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비상대책 기준, 배럴당 32달러로 상향

수급차질 때만 차량10부제 등 강제수요억제 조치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닌 3월25일 차량 10부제 등 범국민적 에너지 절약운동 식의 고유가 비상대책을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한 이후 정부가 새로 손질한 대응방안을 내놓았다.

***비상대책 발동 기준, 배럴당 32달러로 높여**

산업자원부는 6일 지난해 이라크전을 대비해 수립한 `석유위기 대응계획`을 보완한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상황별 대응방안`을 대통령권한대행 고건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보고해 이를 확정, 발표했다.

국민들의 심리 불안을 우려해 일부만 발표된 이번 대응방안의 특징은 우선 두바이유 배럴당 30달러를 기준으로 하는 기존의 비상대책 3단계에서 발동 기준 가격을 배럴당 32달러로 높인 것이다. 또한 단순히 가격 변동만 있을 경우와 수급불안이 동반될 때를 구분했다.

두바이유 기준 10일 이동평균가격이 배럴당 32달러를 넘을 경우 석유수입부과금.관세.내국세 등을 인하하는 가격안정대책을 시행키로 했다. 이와 함께 수급차질이 동반되지 않을 경우 차량10부제 등 강제적인 수요억제조치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가격안정화 대책 위주, 강제 에너지 수요 억제책은 가급적 지양**

가격안정대책의 적용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유가의 10일이동평균치가 32달러에 도달했을 시 석유수입부과금 인하, 32-35달러때는 관세인하, 35달러 이상이면 교통세 등 내국세 인하 등 단계적 조치가 취해진다.

국제유가가 35달러를 상회할 경우에는가격안정화 조치와 더불어 상승분 일부를 시장가격에 반영키로 했다. 산자부는 유가상승과 함께 수급차질이 우려 또는 발생될 경우 가격안정대책과 함께 비축유 방출.석유수급조정명령 등 수급안정대책도 병행 추진키로 했다.

산자부는 "가격안정화 개시시점을 높인 이유는 유가변동에 대한 우리 경제의 흡수능력과 함께 국제유가가 걸프전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계절적 요인.국제투기자금의 개입 등으로 연평균 유가를 기준으로 20%내외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OPEC 감산 조치 발표후 유가 하향세**

실제 최근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1일부터 생산쿼터 감산조치에 들어간다고 발표한 이래 오히려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제 원유시장에서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2일 현재 배럴당 29.88달러로 지난 2월27일(29.41달 러) 이후 한 달여만에 3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특히 지난달 31일 OPEC의 감산 발표 이후 이틀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1.28달러 하락했다.

지난달 17일 38.18달러까지 치솟았던 미 서부텍사스중질유(WTI) 현물가격도 4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반대로 2일 현재 34.50달러로 하락했다. OPEC가 감산을 결정한 31일 0.49달러 하 락했고, 그 다음날에도 1.42달러 추가로 내렸다.

석유시장에서는 OPEC가 1일부터 전체 산출량 쿼터를 일일 1백만배럴 줄어든 2천3백50만 배럴로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지난 3월 OPEC 회원국들의 실제 생산량은 전달보다 42만배럴 늘어난 2천8백45만배럴로 추정돼 새로운 생산 쿼터와 실제 생산량의 차이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자부.석유공사.에너지경제연구원.정유사 등으로 구성된 ‘ 국제유가 전문가 협의회’도 당분간 고유가가 유지되겠지만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26∼28달러선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2·4분기는 특히 석유 비수기인데다 이라크가 공급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유가가 배럴당 25달러 이하로 하락할 경우 OPEC가 추가 감산할 가능성이 있어 그 이하로는 떨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