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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화폐개혁'은 '정치개혁'이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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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화폐개혁'은 '정치개혁'이 결정

박승 한은총재, '고액권 발행' '1달러 대 1원 개혁' 추진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화폐 선진화를 위한 새 화폐 발행 문제를 4월총선후 정부와 협의할 방침" 이라고 화폐개혁 의지를 공론화했다. 박 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정치자금법 개혁등 정치권의 전면적 쇄신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정치권의 대응이 주목된다.

***"3대 화폐 선진화 방안, 총선 이후 정부와 본격 협의"**

박 총재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02년부터 내부적으로 연구.검토해온 △고액권 발행 △위폐 방지와 도안 혁신 △디노미네이션(denomination·화폐단위 하향조정) 세 가지 화폐 선진화 조치를 한꺼번에 추진할지, 아니면 분리 시행할지, 시행을 모두 유보할지 등을 연내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 총재는 "세 가지 중 어느 한 가지를 택해도 어차피 돈을 새로 발행해야 하는 만큼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를 동시에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전면적 화폐개혁을 예고했다.

박총재가 화폐개혁을 추진하는 동기는 여러가지다.

우선은 경제규모 확대다. 현행 화폐단위를 도입한 지난 30여년간 물가는 11배가 오르고 경제규모는 1백배가 커졌다. 1만원권이 처음 등장한 1973년 당시 1만원이던 쌀 한 가마(80kg)가격이 지금은 20만원을 웃돌고 20원하던 버스요금은 7백원이 됐다. 또한 경제규모 확장이 계속됨에 따라, 앞으로 몇 년안에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조' 단위로도 부족해 '경' 단위를 써야 될 정도이고 1원짜리는 사실상 화폐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한은 조사에 따르면 '경'단위가 실생활에 쓰이는 곳은 터키 밖에 없다. 터키는 내년 중 1달러당 1백50만 리라인 화폐를 1백만대 1로 '디노미네이션'할 계획이다. 우리가 디노미네이션을 하지 않으면 우리나라만 '경'단위를 쓰는 국가로 남게된다는 것이다.

10만원 수표를 발행, 관리하는 데 따른 비용도 화폐개혁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10만원권 수표를 발행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연간 6천억원에 달하고 있고, 사용된 수표를 수년간 보관하는 데도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은에서는 기존의 화폐단위를 1천분의 1로 낮춰 현재 달러당 1천2백원선인 환율을 달러화에 대해 거의 1대1의 환율을 갖도록 하는 '디노미네이션'을 선호하고 있다. 디노미네이션이 이뤄지면 10만원권 수표를 10만원권 고액화폐로 바꾸는 문제는 저절로 해결되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달러당 원화 환율을 1대1로 조정할 경우, 미국이 달러와 센트라는 두가지 단위를 쓰듯 원화도 '원'과 '환' 등으로 두가지 단위를 써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에선 1953년 구권 1백원(圓)을 신권 1환으로, 1962년 구권 10환을 신권 1원으로 바꾼 적이 있다. 당시는 인플레이션 억제와 지하자금 양성화를 겨냥해 긴급조처로 전격 단행됐고, 일정기간 예금인출 등이 금지됐다.

***정치자금법 개혁 정도가 화폐개혁 성사의 전제조건**

'화폐개혁'은 그동안 재계가 강력히 요구했고 한은도 오래 전부터 내부적으로 검토해온 사안이다.

이같은 화폐개혁은 박승 총재 취임 직후 본격적으로 공론화 준비작업에 돌입했다. 박 총재는 2002년 4월 취임하자마자 '낡은 화폐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면서 화폐제도 개선을 위한 별도 연구반까지 가동해왔다. 한은 내에서는 박 총재가 취임 중반기를 맞아 화폐제도 개혁을 재임 중 최대 업적으로 삼겠다는 생각을 본격화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우선 디노미네이션을 하려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결해 재정경제부의 승인을 거쳐 국회에서 법으로 통과돼야 한다. 그러나 재경부는 고액권 발행과 위폐방지.도안혁신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디노미네이션에는 '실익이 없다'는 부정적 입장이다. 화폐 액면을 절하하게 되면 물가가 불안해지고 국민들이 혼란에 빠지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고액권 발행에 불법정치자금 등 부패나 과소비가 심해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정치권 부패가 만연한 상황에서 10만원권을 폐지하고 이를 화폐로 대신할 경우 부패자금 추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크다.

이에 대해 한은은 "그렇지 않다"고 반박한다. 유로화 지역의 경우 유로화 도입에 따른 물가상승 효과는 0.2%포인트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또 고액권 발행은 경제적 필요성 여부에 따라 결정할 문제이고, 뇌물은 부정부패 방지나 정치개혁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로 서로 별개의 사안이라는 주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금 정치권에서 획기적인 정치자금 개혁을 논의중인 만큼 고액권 발행에 따른 정치부패 우려는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폐개혁의 성사 여부는 '여론'에 달려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한 관계자는 "현재 정치권에서 진행중인 정치자금 개혁이 획기적 수준으로 이뤄진다면 여론도 고액권 발행에 동의하겠으나,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여론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 총재도 이같은 상황을 인식한 듯 화폐개혁 논의 시점은 4월총선뒤로 잡고 있다. 박총재는 "화폐 선진화방안이 올해 결정된다 해도 준비 등에 시간이 걸려 신권 교환은 2007년에나 시작될 수 있으며 적어도 5년이 지나야 교환이 완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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