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성과에 대해 미온적이었던 경제 전문가들이 지난 4월 2일 협상이 타결된 후 확연히 달라진 반응을 보였다. "협상을 너무 잘 했다"는 정부의 대대적인 선전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도 '한미 FTA로 산업별, 계층별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반(反)FTA 진영의 의견에 대체로 동감했다.
아직 협정문 공개도 안 했는데…?
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53명의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4월 18~23일 한미 FTA 협상 결과에 대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이들 중 65.6%가 한미 FTA 협상 결과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협상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11월에 있었던 1차 여론조사에 참가했던 교수, 연구원, 금융인, 기업인 등으로, 당시에는 협상 성과에 대한 만족도가 11.1%에 불과했다.
이와 동시에 정부의 협상력에 대한 평가도 눈에 띄게 좋아져, 이들 중 57.7%가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1차 조사 때에는 만족한다는 의견은 12.6%에 불과했고, 불만족스럽다는 의견이 51.4%였다.
전문가들의 이같은 현격한 입장 변화는 한미 FTA가 타결된 후 협정문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대대적으로 협상 결과에 대한 홍보를 한 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의 선전이 집중됐던 자동차, 섬유, 상품무역(공산품) 등 상품 분야의 협상 결과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의약품, 서비스·투자, 지적재산권 등 이른바 '신(新)통상' 분야에 대한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취약산업 붕괴 가능성 있어"…"양극화 심화될 것"
그러나 이들도 한미 FTA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한미 FTA 반대 진영과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농업 등 취약산업이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이 51.8%였으며, '산업 및 소득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응답도 51.8%였다.
이밖에 '사회 갈등의 증폭으로 인한 사회 통합력의 약화'와 '한국경제의 미국 종속 가능성'이 각각 32%와 22.9%의 응답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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