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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와 미국의 '물밑 야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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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와 미국의 '물밑 야합'

이라크결의안 만장일치 통과, 파키스탄 "파병 거부"

지난 6주동안 4번에 걸친 수정을 거치며 논란을 거듭했던 미국의 이라크 유엔결의안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로써 미국은 세계 각국에 군대 파병과 재정지원을 압박할 수 있는 명분을 획득하게 됐으나 프-독-러는 물론, 파키스탄까지도 이라크 파병 및 자금지원을 거부하고 나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특히 이같은 결의안 통과 과정에 프-독-러 등 유엔 안보리국가들과 미국간에 물밑 야합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향후 유엔 안보리의 권위가 한층 실추될 전망이다.

***유엔 안보리, 6주만에 만장일치 결의안 승인**

유엔 안보리는 16일 오전 10시(현지시간) 미국과 영국, 스페인, 카메룬이 이라크 재건과 치안확보를 명분으로 국제사회의 파병과 재정지원을 위해 공동 발의한 5번째 결의안(안보리 결의 1511호)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그동안 보다 명확한 주권이양 일정 제시와 유엔의 역할 확대 강화 등을 요구하면서 미국 주도 결의안에 반대의사를 밝혀온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 ‘반전 3국’은 안보리 표결 4시간 전에 정상간 45분간의 전화정상회담을 갖고 미국측 결의안에 찬성키로 의견을 모았다.

그동안 결의안 내용을 둘러싸고 국제사회 반발에 부딪쳐 결의안 포기 움직임까지 보였던 미국은 각국의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결의안 통과가 필수적이라고 인식, 막판 조율을 통해 결의안 통과를 얻어냈다.

그 과정에서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의 역할이 주효해, 이번 결의안 승인은 “미국을 비롯한 콜린 파월의 외교적 승리”라고 AP, AFP 통신 등은 바라보았다.

또한 미국은 막판에 아랍 국가인 시리아의 지지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이라크 주권회복 일정과 유엔 권한 등에서 일부 수정**

유엔 결의안 내용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었던 이라크 주권회복 일정과 관련된 부분은 “이라크인에게 먼저 주권을 이양하라”는 프-독-러 3국의 주장대신 “오는 12월 15일까지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는 안보리 및 미군정과 협의를 통해 안보리에 새 헌법 제정 일정 및 계획, 새 헌법 하에서의 총선 일정 등을 제시”하도록 한 미국측 안을 수용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그동안 이와 관련, “이라크에서 테러공격을 막기 위해선 헌법이 제정되거나 총선이 치루어지기 전이라도 신속한 주권이양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온 바 있다.

또 이라크 전후재건과 치안확보, 체제이행 등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촉구하고 유엔 회원국들의 기여를 촉구하는 내용은 별 차이가 없었으나 미군 주도 다국적군의 주둔 기간은 “이라크에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대의제 정부가 들어서는대로” 종료된다는 규정을 삽입, 군사적 점령사태의 종식 조건을 밝히기는 했으나 미국은 종식시한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은 거부했다.

결의안은 또 미국이 임명한 과도통치위원회와 미국이 임명한 장관들은 과도기에 이라크 주권을 구현하는 임시정부의 주요 기구임을 강조하면서 “실행 가능한 한 빨리” 통치 책임과 권한을 이라크인들에게 돌려주도록 규정했다.

이어 결의안은 이라크 치안 유지를 위한 다국적군 구성을 촉구하면서 결의안이 통과된 후 1년 내에 안보리가 다국적군의 임무를 검토한다는 단서를 달아 유엔에 일정 부분의 역할을 약속했으나, 미국의 다국적군 지휘권 등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요구가 관철됐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미국 대만족, 부시 "선제공격 계속할 것"**

결의안이 통과된 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6일 캘리포니아주에서 행한 연설에서 "유엔 안보리가 평화롭고 자유로운 이라크를 건설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을 지원하기로 한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데 대해 감사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부시는 그러나 "우리는 적이 공격을 하기 전에 그들을 공격할 것"이라는 말해, 국내외에서 비판을 받고 있는 '선제공격 독트린'을 계속 유지할 것임을 밝혔다.

존 네그로폰테 미국 유엔 대사도 “오늘은 이라크 국민에게 좋은 날”이라면서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는 사실은 세계 여러 국가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해 결의안을 통해 각국에 지원 압박을 가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우리는 이라크 국민들을 돕기 위해서 함께 갈 것이며 과거의 차이는 이제 모두 과거에 묻어두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번 표결통과로 23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이라크 지원 공여국 회의에서 미국이 국제사회로부터 파병과 재정지원을 받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희망을 피력했다.

미국측 결의안에 그동안 강하게 반발해 왔던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유엔 안보리가 갈라지지 않고 최종적으로 공동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데" 대해 환영을 표했다.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의 친미 핵심인사인 아흐마드 찰라비도 "유엔 결의는 이라크의 주권이 이라크 국민에게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며 환영을 표했으며 무아파크 알-루바이 과도통치위 위원도 새 결의를 통해 "다국적군 도움으로 이라크 치안상황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아, 프-독-러의 쇼맨십**

하지만 아랍국가로서 이번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시리아의 파이살 메크다드 유엔주재대사는 “이번 결의안이 여러 중요한 면을 간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독일-러시아 ‘반전 3국’도 표결 4시간 전에 이루어진 전화정상회담 후에 “이번 결의안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평하면서도 결의안 통과후 공동성명을 발표 “우리는 이번 결의안은 이라크 정치과정에서 유엔의 역할 문제와 이라크 국민에게의 빠른 주권 이양 두 부분에서 더 많은 진전이 있었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밝혀 여전히 결의안 내용에 대해선 이견이 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불만 토로는 그동안 강력히 반대입장을 표명하다가, 미국의 압박에 굴복해 명분없이 찬성표를 던진 데 대한 비판을 의식한 쇼맨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프-독-러와 미국의 물밑 거래?**

각국의 이라크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미국이 이라크 결의안을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후 6주간 안보리에서 재수정을 거듭한 끝에 결국 통과된 이번 결의안은 앞으로 미국이 한국등 국제사회에 지원을 압박하는 좋은 소재가 될 게 분명하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 주요 국가들이 결의안은 통과시켜 놓고 실질적인 이라크 지원에는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어 추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프-독-러 3국은 결의안 이후 공동성명에서 “상황을 감안할 때 군사적 공헌이나 현재 행하고 있는 것 이상의 자금 지원을 할 조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밝혀, 파병이나 자금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파월 미 국무장관도 “러시아, 독일, 프랑스로부터 이라크 지원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혀, ‘반전 3국’이 결의안을 통과시켜주는 대가로 미국은 이들에게 지원을 요구하지 않고 그 대신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제외한 한국 등 여타국가들에게만 파병 및 재정 지원을 압박하기로 물밑 야합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파키스탄, 파병 거부키로**

이같은 유엔 결의안 통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유엔 결의안 통과와 이라크 국민의 파병 요구를 파병조건으로 내걸었던 파키스탄이 결의안 통과 후 파병 거부의사를 확실히 밝혀 주목된다.

무니르 아크람 파키스탄 유엔주재 대사는 미국의 이라크 점령이 계속 폭력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파키스탄은 이라크에 군대를 파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은 그동안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으로부터 1만명 규모의 대규모 파병을 압박받아온 나라여서, 파키스탄의 이번 파병 거부 입장 발표는 앞으로 우리나라 등의 파병 결정 과정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은 이같은 예상밖 반발에도 불구하고, 23~24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릴 이라크 지원 공여국회의와 이에 앞서 20~21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공동체(APEC) 정상회의에서 한국 등에게 파병과 자금지원을 요구한다는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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