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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야합의 뿌리, '야마시타 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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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야합의 뿌리, '야마시타 골드'

[화제의 신간]美역대대통령 비자금줄, 日우익의 뿌리

2월에는 탤런트 이승연의 '정신대 누드 파문'으로 시끄럽더니 이달 들어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3.1절 경고에 대해 일본 자민당이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 우표발행을 추진하는가 하면, 친일진상규명법 국회 통과에 대한 국내 보수언론들의 반발이 이어지는는 등 일제가 남긴 상처는 여전히 진행형임을 새삼 실감케 하고 있다.

이같은 가운데 최근 서점가에 일본 제국주의를 다룬 서적들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야마시타 골드>(옹기장이 간)는 일제가 약탈해 숨겨둔 엄청난 양의 금괴 처분을 둘러싸고 미국과 일본이 공모했으며, 그결과 일본이 한반도에서 저지른 각종 만행을 덮기로 했다는 충격적 내용을 담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전직 기자가 추적한 각고의 탐사보도**

저자 스털링 시그레이브는 미국의 유력일간 워싱턴포스트 기자 출신으로 부인 페기 시그레이브와 함께 수천시간에 걸친 관계자 인터뷰와 수천 건의 문서 조회를 거쳐 '소설이 아닌 실화'를 재구성해 냈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독일은 패전이후 4백50억달러의 배상금을 지불하고 독일의 주요기업들은 노예노동자, 전쟁포로 및 기타 희생자들에게 수억 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해야 했다"면서 "그런데 왜 일본 정부는 30억 달러만 지급하고 성적 노예화를 강요당했던 한국인 여성들의 모든 소송을 회피할 수 있었는지, 일본의 거대기업들은 모든 희생자들의 소송을 교묘히 피해갈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저자는 그 답을 '야마시타 골드'에서 찾았다. 야마시타 골드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몇 달 전인 일본의 야마시타 도모유키 장군이 1945년 6월 필리핀 루손섬에서 지연작전을 펴는 동안 일본 황가의 최고위 왕자들이 이 일대에 은닉한 금괴를 일컫는다. 야마시타 장군은 금괴 조성과 은닉 과정에 직접 관련은 없다.

일본 황가의 여러 최고위 왕자들은 그들이 약탈한 상당량의 금괴와 보물들을 훗날 되찾을 요량으로 필리핀 루손에 동굴과 터널을 파고 숨겼다. 이는 아시아의 열두 나라에서 수천년 동안 축적된 부였다.

일본의 아시아 약탈은 히로히토 천황의 동생인 치치부 왕자가 감독하고 있었다. 그의 조직은 황제가 지은 시 한 편의 제목에서 따온 암호명 '킨노유리'(きんの ユリ, Golden Lily)라고 불렀다.

루손섬 일대 험준한 산악지대에 1백75개의 동굴과 터널을 파고 금괴를 은닉하는 작업에 동원된 1백75명의 수석 엔지니어들은 송별 파티를 벌인 '터널-8'이라는 지하 보물창고에서 일본군 수뇌들에 의해 다이나마이트 폭파로 생매장됐다.

제2차 세계대전의 전쟁비밀 중 가장 깊숙이 감추어졌던 '야마시타 골드'에 관한 사실이 폭로될 수 있었던 것은 금괴 은닉을 책임졌던 히로히토 일본천황의 사촌 다케다 츠네요시 왕자의 시중을 들었던 필리핀 하인이 생존했기 때문이다. 교육 수준이 높았고, 감상적인 면이 있던 이 왕자가 다이나마이트가 터지기 직전 '터널-8'에서 구해준 것이다.

필리핀 하인 벤 발모레즈는 70대 중반의 노인이 되어서야, 저자를 '터널-8'로 데려가 이같은 이야기를 증언했다. 이 증언 이후 저자가 각고의 노력으로 파헤진 결과물이 다름아닌 <야마시타 골드>인 것이다. 그 주요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야마시타 골드는 미-일 야합의 자금줄**

저자에 따르면 '야마시타 골드'는 전쟁 중 일제의 전리품이 아니라 국가적 사업으로 계획적으로 전개된 전쟁의 목적이었으며, 미국은 이같은 전리품의 존재를 알게 되자 이를 비밀에 부치고 '미-일 야합'을 주도했다. 미국 정부는 '야마시타 골드'를 '블랙 이글 트러스트'라는 거대한 규모의 지하자금으로 전환시켜 국제.국내의 공작정치자금으로 사용해 왔다. 저자는 트루먼 대통령, 맥아더 장군은 물론 현재 미국의 조지 W.부시 대통령도 이 자금을 사용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폭로하고 있다.

저자가 주목한 것은 단순한 일제의 약탈 행위가 아니라 미-일 야합의 실체였다. 전후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서의 핵심은 구소련과 중국의 남진을 저지할 냉전의 방어선을 구축하는 것이었으며, 이 방어선의 교두보는 일본이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일본에 친미 정권을 유지토록 하는 것이 전쟁 유산의 청산보다 훨씬 더 중요했다.

따라서 아시아 약탈, 전쟁 포로와 징용 노동자, 위안부 등에 대한 학대와 같은 일본의 전쟁 범죄는 덮어져야 했다. 전범재판은 극소소의 '희생양'들을 처벌하는데 그쳤고, 전쟁 피해와 관련한 아시아 각국 및 그 국민들의 일본에 대한 배상 청구도 저지되어야 했다.

이 때문에 이 책은 "전전 일본이 아시아의 문화와 재산을 약탈했다면, 전후 미국의 극우 세력은 역사를 약탈한 셈"이라고 규정하면서 "전후 아시아 각국에 대한 일본의 완고한 비사죄적 태도는 바로 이러한 배경 속에서 배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마시타 골드'는 일본이 왜 친미정권이 될 수밖에 없는지 그 의문의 열쇠도 제공한다. 미국의 극우 세력은 일본의 전쟁 금을 기반으로 요츠야 펀드, 키난 펀드, M-펀드 같은 비자금원을 형성했으며, 이 자금으로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에서 극우파를 양성했다. 일본 자민당의 형성 기반이 된 자금도 바로 이 펀드들이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태생적 본성 때문에 일본 내 정치적 실권은 언제나 이 펀드의 관리자들에게 주어졌다. 일본의 수상을 역임했던 요시다 시게로, 미야자와 기이치, 다나카 가쿠에이, 다케시타 노보루 등이 모두 미 정부의 위임을 받은 이 펀드의 관리자들이었다.

이 책은 "전후 일본의 정치가 금권적.도당적 성격을 띠면서도 철저하게 미국에 종속된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은 미 정부가 일본의 정치를 조종할 수 있는 M-펀드라는 확실한 지렛대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야마시타 골드' 조성에는 일본 야쿠자도 개입했다. 일본 최고의 갱 고다마 요시오는 중국의 지하세계를 약탈함으로써 골든 릴리를 도왔으며 약탈물에서 나온 수입을 활용하여 일본의 자민당을 세우는 데 큰 지원을 했다. 그는 록히드 사건의 배후 인물이기도 하다.

***국가안보 미명하의 부패고리는 밝혀져야 **

미국이 일본을 재건하기 위해 만든 각종 펀드자금의 출처도 이 금이다. 닉슨은 중공과 외교를 트기 위해 막대한 양의 금을 원조했다. 레이건의 강한 달러 정책도 이 자금에서 나왔다. 필리핀의 독재자 마르코스와 부인인 이멜다의 사치스러운 생활도 이 금을 찾으면서 시작됐다. 마르코스의 하와이 망명은 미국에 남은 금을 넘기는 조건으로 이뤄졌다. 씨티은행, UBS 등 세계적 은행의 계좌에도 이 금이 상당량 보관돼 있다.

야마시타 골드를 제외하고도 이미 약탈한 막대한 양의 재화가 일본 본토에 숨겨져 있었다고 이 책은 전한다.

이같은 사실들은 국가 권력으로부터 '국가 안보 누설'죄로 박해를 받기 마련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국가 안보는 심각한 문제로 이 점에 관해서는 우리도 이의가 없다"면서도 "국가 압보는 공적인 부패와 이해의 충돌을 은폐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루먼 대통령이 전쟁 약탈 금의 발견을 비밀에 부친 것이 정당한 일이었는지의 여부를 다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면서 "미국의 극우파가 애국주의의 가면 아래서 이 전쟁 금 중의 상당 부분을 빼돌렸다는 증거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렇다고 저자가 지칭하는 '그들'로부터 살해될 위험을 면하기는 어렵다. 저자는 여러 번 살해 위협을 받아 외딴 섬에서 1년간 숨어지내는 등 고통을 겪었다. 저자는 뜻밖의 일이 일어날 때를 대비해 이 책과 관련된 모든 문서를 인터넷상의 많은 사이트(www.yamashita-gold.com 등) 에 올려 놓았다.

저자는 "우리가 만약 살해당한다면 독자들은 '그들'이 누구인지 분명히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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