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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폐렴, 세번째 환자 '초전파' 여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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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폐렴, 세번째 환자 '초전파' 여부가 관건이다

[안종주의 안전사회] 투명과 소통의 방역 원칙이 감염병 유행을 막는다.

안종주의 안전사회-투명과 소통의 방역 원칙이 감염병 유행을 막는다.

“늑장 대응보다 과잉 대응이 낫다.” 지난 2015년 국내 메르스 확산 때 나왔던 말이다. 중국 우한 코로나 폐렴이 중국은 물론 홍콩, 대만, 태국, 일본, 한국, 미국, 캐나다 등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면서 각 나라들이 이런 격언에 따라 방역에 나서고 있다.

“늑장 대응보다 과잉 대응이 낫다.”는 말은 방역의 세계에서, 세계 감염병의 역사에서 정부나 지역사회, 방역전문가들이 새겨 들어야 할 말로 널리 인식돼온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메르스 창궐 때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런 말을 해 크게 공감을 받은 바 있다.

신종 코로나 폐렴이 유행하고 있을 당시 중국 우한에서 거주하다 일주일 전 귀국해 뒤늦게 증상이 나타나자 신고해 병원에서 격리치료를 받고 있는 3번째 국내 환자가 26일 확진되자 박 시장은 다시 이 격언을 소환해 들먹이며 서울시에서 신종 코로나 폐렴 방역의 원칙으로 삼겠다고 천명했다. 올바른 자세이자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실패는 불통·불투명 바이러스에 감염된 정부 대응 때문

중국은 사실상 신종 코로나 폐렴 방역에 실패했다. 늑장 대응을 한 결과다. 환자 발생 사실과 이미 사람 간 전파가 이루어지고 있는데도 이를 상당 기간 은폐했다. 지금 그 대가를 너무나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방역에서는 투명성이 생명인데도 관련 정보를 자국에서는 물론이고 다른 국가와 제때 소통하는 것을 외면했다.

이것이 가져온 후폭풍은 너무나 거세다. 인구 1100만 명이나 되는 거대 도시 우한이 사실상 봉쇄됐다. 이처럼 거대도시 전체를 방역을 이유로 ‘콰란틴(quarantine, 검역차단)’한 경우는 근래 들어와서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 1970년대 이후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 치명적 에볼라열이 유행했을 때 자그마한 마을 등을 통째로 외부 세계와 차단한 일은 몇 차례 있었다.

검역, 즉 quarantine이라는 단어는 40일을 뜻하는 말로 17세기 베네치아에서 변형돼 쓰이던 이탈리아어 quaranta giorni에서 유래했다. 이는 당시 흑사병 전염병이 발생해 대유행을 하는 동안 배의 승객과 승무원이 육지로 가기 전에 모든 선박이 격리되어야 하는 기간을 의미한다. 검역은 사람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동물, 국경 통제 및 국가 내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중국의 우한 폐쇄령, 즉 검역봉쇄는 그야말로 고육지책이다. 이는 이곳에서 거주하는 많은 국가의 외국인들의 반발, 즉 국제적인 반발과 함께 우한 시민의 반발, 우한과 밀접한 교류를 하는 중국 내 타 지역 사람들의 반발, 그리고 중국 경제에 끼칠 심각한 악영향까지 고려한 끝에 내린 중국 최고위층의 결단일 터이다.

우한 폐렴이 아니라 이젠 중국 코로나 폐렴으로 불러야

야생동물에서 사람에게 신종코로나 바이러스가 전파된 것으로 추정되는 12월 중순과 사람 간 전파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12월 말~1월 초에 중국 정부가 지금과 같은 강력 대응을 했더라면 그리고 방역의 원칙이자 핵심 열쇳말인 투명성과 소통을 깊이 새겨 실천에 옮겼더라면 지금과 같은 창궐은 막을 수 있었을 터이다. 이제는 가래로도 막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굴착기를 동원해도 막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제는 우한 코로나 폐렴이 아니라 중국 코로나 폐렴으로 부르는 것이 적확할 것 같다. 중국 정부가 우한 봉쇄령을 내린 것도 중국 내 다른 지역으로 급속하게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때를 놓쳐 중국 곳곳에서 감염자와 환자가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가 우한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입국자를 촘촘히 검역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 폐렴에 걸린 것으로 확진된 환자는 하루 수십 명 단위에서 최근에는 수백 명 단위로 늘어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7일 0시 현재 전국 30개 성과 홍콩·마카오·대만 등 중화권 지역에서 2744명의 코로나 폐렴 확진자가 나왔고 사망자는 8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하루 전보다 확진자는 769명, 사망자는 24명 늘어난 것이다. 중국 내 의심 환자는 5794명으로 집계돼 환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확진자 중 중증환자는 461명으로 크게 늘었다.

하루 확진자 769명, 대유행의 시작 신호탄

이미 풍토병(endemic)을 넘어 유행병(epidemic) 단계를 지났다. 대유행 단계, 즉 팬데믹(pandemic) 문턱에 이르렀다고 판단하는 것이 맞다. 2003년 사스 대유행과 맞먹거나 이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 어느 정도까지 확산될 것이냐는 춘제가 끝난 뒤 이 감염병의 잠복기에 해당하는 보름 정도 지나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본다.

이처럼 신종 코로나 폐렴이 급격히 퍼져나가자 중국 정부는 춘제(春節·중국 설) 연휴를 이달 30일에서 다음 달 2일까지 연장했다. 또 2월 중순으로 예정됐던 전국 각 대학과 초중고, 유치원의 개학을 연기하도록 했다.

지구촌이 하나로 연결돼 있고 일일생활권인 오늘날 한 국가, 특히 인구가 15억 명이나 되는 대국에서 치명적이고 사람 간 전파가 이루어지는 감염병이 걷잡을 수 없는 형태로 유행하면 각 나라에 비상이 걸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현재 중화권 이외 국가의 누적 확진 환자는 태국 8명, 미국 5명, 일본·싱가포르·호주·말레이시아 각각 4명, 그리고 한국 4명 등이다.

아직 심각한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경계의 끈을 놓을 수 있는 안심 단계는 아니다. 만약에 이들 국가에서도 환자가 한 자릿수가 아니라 두 자릿수, 나아가 수백 명 수준이 되면 국가 전체가 공포(패닉)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국가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인다 해도 방역 자체가 완벽하게 이루어지기 어렵게 된다.

모든 방역 단계에서 ‘늑장 대응보다는 과잉 대응이 더 낫다.’ 원칙 적용

중국처럼 되지 않으려면 중국이 그동안 취해온 자세와 정 반대로 하면 된다. 방역의 원칙, 즉 ‘늑장 대응보다는 과잉 대응이 더 낫다.’를 모든 방역 단계에서 취하는 것이다. 또 ‘투명성’과 ‘소통’의 키워드를 늘 머리에 담아두고 방역 전략을 세워 행동에 옮겨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는 이런 자세를 잘 견지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찜찜한 구석이 하나 있다. 세 번째 확진자이다. 앞서 두 명의 확진 환자는 공항 검역단계에서 그러거나 능동감시 대상자로 지정해 관리해 지역사회나 다른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이 없거나 낮다. 세 번째 환자는 다르다. 감염 상태에서, 그리고 사실상 환자 상태에서 일주일가량 상당수의 사람과 접촉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환자의 카드 사용내역과 폐쇄회로텔레비전을 통해 동선을 파악해 접촉자 확인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보다는 상태가 위중하지 않다면 환자 본인의 진술과 귀국 후 그와 함께 동행한 사람의 진술 등을 통해 정확한 활동과 접촉자 파악을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고 방역 측면에서 빈틈이 생기지 않게 할 수 있다. 만약 그가 접촉한 사람의 수가 많거나 그 접촉자가 다시 지역사회에서 다시 다른 사람들을 접촉했다면 경우에 따라 심각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총력을 기울여 접촉자를 찾아내 격리 내지는 능동감시를 하는 것이 맞다.

세 번째 국내 환자 초전파 행위 여부가 관건

우리나라에서 신종 중국 코로나 폐렴이 유행하느냐 여부의 열쇠는 그가 초전파(super spreading)행위를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에 달려 있다. 초전파 행위는 한 환자가 많은 사람들과 접촉해 수십 내지 수백 명에게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것을 말한다. 2015년 우리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중동호흡기증후군, 즉 메르스 유행 때도 초전파 행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감염된 사례가 있었다.

세 번째 환자와 관련해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를 공항 검역 단계에서 걸러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설혹 그가 공항에 입국할 때 고열과 기침 등 호흡기·폐렴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하더라도 우한에서 코로나 폐렴이 유행할 당시 거주한 사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적어도 일정 기간 집에 머무르게 하며 살피는 능동감시 대상으로 하는 것이 마땅하다. 한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만약에 그가 입국 과정에서 우한 거주 사실을 숨겼더라면 상당한 책임은 물론 그 환자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감염병 예방과 방역의 기본적인 책임은 국가에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개인의 부적절한 행위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투명성과 소통은 국가 방역활동뿐만 아니라 감염병 유행 때 개인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 투명성과 소통의 원칙만 잘 지키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를 포함한 인터넷에 부정확한 관련 정보가 올라오거나 괴담 등이 퍼지더라도 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 폐렴과 관련해 정부는 이 부분도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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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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