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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하마스 간부 암살은 모사드 소행…어쩔 건데?"

[해외시각] "이스라엘에 분노하는 국가들, 곧 일상으로 돌아갈 것"

지난 1월 발생한 하마스 간부 마흐무드 알-마드 암살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이스라엘 모사드가 외교 마찰은 물론 국제사회의 비난을 예상하면서도 작전을 감행한 배경은 무엇일까?

그동안 이스라엘 정부는 모사드가 각종 암살 사건의 배후로 몰릴 때마다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정책을 취해 왔다. 이번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암살을 최종 승인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그뿐이었다.


이로써 이스라엘은 또 한 번 국제적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서방 세계가 이스라엘을 강력히 비난하는 이유를 정확히 말하자면 이들의 암살 자체 때문이 아니라 범행 과정에서 용의자들이 총 26명 분의 여권과 신분증을 도용한 사실 때문이다.

용의자들은 영국, 아일랜드, 프랑스, 독일, 호주 주민의 여권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EU)은 성명서를 내고 이스라엘을 규탄했으며, 호주는 외교부 장관이 이스라엘 대사를 소환해 엄중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아랍 국가들에서 볼멘소리가 나온 것은 그 때문이다. 서방 국가들의 '이스라엘 때리기'가 자국의 외교적 지위를 지키는데 그치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이스라엘이 이슬람 무장단체 간부를 암살할 때마다 보복 테러가 발생하는 등 악순환이 끊이지 않는데, 그런 비극을 초래한 이스라엘에 대해 서방 국가들이 별다른 행동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례로 파키스탄 일간지 <돈(Dawn)>은 지난달 24일 "유럽은 자국 영토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모사드에 살해당할 땐 무관심하다가, 여권 문제가 불거진 뒤에야 반응을 보인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이스라엘이 타국과의 마찰을 각오하면서 작전을 감행한 이유는 뭘까? 전 중앙정보국(CIA) 이슬라마바드 지부장 로버트 그레니어는 1일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 인터넷판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비용 대비 효과가 커서"라는 당연하지만 섬뜩한 대답을 내놨다.

그레니어 전 지부장은 서방 국가들이 비난은 할지언정, 실제로 이스라엘과 관계를 끊으려고 하지는 않는다며 이스라엘도 미국과의 든든한 관계가 보장되는 한 이런 비판에 무감각하다고 설명한다.

모사드가 국제사회의 비난에 아랑곳 없이 암살을 계속하는 이유는 바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레니어는 이 칼럼에서 그처럼 이율배반적인 국제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다음은 그의 칼럼 전문이다. (☞원문보기)


▲ 두바이의 호텔 CCTV에 찍힌 알 마부 암살 진적의 모습 ⓒ로이터=뉴시스

하마스 간부 마흐무드 알-마부 암살과 관련해 다양한 말들이 나오는 가운데,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지금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이 과시했던 정보기관이 현장에 어떻게 그리 많은 증거를 남기고 떠났는지 궁금하다. 그런 식으로 적을 '제거'하는 작전에선 누군가에게 뒷덜미 잡히지 않는 것이 관건 아니었던가?

암살의 정치적·외교적 후폭풍을 따져 볼 때 이스라엘의 벌인 이번 사건은 어마어마한 실수로 보인다.

그러나 이스라엘에 대한 이러한 비판은 정작 문제의 핵심을 비껴가고 있다. 무엇보다 그런 비판들은 이제는 전혀 무의미한, 낡은 패러다임에 따른 것이다.

핵심 이탈한 모사드 비판

핵심은, 모사드의 비밀요원들이 살해를 했다는 증거가 될 수많은 단서를 남겨두지 않고 자리를 뜨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감시카메라가 곳곳에 붙어 있고, 휴대폰·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으며, 전산화된 여행 기록을 순식간에 공유할 수 있고, 생체 정보가 담겨 있고 기계로 해독이 가능한 여권을 사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으며, 정부가 여행 및 보안과 관련된 엄청난 정보를 실시간 공유할 수 있는 지금 이 시대에, 단서를 남기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

이제 비밀요원들은 더 이상 영원히 꼬리를 잡히지 않는 상태로 일하는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 (요즘 같은 세상에) 그건 한마디로 비현실적이다.

요즘 비밀요원들이 일을 처리하면서 추구하는 목표는 다른 것이다. 첫째, 증거가 범행 후 수사 단계에서나 모아질 수 있게끔 일을 재빨리 처리하는 것이다. 둘째, 어쩔 수 없이 발견되게 되는 증거들은, 그것이 범인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확실한 것 같을지라도 직접적인 증거가 아니라 철저히 '정황상 증거'에 그치도록 하는 것이다.

어차피 일어날 수밖에 없는 예정된 실수들을 추적한다고 해서 이스라엘 비밀요원들의 진짜 신분을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암살 개입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국제사회의 비난 세력에게는 확실한 증거부터 내놓으라고 하는 등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들이 지금 보여주고 있는 바로 그 태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 아무 것도 없다.

아주 가벼운 외교적 손실

이스라엘이 치러야 할 정치·외교적 비용과 홍보 비용은 분명 적지 않다. 그러나 그런 비용들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정치·외교적 손실은 빤히 예상된 것이기 때문에, 이스라엘 당국의 입장에서 이번 작전에 착수하느냐 마느냐 하는 결정은 결국 작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그 비용을 넘어설 것인가에 대한 정치적·정책적 판단으로 귀결됐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결론을 내리기에 앞서, 한번 그 손실이란 것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그렇다. 많은 서방 국가들은 지금 이스라엘이 자기네 나라 여권을 도용하고 신분증을 훔친 것에 대해 화를 내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 나라들은 그래서 뭘 하고 있나? 이스라엘과 관계를 아예 끊어버릴까? 그러지 않을 것이다.

'골드스톤 보고서'(2008~09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에 대해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인정한 유엔 인권이사회 보고서-옮긴이)나 이스라엘 당국의 반인륜적 범죄를 고발하겠다는 위협 같은 것들이 이번 사건을 판단하는 환경에 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자기네들의 안보가 위태롭다고 생각될 때를 제외하고 다른 나라의 왈가왈부에 솔직히 신경도 안 쓴다. 이스라엘은 미국과의 관계가 흔들리지 않는 한 근본적으로 개의치 않을 것이다.

진실은 단순하고 잔혹하다. 결국 아랍권 국가를 포함한 모든 관련국들 중 어느 누구도 마흐무드 알-마부의 죽음에 대해 그토록 많이 혹은 오랫동안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잠시간 다소의 불화가 있을지언정 머지않아 일상은 원상복귀 될 것이다. 부적절한지 아닌지는 상관 없이, 과거처럼 정확히 그렇게 될 것이다.

"이번 사건은 이-팔 분쟁 압축판"

사실 이번 일은 아랍과 이스라엘(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을 축소시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좁혀 보자면, 이스라엘인들은 일부 사람들이 살인이라고 간주하는 것을 글자 그대로 말해서 벌도 받지 않고 하고 있다. 정당방어라고 주장하는 상황에서도 그건 살인이다. 그들은 그로 인한 위험과 이득을 계산했을 때, 확실히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걸 할 수 있다.

더 넓게 보면, 이스라엘인들은 많은 이들이 정치적-역사적으로 '살인'에 상응하는 일이라 간주하는 것들을 비유적으로 말해서 벌도 받지 않고 하고 있다.

서서히 그리고 냉혹한 방법으로 이스라엘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고 있다. 그것은 "(유대인 이주민의)정착"이다. 이스라엘은 장기적인 이익에 대한 판단에 따라, 그것이 설령 잘못된 판단이라 할지라도, 정착 사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희생은 상당할 것이고, 앞으로 수십년 동안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결국 이스라엘의 계산은 비용보다는 이익이 더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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