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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日 "한국, 외교문서 전면공개 말라"

박정희에의 '정치자금 제공' 폭로 및 北의 배상금 증액 우려

17일 한일청구권협정 관련문서 공개에 대해 일본이 복잡하게 이해득실 계산을 하는 분위기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문서 공개로 이제 개인청구권 문제는 일본이 아닌 한국정부가 책임질 문제가 됐다"는 주장을 펴면서도 ▲반일감정 악화 ▲향후 청구권 재협상 주장 ▲북-일 수교시 배상금 증액 ▲한일수교협상 문서 전면 공개 등을 우려해 한국정부에 대해 '문서 전면공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하면서, 상황에 따라서는 일본측의 관련문서를 일부 공개해 맞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특히 일본은 이번 문서 공개로 65년 한일수교협정 당시의 '더러운 이면거래'의 실체와, 향후 북-일 수교협상 과정에 북한의 배상금 요구액수가 크게 늘어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日, 한국정부에 '문서 전면공개' 반대 입장 전달**

호소다 히로유키 일본 관방장관은 17일 한국 정부의 한일청구권협정 문서 공개와 관련, “내용과 경위를 일본 정부로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그는 “외무성에서 내용을 정밀하게 조사하면서 일본의 입장과 자료취급을 검토하겠다”고 말해 향후 일본측 수교 문서 공개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 일각에서는 한국의 수교 문서 공개에 대해 일본의 수교문서 공개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이와 관련 다니우치 쇼타로우 외무성 사무차관은 17일 기자회견을 갖고 “30년이 지난 외교문서는 공개 대상으로 한다는 ‘30년 규정’에 근거, 공개할 수 있는 것은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이러한 일본 정부 입장은 기존 '공개 불가' 입장에서 선회한 것으로, 그동안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의 문서 공개 방침에 대해 교섭의 상세한 내용이 공개되면 식민지 시대의 보상문제가 다시 초점이 될 것을 우려해 신중한 대응을 요구해 왔다.

따라서 일본정부의 입장 선회는 한국 정부의 한일청구권협정 공개로 비판의 화살이 한국 정부뿐만 아니라, 과거사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이율배반적 협상을 벌인 일본 정부에도 쏠릴 것을 우려한 데 따른 '맞불'의 성격이 짙은 것으로 분석된다. 요컨대 한국정부가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공개한다면, 그렇지 않은 정보를 공개할 수도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로 해석가능한 대목이다. 다니우치 차관은 그러나 “무엇을 공개할지는 한-일간의 향후 검토사항”이라고 밝혀 한국정부와 논의할 가능성을 열어 놨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대목은 일본이 한국정부의 외교문서 전면공개를 극력 저지하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의 전면공개에 대해 북일수교교섭과 반일 감정 등에 미칠 파장을 우려, 신중한 대응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그 이유로 “극단적인 경우 한국 내에서 청구권 교섭의 재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이라는 점을 꼽았다.

***미 CIA "한일협정전 공화당 일본서 6천6백만달러 받아"**

이같은 일본정부의 태도는 그들 스스로가 65년 한일수교협정의 '불평등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가능한 대목이기도 하나, 일각에서는 "한일수교협정 당시 배상금과는 별도로 일본정부가 박정희 정권에 대해 6천6백만달러의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미국 CIA보고서가 사실로 확인되는 것을 막기 위한 '쐐기'성격의 경고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현대사사료조사팀이 국사편찬위원회로부터 입수해 지난해 8월12일 공개한 CIA 특별보고서에는 "공화당이 일본 기업들로부터 자금을 받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충분하다"고 적혀있다.

한일수교협상 체결직후인 1966년 3월18일 작성된 <한-일관계의 미래>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에 따르면, "61년부터 65년까지 6개의 일본기업이 1백만~2천만달러씩 총 6천6백만달러의 자금을 공화당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 자금은 공화당의 4년간 예산의 3분의 2에 달하는 규모"다. CIA는 이 보고서에서 김종필 당시 공화당 의장의 "67년 대통령 선거운동자금으로 2천6백만달러가 공화당은 필요하다"는 말을 기록하고 있다.

보고서는 또 '한일협상 홍보'를 명분으로 김종필 의장이 일본의 돈을 받았고, 공화당은 일본기업외에 일본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기업으로부터도 돈을 받았다고 적고 있다.

이 문건은 지난 2000년 국사편찬위원회가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로부터 넘겨받은 것이다.

요컨대 일본정부의 한국정부에 대한 외교문서 전면공개 반대는 이같은 '더러운 이면협상'의 실체가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는 것이다.

***日언론, “개인청구권 소멸”강조**

한국 정부의 문서 공개에 대해 교도통신과 산케이,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보수언론들은 한결같이 '이번 문서 공개로 인해 개인청구권이 소멸됐다'는 점을 집중 강조해 보도하고 있다.

교도 통신은 “양국 정부가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따른 보상 등 청구권을 일괄 해결하고자 한국인 피해자에 대한 개인 보상 의무를 일본 정부가 아닌 한국 정부가 지기로 한 사실이 이날 문서 공개로 확인됐다”면서 “이에 따라 강제 징용 등 피해자가 일본 정부에게 개인 보상을 요구하는 길은 막히게 됐으며 향후 한국 정부에 대한 비판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산케이신문도 이날 “식민지 지배의 개인 보상은 한국 정부의 의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이번 공개를 통해 개인의 대일 청구권이 소멸된 것이 확인됐으며 ‘한국 정부가 개인 청구권에 대해 보상 의무를 진다’는 점이 명확해졌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개인 청구권과 관련해 64년 5월 11일 한국 외무부가 경제기획원의 개인 청구권 관련 질문에 “한국 정부는 개인 청구권 보유자에게 보상 의무가 있다”고 답한 문서를 강조했다.

요미우리신문도 “90년대 들어서 한국에서는 일본 정부에 대해 과거 문제 보상 움직임이 활발해졌으며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일본 정부는 협정으로 정부 보상 문제는 해결 완료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취해 왔다”며 “이후 한국 정부에 대한 보상 청구가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일본, 북한의 배상금 요구액 높아질까 전전긍긍**

그러나 이같은 외면적 분위기와는 달리 일본정부는 이번 청구권협정 문서 공개로 향후 북-일 수교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몰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호소다 관방장관은 이와 관련, “한-일 기본조약은 북-일 문제와는 별개의 것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이 점에 대해서는 한국, 북한, 일본이 모두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해, 북-일 수교협상에 미칠 파장을 사전차단하려 애썼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 간부 역시 “한국내에서 한일교섭을 문제시하게 되면 북한의 편승도 예상된다”고 말해 향후 북-일협상에 미칠 파장을 우려했다.

북한과 일본은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평양을 방문한 당시 평양선언을 통해 식민지 지배 등 과거청산 문제를 ‘경제협력 방식’으로 해결한다는 데 합의했다. 평양선언에서 양국은 “국교정상화를 실현하는데 있어서 1945년 8월 15일 이전에 발생한 과거사에 기초한 두 나라 및 두 나라 인민의 모든 재산 및 청구권을 상호 포기하는 기본원칙에 따라 회담에서 구체적으로 협의하기로 했다”면서 경제협력 방식을 언급했다. 이는 사실상 개인에 대한 보상 없이 정부가 개인들의 피해를 국가차원에서 받아내겠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어 한일수교협정과 같은 방식인 셈이다.

다만 평양선언에서는 한일수교협정과는 달리 “일본측은 과거 식민지 지배로 인해 조선인민에게 막대한 손해와 고통을 준 역사적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통절한 반성과 마음 속으로부터의 사죄의 뜻을 표명했다”고 밝혀 과거사에 대한 아무런 유감 언급이 없는 한일수교협정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같은 기본합의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공개된 한일청구권협정에서 식민지배 보상을 경제협력이라는 방식으로 해결한 데 대해 한국내에서 재협상 요구 등이 더욱 거세질 경우, 북한이 평양선언을 깨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배상금 규모를 늘려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져 일본당국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현재 북-일간 협상에서 북한이 얼마의 배상금을 요구했는지는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1989년 일본의 가네마루 신 자민당 부총재가 방북해 김일성 당시 주석과 회담했을 때 '1백억달러설'이 나돈 적이 있다. 또한 2002년 평양선언 직후 방한한 일본의 한 신문사 사장은 국내언론인과의 회동에서 "북한이 3백억달러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북 "일본, 과거사 청산 결단내려야"**

한편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7일 성명을 통해 “일본이 패전 60주년을 맞는 올해 대북 적대정책을 중단하고 과거 청산을 위한 결단과 실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 남한의 한일회담 문서 공개와 맞물리며 관심을 끌기도 했다.

대변인은 성명에서 “과거 청산은 일본이 보통국가 정상국가로 국제무대에 나서고 자기 존재와 발전에 필요한 우호적인 이웃, 선린적인 주변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필수불가결한 것”이라며 “치욕의 역사는 부정한다고 달라질 수 없으며 청산없는 반인륜 범죄에는 시효가 없고 우리 군대와 인민은 일본의 1백여년 범죄사에 대해 철저히 계산하고 있으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해 그 대가를 끝까지 받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외교문서 공개에 대해 일본은 표면적으로는 애써 여유있는 반응을 보이는듯 하면서도, 내심으론 한일수교협정 과정의 '추악한 이면거래'의 실체가 드러날 것을 우려하는 것과 동시에 향후 북-일 수교협상 과정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일본의 요구대로 부분공개로 상황을 종료하려 할지, 아니면 국민 요구대로 문서 전체를 공개할지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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