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는 9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미칠 영향과 관련해 "한미 FTA 협정에는 양극화 문제가 거의 없다. 농업 분야의 일부를 제외하면 양극화 문제는 오히려 완화되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치·통일·외교·안보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노동집약적 산업 중심인 아프리카나 중국 등과 FTA를 맺는다면 제조업을 중심으로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겠지만 미국과의 FTA는 우리보다 경제력이 떨어지는 나라와의 FTA와는 다르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한 총리는 "양극화 문제는 오히려 미국이 걱정할 문제"라면서 "우리는 미국으로부터 오는 첨단 기술이나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양극화 문제는 없다"는 논리를 폈다.
이어 한 총리는 "다만 농업부문은 경쟁력이 취약하기 때문에 이번에 쌀을 제외했다"면서 "정부는 농업분야 소득보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 개혁을 해나갈 것이며, 농민을 개방과 FTA로 피해보는 계층으로 남겨두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한미 FTA 반대론과 관련해 한 총리는 "의원들의 반대 이유는 협상을 추진하고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할 정부로서 귀를 기울이고 신중하게 반영하겠다"면서도 "다만 한미 FTA와 일방적 개방정책의 차이를 정부의 노력부족으로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또 "한미 FTA는 기본적으로 경제에 관한 협정이며 문화적으로 종속된다든지, 일부의 비판대로 미국의 51번째 주가 된다는 비판은 국민을 모욕하는 것으로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각 당 의원들도 이날 대정부 질문에서 한미 FTA 찬반론을 두고 공방을 이어갔다.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은 "대통령이 심기일전한다면 남은 임기를 잘 마무리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걸어본다"며 "아울러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준 독특한 리더십 형태에 비춰볼 때 의외로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소신과 뚝심, 결단력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열린우리당 김성곤 의원은 "한미 FTA 협상은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지만 결국 큰 틀에서 볼 때 세계사의 방향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신당추진모임의 강봉균 의원도 "우리를 추격해 오는 중국과 우리보다 앞선 기술의 일본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한국경제를 살릴 수 있는 기회"라면서 "한미 FTA가 선진국 도약의 발판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 의원은 "많은 국회의원들은 농업 등 취약분야에 대한 보호가 전제돼야 한미 FTA에 동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단순한 소득보전은 너무 소극적인 대책이다. 농민들에게 어떤 나라와 FTA를 맺더라도 얼마든지 경쟁력 있는 농업을 할 수 있다는 설득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FTA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우리당 최성 의원은 대정부 질문에 앞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한미 FTA의 국회 비준동의를 위해서는 쌀 시장 개방,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구두 약속 유무, 유전자 조작생물체(LMO) 수입검역절차 완화 이면합의 유무, 교육시장 개방 등 4대 의혹이 해소돼야 한다"면서 "국회 청문회, 국정조사, 국민여론조사 등 3단계로 철저한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형오 "대통령의 개헌발의 국회연설 허용 못해"
다음주 중 국회로 넘어올 예정인 개헌안 관련 논란도 이어졌다.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은 "노 대통령은 대선후보들이 개헌공약을 제시하면 발의권을 차기정부로 넘기겠다고 했는데 이야말로 대선 개입"이라며 "수백 만 통의 개헌 홍보 이메일을 발송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김성곤 의원은 "대통령제를 택하고 있는 나라는 대부분 중임제를 하고 있다. 대선주자와 당의 지지율을 합치면 한나라당은 70% 이상, 열린우리당은 10%도 되지 않는다"면서 "한나라당이 개헌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의회의 임무를 방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의 개헌발의 관련 국회 연설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게 원내대표단의 확고한 의견"이라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이미 수 차례 방송을 통해 개헌에 대해 얘기했고, 결국 국회연설도 그 타당성을 강요하는 내용일 것"이라며 "국회법은 대통령이 국정에 대한 의견표명을 문서로도 할 수 있도록 해놓은 만큼 문서로 해달라는 것이 한나라당 원내대표단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개헌이 발의되면 어차피 국회에서 토론은 이루어질 것이므로 대통령의 개헌안 연설을 구태여 구두로 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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