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통신이 3일 이사회를 열어 4억5천만 달러(5천3백억원) 외자 유치안을 부결시키는 대신, 8일 다시 이사회를 열고 1대주주 LG그룹의 5천억원 유상증자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97년 창립 이래 독자적으로 운영돼 오던 하나로통신은 유상증자가 실현될 경우 LG그룹이 경영권을 장악, 파워콤, 데이콤, LG텔레콤 등 LG그룹통신계열사들과 전략적 제휴 관계로 통합운영될 가능성이 커졌다.
***LG의 통신종합그룹 야심**
하나로 통신 경영진은 이날 이사회 개최 직전 AIG-뉴브리지 컨소시엄측과 막판 협상을 벌여 지난달 24일 이사회에 보고됐던 원안보다 1백원 높은 주당 3천1백원선에 신주를 발행, 이를 AIG-뉴브리지 컨소시엄에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넘기는 방안을 이사회에 보고했으나 또다시 최대주주 LG그룹측 이사들의 반대에 부딪혀 부결됐다.
하나로통신 지분 13.0%(LG화재 등 우호지분 포함시 15.9%)을 확보한 LG는 이날 이사회에서 "헐값 해외매각 논란을 빚을 수 있는 이번 외자유치안 대신 5천억원대의 유상증자를 실시하자"고 제안하고 유상증자시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LG그룹측이 모두 인수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LG그룹측의 유상증자 제안이 오는 8일 열리는 차기 이사회와 8월초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받아들여지게 되면, 지난 1일 정홍식 ㈜LG 사장이 그룹 통신사업총괄 사장으로 취임하며 내놓았던 `파워콤, 데이콤, LG텔레콤 등 LG그룹 통신계열사와 하나로통신의 전략적 제휴와 통합' 구상이 실현될 가능성이 커진다.
LG는 LG텔레콤의 이동통신, 데이콤의 유선전화망과 기업통신망, 파워콤의 전국 케이블망과 하나로통신의 초고속인터넷 등 통신망 기반은 물론 LG전자의 휴대폰 등 하드웨어 사업을 포함해 통신관련 전 분야를 갖춘 국내 유일의 통신종합그룹으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로통신도 유상증자로 5천억원의 자금이 유입되면 부채비율이 현행 1백60%에서 1백% 안팎으로 떨어지는 등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통신업계 최대 현안인 2.3㎓ 휴대인터넷 사업과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망 확장 등에 투자할 여력을 갖게 된다.
게다가 LG가 초고속인터넷 2위 업체인 하나로통신에 이어 3위업체인 두루넷까지 인수한다면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하나로통신 점유율 27%과 두루넷의 12.6%를 더해 점유율 48.3%인 KT와의 경쟁력도 배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조원 신규투자 가능할까**
그러나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LG그룹의 통신종합그룹 구상에 대해 회의적 시선을 던지고 있기도 하다.
가장 의문시되는 것은 LG그룹의 자금동원력이다.
LG그룹은 부실화된 LG카드 지원 작업도 최근 가까스로 마친 상태며, 카드부실이 심화될 경우 추가지원을 해야 할 판이다. 또한 경기도 파주에 1백억달러 규모의 LG-필립스 투자도 해야 한다.
이처럼 그룹 전체가 자금여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최대 5천억원에 이르는 유상증자 자금 마련부터가 간단치 않은 데다가, 부채 2조원의 데이콤에 부채 2조2천억원의 하나로통신까지 떠맡은 뒤 경영상황이 신속히 나아지지 않을 경우 그룹 전체에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뿐만 아니라 KT와 SK텔레콤과 경쟁하는 통신3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조원대의 과감한 신규투자가 요구되지만 현재 LG의 통신계열사들이 업계 하위업체여서 시너지를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하나로통신 노조는 "외자유치가 LG의 유상증자안보다 낫다고 우리가 보는 이유는 LG의 말에 신빙성이 없기 때문"이라며 "LG그룹이 하나로통신의 유동성위기를 해소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노조는 LG가 경영권을 장악할 경우 데이콤의 예를 볼 때 고용 등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이 될 것이라며 총파업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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