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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빚 돌려막기'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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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빚 돌려막기' 신세

무리한 경기부양하다가 '유동성 위기' 초래

경기부양을 위한 조기집행 정책으로 정부가 '한계 채무자' 신세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21일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정부는 일반회계상의 한국은행 일시 차입금 1조원을 작년 말까지 갚아야 했으나 자금 확보가 불가능하자 양곡관리특별회계를 통해 한은에서 1조원을 긴급히 차입해 만기일인 12월31일에야 가까스로 상환했다. 한은에서 돈을 빌려 한은 빚을 갚는 '돌려막기'를 한 셈이다.

***재경부, '디폴트 위기'에 '불법적 돌려막기' 의혹**

한은에 따르면, 재경부는 만기일을 불과 2~3일 앞두고 만기 연장을 한은에 요청했으나 관련 규정 위반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문제 해결을 시도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재경부는 한도 2조원에 만기가 2004년 9월30일까지인 양곡회계의 기존 채무 9천4백억원 외에 1조원을 추가로 차입한 뒤 일반회계로 전용해 한국은행 채무를 상환했다.

정부는 이어 올 1월13일 일반회계로 1조원을 한은에서 빌린 뒤 양곡회계상의 채무 중 1조원을 갚은 뒤 '유동성 위기가 아니라 며칠간 세입과 세수간의 미스 매치가 발생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돈 들어올 곳이 막연한 상황이 아니라 며칠간 수급의 시간차로 인한 해프닝이었다는 것이다.

재경부는 이날 "작년부터 국고수표를 폐지하고 전자이체 등 선진화된 세출 방식이 도입돼 지출은 신속히 이뤄지는 반면 세입은 시중은행 등을 거쳐 더디게 들어오기 때문에 일시적 자금 부족 사태가 벌어졌으며 불경기 등에 따른 세입.세출 예측의 어려움과 재정증권 발행을 통한 부족 자금 확보의 절차적 복잡성 등도 유동성 부족 사태의 원인일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금융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기업도, 개인도 아닌 정부가 '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졌다는 것 자체가 국민의 세금을 관리하는 체제에 중대한 허점이 생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재경부는 "부가가치세와 법인세가 이달말까지 들어올 예정이어서 재정 자금 부족 현상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세수 진도가 부진한 것으로 알려져 '미스 매치'가 자칫 심각한 상황으로 번질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일단 쓰고 보자"에 "국고금 관리에 모럴 해저드 만연"**

정부는 '미스 매치'를 해결하면서 '편법적 수단'을 동원했다는 논란도 빚고 있다. 특히 회계간 자금 전용을 `여유 자금'으로 제한하고 있는 국고금관리법 31조 등 관련 법률을 어겼다는 것이다. 차입으로 확보한 부채성 자금은 여유자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반회계 차입금을 갚기 위해 양곡회계에서 빌린 후 일반회계로 넘기는 것은 명백히 법률 위반에 해당된다는 지적이다.

국고금관리법제31조 1항은 "재정경제부장관은 국고금의 출납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정부의 각 회계 또는 계정의 여유자금을 세입세출예산외로 상호 전용할 수 있다. 이 경우에 전용한 자금은 그 회계연도내의 세입으로 보전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2003년도 세입총액이 세출총액을 1.1조원 초과한 것으로 추계되기 때문에 한은차입에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재경부의 해명은 '여유자금에 한한다는' 예산 전용의 제한 규정을 무시한 것으로 근본적으로는 한은의 발권력과 정부 재정을 엄격히 분리함으로써 정부 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와 통화 팽창을 막으려는 입법 취지를 손상시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부는 경기 회복을 위해 재정집행을 앞당기면서 올들어 두 달 남짓 동안 한은 등으로부터 7조원을 차입해,차입한도(8조원)의 90% 를 끌어들였다.

정부가 빚을 지면서 경기를 부양하고 있는 정책 자체도 논란의 대상이지만 세수에 차질이 있을 경우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3월말까지 전체 차입한도 5조원 가운데 2조5천억원(소진율 25%)을 차입한 것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난다.

이처럼 차입금이 급증한 것은 경기 활성화용 예산을 대규모로 앞당겨 집행하면서 올 1~2월중에만 26조7천억원의 재정을 지출,지난해 같은 기간(20조9천억원)보다 5조8천억원이나 늘려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앞으로 1,2개월의 단기간 내에 충분한 세수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 차입 한도를 늘리는 등의 비정상적인 재정운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법인세수를 지난해 24조2천억원보다 2.4%(6천억원) 줄어든 23조6천억원으로 책정해놓고 있어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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