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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카드 입찰 배제로 외국계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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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카드 입찰 배제로 외국계 발끈

FT,제일은행 등 일제히 정부 비판, '외치 금융' 논란 가열

한국은행이 22일 ‘외국자본의 은행산업 진입 영향 및 정책적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현 수준을 넘는 외국자본의 국내 금융지배는 한국의 경제성장 동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문제삼고 나서자,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FT)가 외국계 자본의 입장을 대변하며 즉각 비난조로 반박하는 보도를 하는 등 정부와 외국계 자본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FT, 한국은행 보고서에 반론**

앤드루 워드 FT 서울특파원은 22일“한국은행이 외국자본의 소유에 제동을 촉구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은행이 국내 인수자본이 형성될 때까지 은행 민영화를 늦출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면서 “한국 정부가 최근 금융 부문 외국인 투자에 대해 점점 냉랭한 태도를 보이는 기미가 있었지만 한국은행의 이번 보고서는 이를 공식적으로 처음 시인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나아가 워드는 “이번 보고서는 중앙은행과 정부의 의견 차이를 노정하는 것인지 한국은행이 정부 정책의 변화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는 것을 의미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면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한국이 지난 6년간의 개방정책에서 과거의 폐쇄적 보호정책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드는 “한국은행은 ‘외국계 소유 은행들은 소비자 대출에 치중하느라 기업대출이 줄어들어 경제성장 동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외국인에게 매각할 수밖에 없을 경우라면 사모펀드보다는 은행 같은 장기전략 투자자에게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직간접 주식 투자를 포함한 은행 부문 외국인 지분은 38.6%로 말레이시아 19%, 필리핀 15%, 태국 15%, 일본 7%보다 높다"고 금융권에서의 외국계 영향력 확대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워드는 “한국에서 외국인 투자자를 거부하는 두가지 사례를 들자면 해외투자자들이 LG카드 매각에서 배제된 것과 외국계 대주주가 사기혐의에 연루된 이사진을 물갈이하려는 움직임에 대항하는 SK를 몇몇 시중은행들이 지원에 나서기로 한 것을 들 수 있다”고 비판적으로 전했다.

워드는 “한국은행의 보고서는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국유화된 우리,하나은행와 두 개의 투신사를 내년에 매각한다는 일정이 진전될지 그리고 외국인들의 입찰이 허용될지 의문을 갖게 한다”며 “한국은행 보고서에 앞서 재정경제부는 지난달 금융자산 매각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독식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국내 사모펀드 조성을 유도할 계획을 발표했다”고 한국 정부의 ‘반(反)외자 정서’를 기정사실화했다.

실제로 코헨 제일은행장도 이날 정부가 LG카드 인수전에 외국계를 배제한 대목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등 외국계의 불만은 조직적으로 표출되는 양상이다.

***외치논쟁 가열**

이같은 논란에 대해 전문가들은 외국계 자본들이 자유로운 입찰 기회와 경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LG카드 매각건에 대해서는 다른 시각의 접근을 하고 있다.

지난 11월 중순 금융감독원은 유동성 위기에 몰리고 있던 LG카드의 주채권은행을 외국계인 제일은행에서 우리은행으로 갑자기 바뀌었다. 금감원이 직권으로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은행을 LG카드의 주채권은행으로 삼아 대책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었다. 금융계에서는 정부의 뜻을 따르지 않는 외국계 은행이 LG카드를 주관할 경우 LG카드 도산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그후 주채권은행의 책임에서 벗어난 제일은행은 LG카드에 대한 2조원 규모 자금지원에도 참여하지 않았고, 외국계인 한미-외환은행도 마찬가지 선택을 했다.

외환위기 직후 부실화된 국내은행을 외국인들에게 매각하는 데 앞장 섰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국내 금융기관들을 더이상 외국인들의 손에 넘겨서는 안된다”며 우리은행 지분 인수등을 위해 2조~3조원 규모의 토종 사모펀드 조성에 나섰다는 것도 이같은 국내금융계 및 정부의 달라진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전문가들은 이와 관련,“일부 외국계 펀드들은 단기적인 이익 환수와 국내 기업에 대한 고급정보를 취득하는 데 관심을 둘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의 입장이 바뀐 데에는 제일은행을 인수한 뉴브릿지 캐피탈 등이 정부 기대와는 달리 제일은행을 선진금융기관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큰 작용을 했다는 분석이다.

김종인 전 경제수석은 23일 경제민주연합 창립 기조연설에서 "현재 외환보유고는 국내 산업재산 40%가 외국인 손에 넘어간 상황에서 비롯된 것으로 결코 안심할 상황이 아님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외국계의 과도한 시장지배력에 대해 경고했다.

단기 실적을 최우선시하는 외국계와, 중장기적 국가운영을 중시하는 정부간 갈등이 본격화되는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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