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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쟁력 순위하락…정부와 재계 서로 '네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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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쟁력 순위하락…정부와 재계 서로 '네 탓'

노무현 정부, '성장'과 '분배' 둘 다 놓쳤나?

10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 산하 세계경쟁력센터가 발표한 '2006년 '세계 경쟁력 연감(WCY)'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61개 국가·지역들 중 38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29위에서 9계단이나 하락한 순위다.
  
  이에 앞서 같은 날 통계청이 발표한 '2006년 1분기 가계수지 동향'에서는 올해 1분기 전국의 가구소득 격차가 2003년 이래 최대 폭으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가구 중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값인 '소득배율'은 8.36를 기록해 2004년 7.75, 2005년 8.22에 비춰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성장과 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겠다고 공언해 온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신이 재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분배를 위한 성장'을 추구해 왔다는 점에서 국가경쟁력의 약화는 성장과 분배의 동시적인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행정과 기업경영의 효율성 동시 하락…재계 '정부 탓'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은 지난 1989년부터 매년 '세계 경쟁력 연감'을 발표해 왔다. 이 보고서는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간하는 '국가별 경쟁력 보고서'와 더불어 각국의 성장잠재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돼 왔다.
  
  IMD의 설명에 따르면 '세계 경쟁력 연감'은 조사대상 국가·지역들의 산업 통계와 각 국가를 대표하는 민간기업 경영자들에 대한 설문조사에 기초해 각 국가나 지역의 환경이 어떻게 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지를 분석하고 순위를 매긴다. 산업 통계와 설문조사의 반영 비율은 각각 66%와 33%다.
  
  올해 한국은 정부행정 효율, 기업경영 효율, 경제운영 성과, 발전의 인프라 등 총 4개의 경쟁력 요인에서 모두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정부행정 효율과 기업경영 효율은 각각 47위, 45위로 전년 수준인 31위, 30위에서 크게 후퇴했다. 지난해보다 순위가 높아졌다는 경제운영 성과도 41위에 머물렀고, 발전의 인프라도 지난해 23위에서 한 계단 하락해 24위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재계와 주요 언론에서는 유가 및 원자재 값의 급등과 원/달러 환율의 하락 등 가뜩이나 대외적 경영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을 다시 제기하고 있다. 심지어 정부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거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정부 "39위는 비정상적 결과…기업인들의 부정적 인식 탓"
  
  정부는 이같은 재계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국가경쟁력이 39위로 추락한 것은 조사시점과 조사방법에 따른 '비정상적'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10일 국제경영연구원(IMD)의 한국 측 협력기관이자 산업자원부 산하의 연구기관인 '한국산업경제기술연구원(KIET)'는 과천 정부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평가항목의 대부분이 통계수치로 측정되는 경제운용 성과와 발전 인프라 분야의 순위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반면 평가항목이 (국내 민간기업 경영자들에 대한) 설문조사에 의존하는 정부행정 효율과 기업경영 효율 분야의 순위는 하락했다"고 지적하며 "설문조사 시점인 지난 2~3월에 기업인들의 경제·비경제적 상황 인식이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조원동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도 "설문조사 시점에서 불거진 국가채무 논쟁, 양극화 논란, 현대차 비자금 수사, 유가·환율 등의 대외 불안요인, 철도 파업 등이 설문조사의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이번 결과를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수준이 절대적으로 낮아졌다고 해석하기보다는 국가경쟁력을 구성하는 하드웨어 부분은 양호하지만 그에 대한 기업인들의 인식이 다소 하락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국장은 재계가 '정부가 기업활동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 기업인들의 기를 살려주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앞으로 개방과 규제 완화, 구조 개혁을 한결같이 추진하는 등 더욱 근본적인 시각에서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동시에 기업인들의 애로를 듣고 해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가부채 엄청난 미국이 1위…국민에 에너지자원 돌려준 베네수엘라 꼴등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은 우리나라 정부가 국가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투자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민간소비의 증가를 유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아울러 양극화를 완화하는 데 힘쓰고 환율, 유가 등 대외적 경영여건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IMD는 한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해야 하고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MD의 '세계 경쟁력 연감'은 한 나라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여러가지 자료들 중 하나일 뿐이고 '경쟁력'을 어떻게 정의내리고 어떻게 수치화할 것인가에는 '가치판단'이 개입되기 마련이다. IMD의 '세계 경쟁력 연감'은 기업 경영인들의 가치를 최우선적으로 반영하게 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번 평가결과만 가지고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 추락했다고 쉽게 단정할 일은 아니다.
  
  이 보고서가 9000조 달러에 달하는 '국가부채'를 안고 있는 미국을 1위의 자리에 올려놓고, 에너지 자원을 국유화해 국민들의 품에 되돌려주기로 한 베네수엘라를 꼴등의 자리로 밀어내린 것을 봐도 그렇다.
  
  문제는 정부와 재계가 이 보고서를 각각 입맛에 맞게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국가경쟁력 하락의 의미를 애써 축소했던 정부는 작년 이맘 때 같은 보고서를 인용해 '국가경쟁력이 29위로 6계단이나 상승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었다. 올해는 재계가 '국가경쟁력이 낮아진 것은 다 정부가 비효율적인 탓'이라며 기업 관련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빌미로 이 보고서를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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