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안 대책위와 부안 주민의 주민투표 조기실시안을 거부하면서 '부안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대책위는 2월중 자체 주민투표를 강행할 예정이어서, 정부를 배제한 주민투표 실시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참여정부'에서 일어날 전망이다.
***대책위, "자체 주민투표 예정대로 한다"**
부안 대책위 이현민 정책실장은 7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주민투표 일정에 대한 정부측의 답변을 기다렸으나 뚜렷한 입장 표명이 없어 예고했던 대로 2월 자체 주민투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구체적인 계획과 일정은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가 중립적인 '주민투표관리위원회(가칭)'를 꾸린 후, 오는 20일경 위원회가 주도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실장은 "1월 중순까지 '자체 주민투표 지지 성명' 등을 발표하는 것으로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가 위원회에 참여할 예정"이라며 "최병모 변호사와 박원순 변호사 등이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정부가 합의할 경우 금요일인 2월13일 주민투표를 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자체 주민투표를 실시할 경우 직장인과 공무원 등 많은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 주말인 2월14일~15일 중 하루가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현재 대책위 차원에서 자체 주민투표에 대비해 '주민투표법'에 근거해서 선거인명부를 작성하는 등 실무 준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애초 밝힌 대로 50여 차례에 걸쳐 읍ㆍ면별 토론회와 공청회도 열 계획"이라며 "찬성측에도 함께 참여할 것을 종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자체 주민투표 정부에게 큰 압박으로 작용할 듯**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가 중심이 된 부안 주민들의 자체 주민투표가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국민 참여를 모토로 내걸고 출범했던 '참여정부'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주민들의 투표율이 높을 경우 정부가 주민투표 결과를 외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12월 사실상 위도 핵폐기물처리장을 백지화하면서 사과했던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밀어붙이기식 정책'을 또다시 반복하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출범시 호의적이었던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가 중심이 돼 주민투표를 진행하는 것도 정부에게는 적잖은 압박으로 작용할 예정이다. 특히 주민투표를 꾸릴 중립적인 '주민투표관리위원회' 준비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최병모 변호사와 박원순 변호사는 노무현 대통령의 최고 지인으로 꼽혀 왔던 이들이다.
***총선 때, 열린우리당 낙선 운동도 큰 부담**
대책위와 부안 주민들이 "정부가 주민투표 조기실시안을 거부할 경우 열린우리당 후보 낙선 운동을 벌이겠다"고 공언한 대목도 정부에게는 큰 압박이다. 이미 부안 사태가 일어나는 동안 정부와 부안 주민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에 대한 부안과 전북 민심이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주민들의 자체 투표로 또다시 부안 주민과 정부가 갈등을 빚을 경우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의 '전북 민심잡기'는 사실상 물 건너가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의장 경선 후보 의원들이 6일 이구동성으로 부안 사태에 대한 정부 실책을 비판하고, 주민투표 시기와 관련해 주민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수용할 것을 요구한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일각에서 "이런 전후 사정을 염두에 둘 때, 주민들의 자체 주민투표 움직임이 본격화될 경우 정부가 사실상 백기를 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하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정부 최소한의 체면도 못 세우나**
현재 정부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핵폐기물처리장 부지 유치를 신청할 경우, 다른 지역의 주민투표와 연계해 총선 후 부안 주민들의 주민투표를 진행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런 정부의 태도는 대책위나 부안 주민들 입장에서는 '꼼수'로 밖에 안 보인다"면서 "다른 지역에서 유치 신청을 했을 때, 부안 주민들의 반대 분위기가 동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부 특히 그동안 핵폐기물처리장 실무를 담당한 관료들이 여전히 부안을 포기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현재 부안 주민들의 자체 주민투표 움직임을 애써 폄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는 것이다. 현 정부가 '참여정부'의 이름에 맞는 최소한의 '체면'도 못 세우고, 부안 주민들의 '참여'에 한 수 단단히 배울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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