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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로부터 해방된 '돈'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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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로부터 해방된 '돈'을 만들자"

[신간] 국제금융위기 해법 모색한 <돈, 그 영혼과 진실>

유럽의 단일 통화 ‘유로’를 디자인한 것으로 알려진 버나드 리테어 박사가 금융의 세계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오늘날 국제금융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 주목된다.

***'집단 무의식의 반영'으로 본 돈의 실체**

<돈, 그 영혼과 진실>(참솔 간)은 벨기에의 루벵대 국제금융학과 교수, 벨기에 중앙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시스템이라고 평가받는 벨기에의 '은행간전자결제제도' 개발을 총괄하고 유로의 출범에 깊숙이 관여했던 리테어 박사의 거대담론이다.

버나드 리테어는 이 책에서 돈을 ‘집단 무의식의 반영’이라는 근본적인 전제를 깔고 분석을 시도했다. "인간이 합리적이라는 전제 위해서 돈을 다룰 때 비극이 생긴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현대경제학은 ‘극단적이고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현대인’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가정은 돈이 집단적인 감성을 제어.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무관심한지를 말해준다”면서 “최첨단 금융시장을 주기적으로 뒤흔드는 비합리적인 버블과 몰락이 극단적인 합리성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리테어는 돈에 반영된 집단무의식의 원형을 풍요를 상징하는 어머니와 연결시킨 뒤 이 원형이 억압될 때 나타나는 두 가지 ‘원형의 그림자’ 즉 하나는 '폭군' 같은 그림자 또 하나는 정반대로 '포기자' 같은 그림자의 변증법적 과정으로 돈의 역사를 고찰했다. 그는 도교의 음양이론까지 동원해 폭군을 양의 그림자, 포기자를 음의 그림자로 표현하기도 했다.

*** 탐욕과 빈곤에 대한 두려움의 그림자**

폭군과 포기자라는 두 그림자의 관계는 기회만 되면 동전의 양면처럼 오갈 수 있는 같고도 다른 모습이다. 리테어는 성무기력증 환자는 성중독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 하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그 변환의 매개체는 ‘두려움’이다.

이러한 분석틀에서 저자는 현대금융시스템이 지니고 있는 그림자를 ‘탐욕과 빈곤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한마디로 정리한다. 그러나 그는 정작 중요한 현실적인 이슈는 현대 화폐의 독점적 성격이라고 지목한다. 돈의 사용 목적과는 상관없이 우리 눈 앞에 놓여 이는 화폐 외에는 다른 교환수단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이다. 그는 다른 교환수단으로서의 대안이 존재하는 사회를 탐색하고 돈에 대한 축적 욕망을 약화시키는 방법을 모색한다.

저자는 돈의 원형이 억압된 역사적 배경을 ‘위대한 어머니에 대한 억압’으로 판단한다. 섹스,죽음,돈은 ‘위대한 어머니’의 태 속에서 자라난 것이나 ‘위대한 어머니에 대한 억압’으로 현대까지 금기로 되어 있다. 이 세가지는 ‘정중한 자리’에서는 입에 담지 말아야 할 주제들이었다. 하지만 1960년대 성의 혁명을 거치면서 섹스는 음습한 그늘에서 해방되어 젊은이들이 즐겨 이야기하는 화제거리가 되었다.

두 번째 금기인 죽음도 1980년대 에이즈의 만영과 함께 햇빛으로 나오게 되었다. 이때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섹스와 죽음을 말하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것은 마지막 금기인 돈이다.

현재에 이르고 있는 세가지 터부는‘ 위대한 어머니'가 수천년 동안 억압되어 왔기에 앞으로도 계속 중요한 터부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침략당해 붕괴된 '위대한 어머니의 시대'**

저자는 지금까지 지구상에 존재한 어떤 사회를 이해하는 지름길 가운데 하나는 그 사회가 신성시하는 이미지를 분석해 보는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사회가 신성시하는 이미지 속에 여성을 부정하는 의미가 있다면, 여성들은 자신의 영혼과 몸을 존중할 수 없는 법이다.

리처트 타너스에 따르면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위대한 어머니’의 시대를 구가하던 기원전 4천년, 그리스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모계사회가 남성중심의 인도-유럽 인종의 침입으로 깨졌다. 평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모계사회는 최신 무기로 무장한 인도-유럽 인종에 의해 쉽게 점령당했다.

정복당한 부족들의 신화는 가부장적인 내용을 변했고, 위대한 어머니의 상징은 남신 중심의 새로운 신화의 부속품을 전락했다.이후 여성에 대한 억압.통제.여성의 유순함은 일상적 논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본디 정주하고 있는 종족은 대지에 긴박되어 있었기에 땅의 여신을 숭배했다. 반면에 유목민은 사막을 주유천지하는 존재들이었기에 가변적인 대지보다는 변하지 않는 하늘을 숭배했다.

***'양의 화폐'의 대안은 '음의 화폐'**

이처럼 남성 중심의 억압된 사회에서 돈은 국가의 강제통용력을 지니며 교환가치 외에 가치저장 수단으로서의 법정 화폐 즉 ‘양의 화폐’만이 군림하게 되었다.

현대인은 국가가 독점적으로 발행해 유통시킨 화폐를 유일한 실제 화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돈을 저축하면 당연히 이자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발행자부터가 이타주의적이고 평등한 질서를 바탕으로 하는 ‘음의 화폐’가 대안 화폐로서 ‘양의 화폐’를 보완하는 사회를 주창한다.

‘음의 화폐’는 거래만을 위해 기능하는 화폐다. 리테어는 이 개념을 현실에 적용해 오늘날 금융위기가 화폐가 단기운용에 따른 차액을 노리는 투기 수단으로 전락해 통화정책이 먹혀들지 않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지 않고 투기에도 안전한 글로벌 단일 통화인 '테라(Terra)'를 만들자"고 제창하기도 했다.

'테라'는 라틴어로 지구(Earth)를 의미하는 것으로 '글로벌 통화'라는 뜻에서 이름 붙여졌다. 이같은 국제적인 ‘음의 화폐’ 발권기능은 국제원자재 생산업자들이 참여하는 '테라 연합(Terra Alliance)'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 리테어 박사의 주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테라 연합’이 차지하는 상품이 세계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에 불과해 대표성에 한계가 있고 국제상품 시세의 변동이 심하다는 점에서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리테어 박사의 제안은 현실 가능성이 있는 대안으로 북미와 유럽 경제권,아시아 경제권간 단일 통화체제를 구축하고 이들 3극 통화를 하나로 묶는 ‘글로벌 통화’ 체제의 기초가 되고 있다는 점만 보더라도 국제금융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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