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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클럽 사고, 막을 수 있는 세번의 기회 모두 걷어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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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클럽 사고, 막을 수 있는 세번의 기회 모두 걷어차다

[안종주의 안전사회] 광주 클럽 사고, 안전 수준의 민낯을 세계에 보여주다.

예고된 인재, 불법증개축, 관리 부실, 안전(위험)불감증, 사고 전조 증상, 긴급 불법증개축 점검, 안전 후진국, 사망과 부상.


우리 사회에서는 왜 이런 말들을 계속 들어야만 할까? 재난과 사고, 사건으로 수많은 생명이 잇따라 스러져간다. 그 문제점을 줄기차게 지적한다. 제도 개선을 그때마다 한다. 안전 대한민국, 그리고 국민 안전의 중요성을 목 놓아 외친다. 그래도 안타까운 일들은 무한반복 된다.


광주 클럽 사고 이야기다. 광주 서구의 한 클럽에서 27일 새벽 2시40분께 일어난 복층 구조물 붕괴로 인한 손님 사망 사고와 관련해 언론과 누리꾼들이 쏟아낸 말들이다. 반성이다. 넋두리다. 분노다. 비판이다. 비난이다.


28일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막을 내렸다. 하지만 폐막을 하루 앞둔 27일 오전 2시 광주광역시 치평동 '코요테어글리' 클럽에서 복층 철골 구조물이 무너지면서 2명이 숨지고 2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수영대회에 참가한 미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외국 선수 8명도 이날 한국의 클럽 문화를 즐기다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이 사고는 보통 때였다면 외국 언론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규모와 성격이 전혀 아니다. 하지만 이날 클럽에 갔다 부상을 당한 미국 여자수구 선수 등 외국 선수들과 스태프들은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외신들이 앞 다퉈 이 사고를 보도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회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고이기 하지만 한국의 안전 수준의 민낯을 보였다는 점에서 국제적으로도 정말 부끄러운 일이었다. 우리나라가 국제 사회에서 안전 후진국으로 낙인찍힐까 염려되는 대목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를 의식했다. 사고 당일 페이스북에서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광주에서 클럽 붕괴사고로 국민과 세계인들에게 송구하다. 목숨을 잃은 분의 명복을 빌고 부상당한 내외국인의 쾌유를 빈다"고 밝혔다. 이 사고를 계기로 앞으로 한국에서 클럽을 갈 때 안전에 유의하라는 말이 여행안내서에 담기지 않을까 걱정된다.


사고 막을 수 있는 3차례의 기회를 모두 걷어차다.


이번 사고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다시 한 번 고스란히 드러났다. 먼저 불법증축이 있었지만 관리감독 기관인 광주 서구청은 이런 사실을 까마득히 몰랐다. 이 클럽은 지난 2016년 1월 문을 열었다. 사고가 나기 전까지 세 차례에 걸쳐 복층을 무단철거하거나 확장했다. 이번에 무너진 구조물도 무허가 증축분이다. 이 과정에서 부실 공사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그 기회를 모두 날려버렸다. 지난해 6월 이 클럽에서 복층 유리 바닥이 깨져 20대 여성이 2.5미터 아래로 떨어져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업주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당시 복층 구조물에 무단증축이 있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하지 않았다. 부실수사를 했던 셈이다. 업주는 재판 끝에 벌금 2백만 원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이런 사실은 서구청에 전달되지 않았다. 경찰과 법원 어느 곳도 서구청과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 법제도에 허점이 있었던 것이다. 이 클럽은 가벼운 벌금만 물고 영업정지 등 다른 행정처벌은 받지 않았다. 이 사고를 계기로 정보공유가 이루어져 서구청이 전문가와 함께 제대로 된 점검을 했더라면 이번 사고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대도시에 감성주점 허용, 지자체는 안전관리 손 놓아


올 3월 온 국민이 알고 있을 정도로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국 클럽에 대한 특별점검을 각 지자체들이 벌였다. 하지만 서구청은 불법영업 행위 단속과 위생점검만 벌였다. 정말로 중요한 안전 점검은 하지 않았다.


서구청은 그동안 이 클럽에 대해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점검을 하지 않았다. 이 클럽이 위치해 있는 빌딩은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다중이용시설이어서 현행 건축법에 따라 2년마다 무단증축 여부 등에 대한 정기점검을 받도록 돼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정기점검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실제로는 건물주의 의뢰로 건축사사무소가 점검한 결과를 제출받는 것으로 대신했다. 현장조사는 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3번의 기회는 이렇게 증발됐다.


'코요테어글리'는 원래 음향시설을 갖추고 춤을 출 수 있는 시설이 아니다. 개정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 따라 2016년 2월부터 휴게음식점이나 일반음식점 영업자는 이런 행위를 할 수 없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외를 두었다. 지자체별로 별도의 안전기준과 영업시간 등을 정하면 음식점에서도 춤을 출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세운 지자체는 앞 다퉈 이를 허용하는 조례를 만들었다. 그 결과 이른바 '감성주점'들이 무더기로 생겨난 것이다. 홍대클럽 문화의 전국화가 시작됐다. 서울 마포·광진·서대문구, 부산 부산진구, 울산 중구, 광주 서구와 북구에서 '감성주점'들이 성황리에 영업을 하고 있다.


조건부 허가를 내주었지만 실제 조건을 잘 지키는지에 대한 관리, 즉 안전점검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서구청은 조례에서 화장실과, 조리실 등 공용공간을 뺀 객석 면적 1㎡ 당 1명이 넘지 않도록 했다. 또 100㎡ 당 1명 이상의 안전요원을 두도록 했다. 이 안전기준을 잘 지키는지 1년에 2차례 이상 구청이 점검할 수 있도록 했다.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당연한 조처였다. 하지만 이는 조례에 명목상 넣은 형식에 불과했다. 서구청은 단 한 차례도 이를 점검하지 않았다.


사고 후 서구청은 담당공무원이 5명뿐이라 병원 등 대규모 시설을 점검하기 바쁘고 소형빌딩은 건축허가 때만 현장조사를 한다고 밝혔다. 서구청에 병원 등 대규모 시설이 얼마나 많기에 이런 변명을 늘어놓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서구에는 감성주점이 두 곳 밖에 없다고 한다. 반나절이면 이 두 곳을 충분히 안전점검하고도 남는다. 인력 탓하는 것은 염치없는 짓이다. 현장 점검을 게을리 하고 탁상행정에 젖어있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라고 할 수밖에 없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의지와 노력이 부족한 행정기관에 이를 맡겨온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불법증개축이 빚은 참사 잇따라, 그래도 인력 부족 탓하는 몰염치


이 건물은 매년 봄철에 벌이고 있는 '국가안전대진단' 대상에서도 빠져 있었다. 소형빌딩이라는 이유에서다. 국토교통부는 사고가 나자 뒤늦게 전국 지자체에 건물 불법증개축에 대한 일제 점검을 벌일 것을 주문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라는 지시다. 우리 사회에서 너무나 자주 듣고 보는 행태이다. 중앙정부, 지자체, 안전당국 모두의 부실이 빚은 사고가 바로 광주 클럽 사망사건이다.


지난 2014년 10월 성남 판교에서 걸그룹 공연을 보기 위해 환풍구에 사람이 몰려 무게를 이기지 못한 환풍구 지지구조물이 무너지는 바람에 16명 숨지고 11명이 중상을 입은 끔찍한 참사가 일어났다. 또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때에도 불법 증개축과 불법 구조변경으로 화재가 순식간에 확산하고 비상대피를 가로막는 등 때문에 피해가 커진 비극도 벌어졌다. 우리 사회에서 불법증개축은 안전사고와 관련해 끊임없이 위해요소로 작용해온 것이다.


이번 사고는 지자체가 구 조례에 따라 여러 혜택만 주었지 그 혜택에 따른 감시와 관리는 소홀히 해 빚어진 사고다. 물론 그 이전에 클럽 업주의 욕심, 즉 불법 증개축을 통해 많은 손님을 유치하고 돈을 벌고 싶은 욕심에 안전을 무시한 것이 화근이 됐다는 점을 꼭 짚고 싶다. 알고서도 이런 행위를 한 것에 대해서는 엄한 처벌을 해야 한다. 또 무단증축 등 불법사실을 알고도 눈감아준 건축 관계자 등이 없는지도 살펴 이 또한 짬짜미가 드러나면 엄벌을 해야 할 것이다.


안전과 생명은 저절로 지켜지지 않는다. 두 눈을 부릅뜨고 감시와 감독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사소한 것도 들추어내 이를 즉각 고치도록 만들어야 한다. 용접 부실 하나 때문에 구조물이 무너질 수 있다. 무단증개축은 현장을 한번만 둘러보며 건축도면과 대조만 하면 금방 알 수 있다. 광주 클럽 사고가 후진적이고 어처구니없다는 지적은 그래서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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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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