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일째 장기 파업중인 한국시설안전기술공단 노사 갈등이 '청부폭력' 파문을 계기로 한층 심화되고 있다.
시설안전공단 노조는 1백여명의 조합원이 참석한 가운데 27일 오후 2시부터 장마비를 맞으며 청와대 앞에서 “청부폭력을 규탄하고 엄정수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한 노조원은 “경영진이 열린 자세로 협상에만 임한다면 대화하는 중에 서로가 타협할 여지가 분명히 있을 것이나 갈수록 해결의 실마리가 안 보여서 갑갑하다”고 침통한 심경을 토로했다.
노조는 이날 집회와 함께 최길대 이사장과 김재옥 기획본부장을 폭행 혐의와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노조가 고소한 것은 지난 21일 청부폭력 사태에 대한 공단측의 주장때문이다.
시설안전공단은 청부폭력 사태가 언론에 보도되자, 지난 23일 언론에 “공단은 노조에게 철거 계획을 사전에 통보했고, 경찰이 대기 중인 가운데 철거를 했다”는 해명자료를 돌렸다. 공단측은 또 “반발하는 노조원들을 철거업체 직원들이 제지하자 이광오 노조 조직부장이 현관 유리문을 걷어차는 자해를 했고, 노조원 4명이 경찰에 ‘연행’ 조사 후 ‘방면’되었고, 철거업체 직원 2명은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사실과 다른 해명자료에 대해 경영진에 그 작성과 배포 경위를 확인했으나, 최길대 이사장은 “확인해보겠다”는 책임회피성 발언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담당 실무자인 곽동렬 홍보부장으로부터도 “기획행정실장이 작성하고 자신은 지시대로 배포만 담당했다”는 발언만 들었다고 밝혔다.
이런 공단의 해명은 프레시안이 확인한 것과도 다르다. 21일 아침 프레시안과 통화한 대화 파출소 담당자는 “새벽에 철거업체 직원들에게 노조원들이 폭행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상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얘기했다. 또 이광오 조직부장이 유리 조각에 찢긴 상처 부위 역시 발뒤꿈치로서 자해를 해서 생긴 상처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노조는 사측의 주장대로 21일 폭행이 일어나던 시점에서 경찰들이 미리 대기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해명을 경찰에 촉구하고 있다. 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일산 경찰서는 “내부 확인을 한 후 다음주초에 해명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공단 관계자는 최근의 사태와 노조의 주장에 대해서 “서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 부분이 분명히 있다”면서 “노사간 주장이 다른 것은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면 판명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다음 주 정도부터는 물밑 대화라도 재개되지 않겠느냐”며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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