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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강사에 욕설한 구의원, 사과 대신 '거짓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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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성폭력 강사에 욕설한 구의원, 사과 대신 '거짓 해명'

최원석 "나이 어린 강사가 먼저 모욕"…피해 강사 "추가 고소한다"

성폭력 예방교육 강사에게 고성과 욕설을 해 논란을 빚은 서대문구의회 최원석 구의원(자유한국당)이 25일 본회의 신상발언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강사가 먼저 반말을 했다'는 등 목격자들의 진술과 상반되는 내용의 자기 변호 위주여서 오히려 추가 논란이 예상된다. 당시 강사였던 이은의 변호사는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추가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구의원은 25일 구의회 본회의 신상발언을 통해 "본 의원으로 인한 현재 사태에 대해, 모든 것은 (제) 부덕의 소치로 일어난 사건으로 미안한 마음이 든다"면서도 해당 사건을 "성희롱 예방교육을 수강하던 중 일어났던 학습권 침해 사건"으로 규정했다.

최 구의원은 지난 19일 성폭력 예방교육 도중 삼성전기 직장내성희롱 피해자인 강사가 자신의 경험담을 말하자 '삼성이라는 기업 실명을 거론하지 말라'고 이의를 제기했다가 거부당하자 "뭐 저런 X이 다 있어" 등의 욕설과 고성으로 파문을 빚었다. (☞관련 기사 : 한국당 구의원, 성폭력 교육 강사에 "저런 X" 욕설 파문)

최 구의원은 사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며 "교육 내용은 강사의 옛 직장인 삼성에서 있었던 경험담이었고 삼성자동차와 삼성전기에서 일하며 상사에게 추행을 당했다는 경험을 적나라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면서 "자극적·선정적으로 세밀하게 묘사해서 낯뜨겁고 대단히 불편했다. 삼성에서 26년 동안 일을 하면서 이런 일 저런 일을 다 겪어봤고, 성희롱이 있었어도 그 정도까지 있을 것이라고 상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직장내 성희롱 사례에 대해 '그럴 리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최 구의원은 강의 중 자신의 행동에 대해 "강사의 강의 내용은 계속적으로 삼성전기, 삼성자동차를 반복하며 마치 삼성 문화 전체가 아주 폐쇄적인 것처럼 표현해 본 의원에게는 굉장히 불쾌하고 치욕·모욕적이어서 본 의원이 정중하게 중단을 요청했다"며 "교육자에게 갑자기 달려들려고 하지도 않고, 정중히 손을 들고 본 의원의 의사를 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네가 뭔데', '당신이 의원이지 삼성맨이야' 등으로 응수해 의회를 폄하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최 구의원은 이어 "'당신이 아직도 삼성맨이야?', '네가 삼성 대표야?', '삼성이 당신 이렇게 충성하는 거 알아?' 등의 말을 듣고 (제가) 언성이 높아졌다"며 "'네가 뭔데'라는 말에 본 의원보다 나이도 어린 것 같고 기수도 어린 것 같은데 이 강사가 너무 무례하게 행동해서 정말로 삼성 출신이 맞나 확인하려고 기수를 물어봤다"고 주장했다.

최 구의원은 이같은 주장을 수 차례 반복했다. 그는 "정중히 중단을 요청했으나 강사의 낮은 자질로 교육생의 의견을 무시하고 '네가 뭔데'라는 식으로 나와 본 의원이 본의 아니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거나 "만약 본 의원이 고성을 지르고 강의를 방해했다면 계속 강의가 진행되었겠느냐"고 본회의 발언에서 말했다.

최 구의원은 또 성폭력 피해자인 강사를 두고도 "그래도 자기가 몸을 담았고 회사에 같이 근무한 좋은 선배 동료들이 있었을 텐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며 "회사(삼성전기)는 성추행 예방 관련 내용을 직원들에게 계속 교육시키는 등 성추행 예방의 노력을 충분히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 구의원의 이같은 주장은 당시 강사였던 이 변호사는 물론, 상황을 목격한 다른 서대문구의원들의 진술과도 상반된다. 사건 발생 다음날인 지난 20일 <프레시안> 취재에 응한 한 구의원은 "강사가 '듣기 싫으면 나가셔도 좋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최 구의원이) 달려들고, 소리를 지르는 등 난동을 부렸다. 말리지 않았으면 달려들어 위해를 가할 기세였다"고 했었다.

다른 구의원도 당시 "최 구의원이 '불편하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이 변호사가 '나는 늘 이렇게 강의를 한다. 불편하면 나가시라'고 하니 (최 구의원이) 열을 받아서 '내가 삼성맨인데'라고 하고, 다른 의원들이 말려 강의장을 나가면서 '뭐 저런 X이 다 있어?'라고 했다"고 말했다.

최 구의원의 이날 본회의 신상발언 내용에 대해서도 복수의 구의원들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을 했다. 한 구의원은 "이 변호사도 (나중에) 반말을 했던 것 같기는 하다"면서도 "내가 기억하기로는 최 구의원이 먼저 반말을 했다"고 했다.

다른 구의원은 "(최 구의원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강사가 먼저 반말하지 않았다"며 "최 구의원이 자기에게 유리한 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 구의원은 자신이 욕설을 한 사실도 부인하고 있고, 주변에 (이 변호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하거나 이날 본회의를 앞두고도 '내가 스타가 됐다'고 하는 등 전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제가 최 구의원에게 '너'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다"며 "최 구의원 말대로라면 왜 한국당 비례대표 구의원이 저에게 사과를 하고, (소란 뒤에) 강의를 이어서 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최 구의원이 '본 의원이 고성을 지르고 강의를 방해했다면 계속 강의가 진행되었겠느냐'라고 말한 데 대해 이 변호사는 "그래서 강의가 중단됐던 것 아니냐"면서 "'네가 뭔데', '야', '너', '이X', 저X' 등은 다 최 구의원이 한 말이다. 저는 '당신이 제가 (삼성) 몇 기인지는 알아서 뭐 하시게요?', '지금 삼성 안 다니시는데 무슨 삼성맨이냐, 지금 구의원 아니시냐?'라고는 했다"고 자신이 기억하는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최 구의원을 모욕 등으로 고소할 예정이었는데, 오늘 본회의 발언에 대해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를 추가해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형법 제307조 2항은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경우(동조 1항,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보다 훨씬 중한 처벌 규정이다. 지방의회 의원의 본회의장 발언은, 국회의원과는 달리 면책특권(헌법 45조)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 변호사는 "다음주에 최 구의원을 고소할 계획이고, 공무집행방해 또는 업무방해 등의 (이 변호사가 고소인이 될 수 없는) 고발 사건은 한국폭력예방교육전문강사협회, 서대문구 구민 및 여성단체 등과 논의해 법적 조력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서대문구의회는 전날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종석 구의원을 위원장으로, 바른미래당 주이삭 구의원을 부위원장으로 하는 윤리특별위원회 구성을 의결했다. 다만 행정사무감사 등 기존 예정된 일정으로 인해 윤리위가 최 구의원 징계안을 논의할 첫 회의는 10월 중순으로 잡혔고, 논의 결과는 정례회가 끝나는 12월 중순에나 나올 예정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시간 끌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하지만, 이 변호사와 시민단체 등이 이미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고 언론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이 사건이 잊혀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편 윤유현 서대문구의회 의장(민주당)은 최 구의원의 신상 발언 뒤 "이 사태가 난 이후 처음으로 본인이 소명을 한 것"이라며 "저 또한 그 자리에 처음부터 끝까지 있었지만, 강사도 피교육자인 우리도 서로 존중하는 강의가 돼야 했다"고 말하고 "의장인 저로서도 책임을 통감한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윤 의장은 다만 "우리 담당 팀에서 강사를 섭외했고, 물론 강사를 섭외한 분이 그 분(이 변호사)에 대한 전체적인 것을 알 수는 없지만 어찌됐든 안타깝다"며 이 변호사를 강사로 섭외한 것이 잘못이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윤 의장은 "우리 최 의원께서 줄기차게 들어보다가 부지불식 간에 언성이 좀 높아졌다", "다음에 또 우리 최 의원이 다시 한 번 소명할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최 구의원을 감싸는 듯한 발언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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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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