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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근] "천안함 北 소행 의심되면 안보리 말고 北을 만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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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상근] "천안함 北 소행 의심되면 안보리 말고 北을 만나라"

[6.15 공동선언 10주년 연속 인터뷰] 김상근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

6.15 공동선언 10주년 연속 인터뷰 세 번째 주인공은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남측위)의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김상근 목사다.

김상근 목사는 1970년대부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통일위원회, 통일시대 민주주의 국민회의, 5·18 진상규명 및 광주항쟁정신계승 국민위원회 등을 이끌어 온 통일과 인권 분야의 대표적인 재야 인사다. 김대중 정부 때는 정부 외곽단체인 제2건국범국민추진위원회에서 활동했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관인 민주평통의 수석부의장을 지냈다.

정부 일을 마치고 난 뒤 조용히 지내고자 일부러 수원으로 이사를 갔다는 그는 요즘 2시간 가까이 걸리는 서울 외출이 부쩍 잦아졌다. 이름 그대로 6.15 선언을 실천하기 위한 연대체인 남측위가 최대 기념일인 10주년을 앞두고 "참담한 현실"에 봉착해 있기 때문이다.

6.15 남·북·해외 위원회는 선언 10주년을 공동으로 기념하겠다는 취지로 평양 공동행사를 추진했지만 천안함 침몰에 관한 이명박 정부의 대북 조치 이후 불가능한 꿈이 됐다. 행사는 결국 서울과 평양에서 각각 열리게 됐지만 이마저도 차질을 빚고 있다. 경찰과 서울시가 치안·관리 문제를 이유로 남측위에 서울광장 사용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서다.

법원에 서울광장 사용 불허조치를 정지하도록 하는 가처분 신청을 내고 판단을 기다리는 남측위의 김 목사를 지난 9일 만났다. 상황은 좋지 않지만 김 목사는 밝은 표정으로 "6.15 선언의 성과는 결코 제로(0)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6.15 선언은 역사적 대의"라고 평가하면서 "대의를 거스르는 일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편집자>


▲ 김상근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 ⓒ프레시안 자료사진

프레시안 : 6.15 선언이 나왔던 10년 전의 감회를 떠올려본다면.

김상근 : 당시 나는 제2건국범국민추진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있었고,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민들의 동의를 끌어 모으는 역할을 맡았다.

정상회담 계획이 발표되고 국민들의 반응은 예상대로 뜨거웠다. 남북관계에서 화해와 협력을 중시했던 사람들은 매우 반겼지만 의혹을 갖고 있는 사람도 많았다.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다는 것부터 당시로선 너무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일이었지 않나. 그리고 평양까지 가서 대체 무엇을 얼마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반대도 심했다. 특히 이북 5도민들이 크게 반발했다. 이북 5도청에 도민들을 불러 모아 정상회담과 관련한 설명회를 했는데, 국지적인 충돌도 빚어졌다.

하지만 정상회담, 그리고 6.15 선언은 그런 논란과 반발을 일축시켰다. 정상회담 후에는 우리가 놀랄 정도로 화해·협력 기조에 대해 국민적인 동의가 잘 이뤄졌던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회담을 마치고 서울공항으로 돌아오던 순간, 그 뜨거운 반응을 느낄 수 있었다.

반발했던 이북 5도민들은 그래도 불만이 많았다. 그런데 그건 정상회담을 했다는 것 때문이 아니라, '이산가족 상봉은 추석 이후에 하기로 했다'는 합의 내용 때문이었다. 이북 5도민들은 그게 합의냐며 합의를 할 거면 더 화끈하게 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얼마나 놀라웠겠나. 이날 이후로 남북관계가 혁명적으로 바뀐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언제나 앞으로 나가기만 한 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계승했지만 집권 1년차에는 남북관계가 주춤한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숱한 비극을 관통하며 적대관계로 지냈던 남과 북이 화해와 협력을 약속했다는 건 현대사, 민족사에서 혁명적이고 획기적인 발전이었다.

프레시안 : 이명박 대통령이 천안함 대응 조치를 발표한 직후 정부 청사 앞 기자회견에서 "지금 한반도는 한국전쟁 이래 가장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천안함 사건과 정부의 대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상근 : 우리로선 천안함 사건의 원인에 대해 스스로 입증할 수 없는 만큼 정부의 조사결과 발표를 부인하는 건 불가능하다. 자료도 없고 조사권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부 발표를 100%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정부 발표는 우왕좌왕했고 허점이 많았다. 그러니 어떤 단정적인 코멘트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대응에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한반도를 평화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소신이 있다면 그렇게 대응해서는 안 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응징도 평화가 아닌데 정부의 대응은 동값을 넘어서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말하는 건 상대를 제압해서 굴복시키겠다는 거다. 이 대통령은 그걸 평화라는 이름으로 감싸고 있지만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평화는 평화가 아니다. 팍스 로마나, 팍스 아메리카나 식의 평화로는 상대방과 공존할 수 없다. 양쪽이 모두 동의를 하는 평화야말로 진정한 평화다.

평화를 중시하는 발언을 하면 어떤 사람들은 '그럼 안보가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냐'고 말한다. 그렇지 않다. 안보의 중요성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들은 평화 관리에 힘쓰면서도 국방비 증액을 현 정부보다 많이 하면서 안보도 챙겼다. 평화와 안보를 모두 신경 썼기 때문에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던 거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유엔 안보리로 가져갔다. 나는 이렇게 무슨 일이 생기면 국제사회로 가져가는 태도가 6.15 정신에 어긋나는 자세, 반통일적 세태라고 생각한다. 6.15 정신은 우리 민족의 문제는 우리 민족끼리, 남북이 무릎을 맞대고 해결한다는 정신이다. 북한의 소행이 의심된다면 북에 따지고, 북을 데려와 대화를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그럴 수도 없지 않나. 당국 간 대화 채널은 끊겼고, 민간 대화는 막혀 있다.

프레시안 : 대북 조치 이전부터 남측위는 6.15 선언 10주년 남북 공동 기념행사를 추진해 왔다.

김상근 : 지난해 겨울 중국 선양, 올해 3월 평양에서 해외 및 북측위 인사들과 만나 공동 행사를 추진했다. 나는 처음부터 행사를 서울에서 열자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6.15 선언의 취지와 의미를 알려야 하는 만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서울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서울 대회를 통해 한나라당 의원들도 초대하고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축사도 추진해서, 이명박 정부의 정책적 변화를 이끌어보고 싶었다. 올해 3월까지만 해도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여당 고위 인사를 통해 행사 참여에 대해 한나라당은 물론 청와대로부터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해 들었다.

그러나 북측은 반대했다. 남한 정부가 서울 행사를 허용할 리가 있냐고 물었다. 또 공동선언이 발표된 게 평양이고 그들이 좋아하는 '꺾이는 해'의 기념일인 만큼 반드시 평양에서 성대하게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평양을 6.15의 성지로 생각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선언의 두 당사자(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중 한 명이 살아있는 곳에서 해야 한다는 거였다.

그렇게 접점을 좁히지 못하다가 5월 개성 실무회담을 통해 평양 공동 개최를 합의했다. 그리고 통일부에 5월 20일까지 관련 허가를 내 달라고 공문을 보내고 대답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날 천안함 침몰 진상조사 결과가 발표됐고 곧바로 대북조치가 이어졌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지구 근로자를 제외한 민간인 방북 불허 조치…. 그게 통일부의 답변인 셈이었다.

프레시안 : 최근 통일부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떠한가.

김상근 : 내가 남측위 상임대표를 맡은 게 지난해 2월부터인데 지금까지 통일부하고 한마디 소통이 없었다. 원래 민간 차원에서 방북이 이뤄질 때는 통일부로부터 당국 대화는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현지 분위기는 어떤지, 어느 정도 선에서 대화 수위를 조절해야 하는지 등 사전에 정보를 제공받는다. 그러나 이 정부에서는 그런 정보를 제공한 적도 한 번도 없다.

6.15 선언 그 자체를 수용하지 않고, 통일운동에 있어 민간단체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지난 정권 10년간 활발했던 민간교류의 성과를 은폐하고 있다.

프레시안 : 서울 행사를 열면 통일부 장관에게 축사를 부탁할 계획이었다고 했는데, 이 정부에 그래도 기대가 남아 있다는 뜻 아닌가?

김상근 : 이명박 정부가 처음 출범할 때 우리가 가졌던 건 우려와 기대였다. 일례로 북측 인사들을 만나면 우리는 불안해하는 그들에게 "조금만 기다려 보자"고 설득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보수진영을 업고 등장했으니 당장은 어쩔 수 없는데, 정국이 좀 풀리면 중도실용적으로 갈 것이고, 그게 오히려 대북정책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달랬다.

그때 북측 인사들은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지금으로선 그들의 말이 맞은 셈이 됐다. 과연 이명박 정부가 임기 내내 이렇게 갈 것인가 우려가 많다. 계속 이대로라면 김영삼 정권 때처럼 중반 이후부터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대북정책으로 일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 때와 지금이 다른 건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자회담이라는 틀이 생겼다는 것이다. 핵문제는 남북관계와는 별개의 문제지만 그래도 북한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창구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문제에 대해 아예 포기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 만약 정권 내내 이대로 간다고 해도 민족 전체가 10년간 쌓아올린 남북관계가 모두 파괴되진 않을 거라고 본다. 아무리 후퇴해도 절대 제로(0)로 가진 않을 것이다. 역사는 발전해왔다. 지금의 형국은 역사를 거스르는 일이다. 이렇게 반동이 큰 거스름은 무모하고 위험하다. 언젠가는 다시 정상화되리라고 믿는다. 남북관계가 일시적으로 나빠졌을 뿐 우리는 결코 절망하지 않는다. 아니 절망이 있더라도 그 안에 희망은 언제나 남아 있다.

▲ 김상근 목사. ⓒ프레시안 자료사진

프레시안 : 6.15 선언 이후 남한 내부에 생긴 변화 중 가장 컸다고 생각하는 것은?

김상근 : 노무현 대통령은 서해에 평화 해역을 설치해서 갈등과 분쟁을 해결하려고 늘 고민했다. 서해는 원래 남북의 분쟁지역이다. 그런데 거기서 적대의식을 누그러뜨리고자 하는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그건 남북한 모든 사람들에게 생긴 변화였다.

금강산만 해도 그렇다. 초기만 해도 금강산에 어떻게 가냐며 우려했던 사람들도 막상 금강산에 가서는 북쪽 사람들과 아무렇지도 않게 조우했다. 나도 거기서 지나가는 평양 사람과 우연히 얘기 나눈 적이 있는데 "서울에서 오셨습네까? 우리 함께 통일합세다"라며 손을 꼭 붙잡았었다. 그런 일이 그 전까지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겠는가.

프레시안 : 한계나 아쉬움이 있다면 어떤 건가.

김상근 : 6.15 선언의 '시행령' 격인 10.4 선언이 좀 더 일찍 나왔더라면 좋았을 거다. 노무현 대통령 임기 초기에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졌으면, 그가 2003년에 대북송금 조사를 추진할 게 아니라 2차 정상회담을 빨리 추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

6.15 선언같은 '강령'은 사실 시간을 두고 봐야 하는 것이다. 그걸 진짜 그림으로 그리기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했다. 그 점에 대해선 우리 판단이 좀 안이했다. 우리는 다음 정부가 누가 됐든 햇볕정책을 당연히 승계할 거라고 생각했다.

프레시안 : 이번 6.15 서울행사의 계획과 취지에 대해 말해 달라.

김상근 : 오는 13일에 서울광장에서 시민들이 참여하는 대중 집회를 열고 15일에는 조계종 역사문화기념관에서 시민·시민단체 관계자들, 2000년 정상회담에 참여했던 인사들과 함께 공식 기념행사를 개최할 것이다.

13일 '6.15 공동선언 발표 10주년 기념 평화통일범국민대회' 행사에는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야5당도 함께 하며 각계 발언, 문화예술공연, 통일박람회 등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15일 공식 행사는 문제가 없지만, 13일 행사는 어려운 상황이다. 장소 문제 때문인데, 우리는 작금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수많은 사람이 통일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자 접근성이 용이한 서울광장을 장소로 잡았다. 그런데 경찰은 치안 문제로, 서울시는 관리 문제로 광장을 열어주지 않고 있다. 우리는 이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번 행사는 반쪽으로 치러지게 됐지만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민과 소통을 하라,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하는 최후적 의미가 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 상황은 오래 가지 않을 거라고 본다. 역사의 흐름에도, 대의에도 맞지 않다. 다시 공존의 정신으로 회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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