 알려주었다.
추석 연휴 때 우리만 일을 했다
사고가 난 때는 2007년 추석이었다. 그날 사장과 공장장은 추석이라고 없었다. 그리고 "너 일해야지" 하면서 몽골사람 2명만 일하게 했다. 나와 어떤 몽골여성이었다. 일을 하다가 몽골여성이 피곤해하길래 "10분만 자"라고 하고 나 혼자 제품을 넣다가 사고가 났다. 그 당시 아내가 근처에 있는 공장에서 일을 했었는데, 아내를 불렀고, 아내가 전화해서 같이 병원에 갔다 .
병원에는 5개월간 입원했다. 왼손 둘째 손가락 첫째 마디가 잘렸고, 세 번째 손가락은 형태는 있지만 굽혀지지 않고, 네 번째 손가락은 움직여지기는 하지만 제대로 잘 안된다. 사고가 난 후 사장님이 두어 번 병원에 왔었는데, 병원에는 다른 사람 이름으로 입원했다. 내가 비자가 없어서 비자가 있는 다른 외국인 이름으로 했다.
보상금도 다 못 받고, 요통 치료비는 전부 자기 부담
산재보험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데 내게 산재보험이 적용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치료받는 중에 몽골친구와 친구고모(남편이 한국사람)가 내용을 설명해줬다. 그리고 어떤 상담소에 전화해서 상담을 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어떤 남자가 병원에 찾아와서 설명도 해주긴 했다. 그 남자는 본인이름으로 치료를 받았으면 보상금으로 1600만 원 정도 받을 수 있으나 다른 사람이름을 사용하였으므로 900만 원만 받을 수 있다고 했다. 900만 원은 나중에 은행으로 송금해주었다. 내 생각에 병원비와 휴업급여, 보상비를 사장님이 준 것 같다.
치료받는 중에 가장 힘든 점은 아는 몽골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사고 후에 아내가 두 달간 같이 있었는데, 나중에 몽골로 돌아갔다. 아내가 있으면 좋긴 하지만 내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래서 몽골로 돌아가라고 했다.
첫 번째 회사에서 일하면서 생긴 허리도 많이 아팠었다. 그 때문에 1달 간 병원도 다녔었는데, 보험이 안되다 보니 그 1달 동안 300만 원이나 썼다.
현재는 집에서 주로 쉬고 있다. 지금도 일하면 힘들다. 지금도 1시간 정도 일하고 힘을 쓰면 허리가 아프다. 힘든 일을 못한다. 손이 이런데다가 요통도 있어서 일하기가 힘들다. 가끔 한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운전을 해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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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년 여수 외국인 보호소 화재참사 직후, 서울역에서 열린 희생자 추모 및 정부 규탄대회에 참석한 외국인 노동자가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사진은 본문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습니다.) ⓒ뉴시스 |
장애인으로 등록은 했지만…
귀국한 후 몽골정부에 장애인으로 등록했다. 몽골에서 살다가 손을 다치면 병원비도 받고 장애인등록증도 받고 월 10만 투그릭 정도의 지원금도 받는다. 그런데 한국에서 다친 것이 산재인지 여부를 증명할 수 없어서 장애인 등록은 했지만 지원금은 못 받고 있다.
한국에 취업하기를 희망하는 몽골인들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한국인들은 '빨리빨리' 하지만 몽골인에게는 힘들다. 그대로 따라하면 아플 수 있다. 아프면 한국에서 힘들다. 아프면 한국 사람은 돈 안준다. 가능하면 몽골로 돌아와서도 활용할 수 있는 일을 해라. 한국에서의 일 같은 성격의 일이 몽골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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