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또 급등, 54달러 육박

미국 수요-나이지리아-유코스 악재 겹쳐

지난 1일 서부텍사스중질유(WTI)가 배럴당 54달러에 바짝 근접하는가 하면, 북해산 브렌트유도 마침내 배럴당 50달러를 넘어서는 등 국제유가 급등세가 계속되고 있다.

***WTI 배럴당 53.64달러, 브렌트유도 50달러 돌파**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WTI 가격은 전날에 비해 배럴당 33센트(0.6%) 오른 53.64 달러로 마감됐으며 장중 한때 배럴당 53.8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날 종가와 장중 최고가는 모두 지난 83년 NYMEX에서 원유 선물거래가 시작된 이래 최고 기록이다.

영국 런던 국제석유거래소(IPE)에서 11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도 전날에 비해 배럴당 95센트(1.9%) 오른 50.66달러로 마감돼, 지난 88년 이 시장에서 원유선물거래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배럴당 50달러를 돌파했다.

석유시장 분석가들은 국제유가가 5거래일째 연속 상승하며 최고가를 경신하는 가장 큰 이유로 난방유 수요가 증가하는 겨울철을 앞두고 미국 멕시코만 일대의 석유파이프라인 3분의 1을 파손시킨 허리케인 이반의 타격을 꼽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의 5대 원유수입선이자 세계 7대 주요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의 석유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함에 따라 공급불안 우려가 깊어진 것을 주된 이유로 지적됐다.

이밖에 러시아 법원이 최대석유업체 유코스의 탈세사건에 관해 벌금과 추징금으로 13억4천만달러를 선고해 석유생산이 차질을 빚을지 모른다는 우려 역시 유가 불안을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사우디 아라비이와 쿠웨이트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현재 하루 2백만배럴의 생산 여유분을 유지하고 있으며 1백만배럴 증산 여력이 있다는 등 시장심리를 안정시키려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았지만, 시장에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